이상화와 양해경.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적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두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둘은 최순실씨의 독일 인맥으로 ‘최순실 금고지기’라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상화씨는 현재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이다. 2015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지점장급) 시절 최순실씨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이 법인장이 최씨의 독일 부동산 거래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2015년 말 대학 1학년이던 정유라씨에게 38만 유로(약 4억8000만원)를 연 0.98%의 금리로 대출해준 은행도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의 한 직원은 “설립한 회사 계좌를 열고, 대출을 받으러 최순실씨가 두세 차례 왔으며, 유라씨도 사인하러 왔다. 국내 재산을 담보로 대학생에게 대출을 해준 것은 큰 특혜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상화씨가 독일법인장을 마친 뒤 삼성타운 지점장을 거쳐 바로 임원으로 승진했다. 대단한 배경이라는 뒷말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상화씨의 뒷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4-19-16 VIP’, 2016년 4월19일 대통령 지시 사항을 뜻하는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메모에는 ‘이상화’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안 전 수석은 KEB하나은행에 다섯 차례 이상 부장급 이씨에게 부행장급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은행에서 난색을 표하자, 안 전 수석은 은행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왜 이씨가 승진이 안 되느냐. 글로벌금융본부장으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라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결국 이씨는 신설된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한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이씨를 해외 금융 거래와 투자를 총괄하는 글로벌금융본부장을 요구했다. 최씨와 거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자료2016년 4월19일 안종범 전 수석 업무수첩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상화씨를 언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의 메모(위)가 있다. 사진은 양해경 한독경제인 회장.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는 최순실씨와 이상화씨가 벌인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를 위해 최씨는 이상화씨의 고려대 동문 유재경씨를 미얀마 대사로 추천했다. 유재경 대사는 삼성전기 출신으로 미얀마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었다. 최순실·이상화씨와 미얀마에 함께 방문했던 고영태씨는 “이상화가 K타운을 건설하겠다는 사업에 굉장히 큰 관심을 보였다. 유씨는 이씨의 지시를 듣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상화씨와 함께 독일 금고지기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양해경씨도 고려대·삼성 출신이다. 유재경 대사는 양해경 전 삼성전자 유럽본부장의 고려대 후배로 직계 ‘부하’ 노릇을 했다. 유 대사는 2004~2009년 삼성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에서 근무한 바 있다.

유재경·이상화·양해경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

양해경씨는 현재 한독경제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미얀마 K타운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 또한 한독경제인회 고문과 산행동호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한독경제인회 부회장이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고문이다.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도 한독경제인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재경 미얀마 대사도 한독경제인회에서 출판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해경이라는 분이 독일에서 삼성의 집사 역할을 하고 있고, 삼성이 독일로 송금한 과정을 아는 사람이다. 사실상 정유라를 보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순실 재산 환수 추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이 최순실 재산의 관리와 자금 세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그 키맨은 양해경이다. 미얀마 사업을 위해 유재경을 대사로 보낸 것도 양씨의 입김이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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