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주진우·차형석·천관율·김은지·김동인·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김용익 위원장(사진)은 예방의학 전문의 출신으로, 손에 꼽히는 의료정책 전문가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정책수석을 지내 의료정책의 입안 과정을 꿰뚫고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등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료정책을 평가해달라고 했다.

 

ⓒ시사IN 조남진


대통령이 수석에게 “자가줄기세포는 안전성이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자체로 확고한 사실도 아니지만, 이런 지시는 누군가 소상히 적어준 수첩이 없다면 할 수 없다. 전문가가 하나만 반문해도 대통령은 답변을 못한다. 대통령이 줄기세포에 대해, 사람 대상 임상실험에 대해서 얼마나 전문지식이 있겠나? 그런데 대통령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 수 없는 말을 듣고 와서 자기도 이해 못할 내용을 지시했다. 게다가 이걸 왜 경제수석(안종범)한테 지시하나. 업무 계통도 엉터리다. 사람 목숨이 걸린 의료정책을 이렇게 다룬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정상적인 시스템이라면 어떻게 작동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어딘가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는 관련 분야 수석에게 “이러이러한 얘기를 들었는데 검토해보세요”라고 했다. 오판을 줄이기 위해 여러 경로로 정보를 모으고 사전 회의도 여러 번 한다. 의료 분야 신기술은 인체에 안전한 동시에 치료에 유효하고, 동시에 경제적으로 효과적이어야 한다. 일련의 기준을 다 만족하는지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연구원 같은 유관 기관이 다 결합해 평가하게 되어 있다.

원격의료도 대통령의 핵심 관심사였다.

원격의료에는 두 종류가 있다. 환자를 직접 보는 의료인이 있고, 그가 대형 병원 등 또 다른 의료인과 이어진 경우다. 전문가들끼리 연결된다는 의미로 ‘P2P’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군대 군의관과 대형 병원이 연결되는 식이다. 이건 지금도 된다. 그런데 환자와 먼 곳의 의료인을 직접 연결하는 원격의료가 있다. ‘P2C’라고 부른다. ‘P2C’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1차 의료기관을 붕괴시켜서 결국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린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박근혜 정부 의료정책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정책이라는 건 일련의 논리 구조가 있다. 의료전달체계라는 정책 축이 있으면 ‘P2C’ 원격의료는 아귀가 맞지 않아서 불가능하다는 식의 구조가 있는 거다. 그래서 지난 4년 동안 보건의료 분야에서 나온 얘기가, 이 터무니없는 정책들이 누구 아이디어냐는 거였다. 정책 구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놓을 수 없는 안이 너무 많았다. 대통령이 누군가 적어준 얘기를 아무런 절차 없이 내리꽂고, 실제로 집행까지 되었다는 것이 이 업무수첩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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