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나 보도영상물은 메시지 전달이 명확해야 한다. 주제 선정, 구성 방식, 제작 기법, 각종 효과(Effect)나 컴퓨터그래픽(CG)의 사용 등 모든 장면이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영상물의 길이, 취재 동선, 출연자의 중요도, 제작 기간과 진지한 노력에 대한 평가는 그다음이다. 현란한 기교보다는 소박하고 진솔한 전달 방식이 낫다. 본선에서는 이러한 기본이 갖춰진 작품 세 편으로 평가 대상을 압축했다. 아마추어 이상의 전문성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평가 기준이었다. 〈서울대저널 TV〉 문주은 PD가 출품한 ‘분리수거가 당신에게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하 ‘분리수거’)은 도입부에 시청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장면을 배치하고 구체적 사례들을 나열한 뒤 결론을 유도해 앞뒤 구성의 균형을 유지했다. 〈서울대저널 TV〉 이지원 PD가 출품한 ‘응답하라 대학원생’(이하 ‘대학원생’)은 대학원생 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수들의 행태를 ‘코끼리 냉장고 안에 넣기’라는 에피소드로 전달한 뒤, 대학 사회의 비민주성을 차분히 나열했다. 한국외대 언론학회 〈모자이크〉 박진영·설민정 기자가 출품한 ‘소비자를 기만하는 마케팅’(‘소비자 마케팅’)은 주제를 전반부에 배치하고 설문조사와 사례를 소개한 뒤 결론을 맺어 균형감이 돋보였다.
 

두 번째 평가 기준은 기성세대의 시각을 모방한 것이 아닌, ‘대학생의 눈으로 본 세상’을 그려내었나 하는 점이었다. 위의 세 작품 중 ‘분리수거’ 편은 대학 안에서의 활동과 고민을 대학 영역 밖으로 확장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했다. ‘대학원생’ 편은 대학 사회에 만연한 뿌리 깊은 비민주성을 지적해 공감을 얻었다. ‘소비자 마케팅’ 편은 신뢰 사회를 무너뜨리는 마케팅 방식에 대해 청년의 정의감과 지성인의 논리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었다.

세 작품 모두 우수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제작 방식이 소박하면서도 얼마나 세련됐나가 세 번째 평가 기준으로 고려됐다. ‘대학원생’ 편은 인터뷰 중심으로 구성되어 단조로움을 극복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분리수거’ 편은 제시한 데이터의 글씨가 너무 작아서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 옥에 티였다. ‘소비자 마케팅’ 편은 구체적 사례가 두 개에 불과해서, 뒷부분에서 다소 김이 빠진 감이 있었다. 결국 난상토론 끝에 ‘분리수거’ 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결코 평이하게 전달하지 않은 풋풋하고 진지한 ‘젊음’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내년에는 청년다운 기개와 건강성이 더 돋보이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기자명 오기현 (한국PD연합회 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