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9일 5차 공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과 이용우 사회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 안종범 전 수석의 지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안 전 수석의 증거인멸 지시에 대해서도 증언하며, 지갑에 있던 메모를 법정에서 꺼내 보이기도 했다.

 

 

 

 

 

ⓒ그림 우연식


이승철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2015년 7월24일 대통령과 재벌 총수 간담회 며칠 뒤, 피고인 안종범에게 문화·체육 재단을 하나씩 만들라는 전화를 받은 적 있는가?

이승철:네. ‘대통령이 6~7대 주요 그룹 회장과 문화·체육 재단을 하나씩 만들기로 이야기됐다. 규모는 각각 300억원 정도다. 확인해보고 설립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검찰:피고인 안종범이 한참 연락하지 않다가 2015년 10월19일경 급히 재단을 설립해야 하니 전경련 직원을 청와대로 보내라고 했나?

이승철:맞다. 안 수석(안종범)이 ‘문화재단을 급히 설립해야 하니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실무 이야기를 하라’는 지시를 했다. 바로 이용우 본부장에게 최 비서관과 회의 일정을 잡으라고 했다. 10월 말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 일정에 맞춰 우리나라와 중국 문화재단과 MOU 체결을 위해 공동 사업을 추진해야 하니 맞춰서 설립해야 한다고 들었다. 이용우 본부장은 10월2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청와대에 들어가서 재단 설립 회의를 했다.

검찰:재단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을 검찰 조사 때 번복했다. 이유는?

이승철:사건이 한창 보도될 때, 안 수석이 내게 전화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경련 공식 입장을 밝히라’고 지시했다. 내부 검토를 했는데 사실이 아닌 것을 기자간담회까지 하기는 곤란하다는 결론이 났다. 전경련 전무 정도 직급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게 좋다고 해서 인터뷰를 했는데 보도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들으니 청와대 홍보 쪽에서 〈연합뉴스〉에 왜 인터뷰를 싣지 않느냐고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연합뉴스〉에서) 부회장이 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30분간 전화로 인터뷰했다.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검찰:처음 청와대 회의에서 이 전경련 팀장과 이용우 본부장은 최상목 비서관한테 출연 대상 기업 9개 명단을 받았다고 했다.

이승철:그렇게 보고를 받았다. 이후 안종범 수석이 ‘재단 출연금을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 KT·신세계·금호아시아나·아모레퍼시픽으로 참여 그룹을 확대하고 현대중공업과 포스코도 연락해보라’고 했다.

검찰:피고인 안종범은 (원래) 재단 출연금은 300억원으로 하려 했는데 전경련에서 모으다 보니 500억원이 됐다고 주장하는데?

이승철:처음부터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인데 자발적으로 돈을 더 낼 리가 없다. 우리는 회원사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데 돈을 더 내라고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검찰:검찰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은 매우 어려운 존재라고 진술했다.

이승철:그렇다. 경제계 모든 현안을 다룬다. 인허가, 금융 지원 등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권한도 크다.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필수다. 물론 장관도 있지만, 의사결정권이 VIP(대통령)에게 있으면 경제수석이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다.

검찰:피고인 안종범에게 문화·체육 재단 설립지시를 받고 취지를 물어본 적 있나?

이승철:네. 문화 쪽 우파 단체를 지원하려 한다고 하더라. 내가 ‘체육계에도 우파가 있나’라고 물으니, (안종범이) ‘체육계에서는 문제 인사가 많아 정부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경련에서 재단을 만들어주면 정부가 원하는 일을 정부 예산으로 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

검찰:검찰 조사 전, 피고인 안종범에게 청와대 개입 사실이 없다는 허위 진술을 부탁받았나?

이승철:네. 그즈음에는 안 수석 전화를 안 받았다. 그랬더니 사무실로 전화해서 내 비서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라고 했다. 직원이 메모를 써서 내게 전달했다. 그 포스트잇을 지갑에 항상 넣고 다닌다.

검찰:지금도 그 메모를 가지고 있나?

이승철:네.(그는 지갑에서 파란색 포스트잇을 꺼냈다.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전혀 문제없으니 고생하시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검찰:전경련에서 이런 식으로 재단을 만든 적이 있는가?

이승철:이례적이다. 대통령과 재벌 총수 독대는 더 놀랐다. 6~7대 그룹 총수와 대통령이 연쇄적으로 독대하는 것을 전경련에서 근무하는 동안 처음 보았다.

이승철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최순실 변호인:재단 설립에 필요한 모든 요건은 전경련에서 처리했다. 청와대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나?

이승철:청와대에서 재단 사무실까지 찍어줬다. ‘강남, 단독 건물, 밖에서는 주택으로 보이고, 이면도로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런 곳을 어떻게 찾느냐고 하니까 청와대가 몇 군데를 알려줬다.

최순실 변호인:언론에서 밝힌 입장을 번복하는 이유가 뭔가? 증인이 재단 설립 당시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가, 최근 들어 언론을 보고 문제 있구나 생각하게 된 것 아닌가?

이승철:언론 보도로 운영 문제가 드러나면서 지배구조가 훨씬 큰 문제로 비화되겠다고 생각했다.

안종범 변호인:이 사건 관련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증인이 공동정범인 것은 아는가?

이승철:잘 모른다.

안종범 변호인:검찰이 압박하거나 회유한 적 있는가?

이승철:없다.

