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2016년 2월10일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다. 통일부의 한 고위 관계자조차 “전날까지 전혀 몰랐다”라던 갑작스러운 조치였다. 그리고 한 달여 뒤, 안종범 전 수석은 자신의 업무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3-15-16 VIP 1. 미얀마 한인타운 조성, 개성공단(사진).’ 2016년 3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이 미얀마를 언급하면서 한인타운 조성과 함께 개성공단을 말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미얀마와 같이 언급한 이유는 뭘까. 메모 전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안 전 수석 메모에는 ‘한인타운 조성’ 밑에 다음과 같이 썼다. ‘컨벤션센터, 세관 공항 system, 미얀마에 제의, 주고받는 것이 필요.’ 특검 수사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개입했다고 밝혀진 미얀마 K타운의 초기 모형이다. 컨벤션센터를 짓고, 세관과 공항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최순실씨의 아이디어를 박 대통령이 그대로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시사IN 자료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대체 부지로 미얀마를 언급한 것을 기록한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


한인타운 조성이라는 큰 제목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개성공단’ 부분이다. 미얀마 진출 및 개발을 두고 한인타운 조성과 더불어 미얀마에 개성공단 피해 기업을 유치할 공단을 조성하려 했던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한 다음부터, 개성공단 재가동보다는 대체 부지 선정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부터 케냐 등 아프리카까지 개성공단 대체 부지를 물색했다. 지난해 9월26일 코트라 나이로비 무역관은 케냐 나이로비 현지에서 개성공단 14개사를 초청해 케냐 투자 환경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미얀마도 개성공단 대체 부지로 물망에 올랐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미얀마 산업단지 사업설명회 개최 안내를 보면, 지난해 10월26일에는 서울 코트라 본사에서 LH와 코트라가 공동 주최·주관하는 행사가 열렸다. 미얀마 진출을 권하는 설명회였다. 미얀마 양곤 시 경계 북쪽 10㎞ 지점에 72만 평 부지를 확보했다는 내용 등을 홍보했다.

이에 대해 개성공단의 한 기업인은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지 않을 거라는 판단으로 가까이는 베트남, 멀리는 아프리카까지 간 주변 기업인이 있긴 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나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베트남으로 간 사람들도 돌아오는 판국에 말도 통하지 않고 인프라가 잘 되어 있지 않는 미얀마로 가라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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