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커런츠상/대학언론협동조합

4개 대학 성폭력 기획 기사

〈시사IN〉이 올해 신설한 뉴커런츠상은 ‘학내 성폭력’ 기사를 공동 작성한 대학언론협동조합에 돌아갔다. 뉴커런츠상은 형식·내용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매체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그 첫 번째 수상자로 대학언론협동조합이 꼽힌 것이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2013년 5월 창립했다. 〈전북대신문〉 편집장을 맡을 때만 해도 정상석씨는 진리 추구라는 언론의 가치를 믿는 기자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총장 연설을 비판한 기사를 내보냈다가 주간교수로부터 경고를 받는 등 각종 ‘필화’를 겪으며, 그는 스스로의 펜 끝이 무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보사 연합 활동 등을 통해 알게 된 다른 언론사 또한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2012년 말에는 〈외대학보〉 강유나씨가 편집장 직에서 ‘잘렸다’. 학교 측이 껄끄러워하는 총학생회 출마자 공약을 기사로 다뤘다는 이유에서다. 〈세종대학보〉 편집장이었던 김학성씨 또한 주간교수와 사사건건 충돌하던 참이었다. 이러느니 ‘우리가 직접 독립 언론을 만들자’고 결심한 이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시사IN 윤무영대학언론협동조합에 속한 기자들은 대학 지부별로 〈알리〉라는 독립 매체를 발행한다.


기자 교육·취재 등 한계를 넘는 시도

그전에도 대학가에 독립 언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다. 매체 발행은 물론 기자 교육, 취재, 공간 운영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였다. 협동조합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매체 포맷을 만들어 이를 전국 대학에 보급하고 싶었다. 매체 이름은 대학명을 넣어 〈알리〉로 통일하기로 했다(‘알리’는 ‘알 권리’의 약자다).

3년이 지난 현재, 협동조합 대학별 지부는 4곳. 이들이 〈세종알리〉(세종대), 〈외대알리〉(한국외대), 〈이대알리〉(이화여대), 〈회대알리〉(성공회대)를 월간 또는 격월간으로 발행 중이다. 지부 설립을 희망하는 대학은 그 밖에도 여럿이다. 편집권 갈등을 겪어서만이 아니다. 김희지 〈이대알리〉 편집장에 따르면, 학보사·방송사 문화가 권위적이라거나 기사 형식이 ‘올드’하다는 이유로 독립 매체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기존 매체라면 학내 성폭력 문제를 총론 및 대학별 각론으로 나눠서 다루는 기획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조합원 대다수가 돈 없는 대학생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조합은 공동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기자 교육도 함께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80만원만 모아도 〈알리〉를 1000부는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돈을 모으지 못해 온라인으로만 기사를 내보내는 일이 흔하다”라고 정상석씨는 말했다. 〈회대알리〉 김서정 편집장은 “대학생들이 대학 공동체를 바꾸는 경험을 하다 보면 사회 공동체 또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대학 독립 언론에 일반인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소망했다. 조합 후원은 일반인도 가능하다(http://www.univpresscoop.kr).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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