1월20일 6차 공판

재판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담긴, 안종범 업무수첩을 증거로 채택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나섰다. 이한선 전 미르재단 이사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재단의 최종 결정권자가 최순실씨였다고 증언했다. 이한선 전 이사는 증인으로 진술하는 2시간30분 내내 최순실씨가 앉아 있는 피고인석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 최순실씨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현식 전 사무총장도 “같이 일했던 사람 중에서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말을 하는데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있어 놀랐다.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일들에 대비해 당국에서 대책을 고려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판사:쟁점이 됐던 피고인 안종범 업무수첩을 모두 증거로 채택한다. 업무수첩이 위법 증거라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안종범:(일어서서 두 손을 모은 채) 한마디 하고 싶다. 제가 수첩에 대해 추호도 그 내용을 숨기거나 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다. 저는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묵비권을 행사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변호인들이 이 사건은 역사 앞에 섰다고 생각하고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고 설득해 다 얘기하고 수사 과정에서도 성실히 임했다. 그 과정에서 보좌관이 남은 수첩을 보관하고 있다고 해 이를 가져오라고 했고, 검찰도 필요한 부분을 복사하고 돌려준다고 했다. 수첩에는 국가 기밀도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내게도 부담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돌려주지 않고 아직까지 원본을 못 봤다. 숨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그림 우연식


이한선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차은택이 증인을 미르재단 비상임이사로 추천한다고 말하고 2~3일 뒤 김형수 이사장을 만난 적 있나?

이한선:첫 조사 때 한 말인데, 그때는 최순실을 알면 엄청난 죄를 짓는 분위기라서 검찰에 다르게 말했다. 2015년 10월경에 차은택 소개로 신라호텔에서 김성현, 김홍탁, 전과 최순실을 처음 만났다. 그 다음에 차은택이 재단이 만들어지는데 비상임이사를 해보겠냐고 하고 본인이 최 회장(최순실)에게 추천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검사:그 자리에서 최순실이 뭐라고 했나? 재단 이야기도 했나?

이한선:재단 얘기는 없었다. ‘대한민국은 문화가 발전해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 이런 말을 했다.

검사:2015년 11월 차은택이 증인에게 상임이사직 제의를 했다. 그때 차은택이 ‘이미 최순실에게 보고했으니 증인이 거절하면 곤란하다’며 꼭 맡아달라고 한 것 맞나?

이한선:네.

검사:증인은 차은택 지시로 김성현 미르재단 부사무총장과 2015년 10월 말에 중국 출장을 갔는데?

이한선:차은택이 중국에 다녀오라고 했다. 중국문화산업협회 관계자를 만나 MOU를 체결한다는 건 비행기에서 김성현에게 들었다.

검사:비자 신속 발급을 위해 청와대 신 행정관이 도와준 적 있나? 또 코트라 북경 지점 직원이 마중 나오고 통역도 제공하지 않았나?

이한선:맞다. 통역은 코트라 직원이 해줬다.

검사:그 이후 김성현이 차은택이나 최순실에게 보고했다고 했나?

이한선:최순실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검사:차은택이 최순실을 지칭해 센 분, 회장님이라고 표현했나?

이한선:영향력 있고 센 분이라고 했다.

검사: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이 미르재단 회장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는데?

이한선:회의하면 (최순실이) 큰 방향을 제시하고, 처음에 상임이사 들어갈 때도 차은택이 최순실에게 말씀드렸다고 해서 회장이라고 생각했다.

검사:미르재단은 프랑스 요리학교인 에콜페랑디와 제휴해 한국에 페랑디 미르를 세우려고 했다. 페랑디 미르 설립을 위해 이화여대와도 협의했나?

이한선:네. 최경희 총장을 찾아가 페랑디 미르 장소 관련해서 협의를 했다. 그 전에 최순실, 차은택, 김성현이 최경희 총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김성현에게 들었다.

검사:증인은 청와대에서 예닐곱 차례 회의에 참석했다. 2016년 1·2월경에 이성한 사무총장과 처음으로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건가?

이한선:네. 그때 안종범 수석을 처음 봤다. 안 수석이 정부 방향과 미르 방향이 맞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가르쳐줬다.

검사:이후 안종범이 이성한한테 직접 연락해서 미르재단을 그만두라고 한 것 들었나?

이한선:안종범에게 들었다.

검사:최순실의 지시에 따라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 간에 총괄계약이 체결된 것 맞나?

이한선:총 연구용역 7건을 플레이그라운드에 줬다. 일부 선지급도 했다.

검사:만약 최순실 지시가 아니었다면 플레이그라운드와 계약했겠나?

이한선:안 했을 것 같다.

검사:플레이그라운드에 일을 줄 때, 그냥 주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홈페이지에 공개 입찰을 올렸는데 단독 입찰로 한 차례 유찰이 됐다. 그래서 나중에 한 회사를 들러리 업체로 끼워넣은 거 맞나?

이한선:네.

검사:테스타로싸 커피숍 사무실에서 차은택, 이성한, 김성현과 증인이 최순실과 같이 회의를 했다고 했는데 최순실 일정에 맞춘 것인가?

이한선:네.

검사:증인은 최순실씨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청와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나?

이한선:초반에는 청와대 관련이라고는 생각 안 했고, 되게 영향력 있는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이한선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최순실 변호인:최순실이 미르 운영에 관여한 적 있나? 그러니까 통상 수준에서 이사들이 하는 일을 최순실이 하는 것을 본 적 있나?

이한선:비용 집행을 했는지는 모르고, 사업 부문에선 페랑디 미르를 빨리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최순실 변호인:최순실이 미르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은 아는 게 있나?

이한선:모른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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