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홍익출판사 펴냄
평소 친분 있는 작가에게, 작가가 되고 나니 무엇이 좋은지 질문한 적이 있다. 대체로 명랑 쾌활한 편인 그 작가의 대답이 의외였다. “작가가 되지 않았으면 지독하게 삐딱한 냉소주의자나 염세주의자가 됐을지도 몰라요. 소설 쓰기가 나를 구원해준 셈이지요.” 그랬구나. 글쓰기가 그 작가를 어떤 의미에서는 치료해주고 구원해주었구나 싶었다.

얼마 전 타계한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에는 6·25 전쟁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에 시달리다가 소설을 쓰며 상처를 치유하려는 의사가 나온다. 시대의 아픔과 개인적 관념의 세계가 갈마들어 있는 이청준의 작품 세계를 감안하면, 그의 작가로서의 자의식에도 치유로서의 소설 쓰기가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닐지. 〈치유의 글쓰기〉 저자 코미나스는 젊은 시절 편두통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해 50년 넘게 지속했다. 그리고 대학과 병원, 문화센터 등에서 글쓰기 교육을 해왔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는 일상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좋은 길이다. 먼저 자신의 일기 쓰기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 한마디. “살아가면서 일기 쓰는 일을 가장 우선적인 습관으로 생각하고 이 일에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면 그것은 최고의 자기 배려가 될 것이다. 글쓰기는 자기 안에서 기쁨을 찾아내게 해주는 한편, 슬픔과 갈등의 경험과 직접 대면하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글 쓸 시간 만드는 순간부터 성공은 시작된다

글쓰기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걸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레 겁먹는 사람도 적지 않을 듯하다. 학교 졸업 뒤 글쓰기와 담쌓고 살아온 사람이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런 사람을 위한 저자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우선 노트를 열고, 타성이 당신의 삶에 미친 영향을 하나하나 적고 그 때문에 놓친 수많은 기회를 떠올려보라. 10년 전 어느 날 타성 때문에 그냥 놓쳐버린 기회를, 그때 만약 손에 넣었더라면 지금의 삶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보라. 타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판에 박힌 당신의 일상은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시사IN 한향란글쓰기는 일상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좋은 길이다.
적지 않은 처세 실용서를 읽어보면, 꿈꾸는 것을 이루기 위한 확실한 방법으로 꿈꾸는 것을 글로 적으라는 충고와 만날 수 있다. 막연하게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눈으로 보고 읽고 되새길 수 있도록 글로 적으라는 것. 처세 실용서와 맥락은 다소 다르지만 이 책의 저자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하늘 가득 총총히 박힌 별처럼 당신의 가슴 속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을 당신은 잘 안다. 글쓰기는 당신의 가장 깊숙한 소망을 재발견하게 만들고, 그것을 그저 생각만으로 존재하지 않게 하는 힘을 줄 것이다.”

글쓰기 자체가 내 마음의 상처를 저절로 치유해준다고 보기는 힘들지 모른다. 글쓰기는 어떤 의미에서 나 자신을 어느 정도 객관화하는 작업이라고 볼 때, 저자의 말대로 ‘글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자신을 치유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점점 자라게’ 되는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시작할 무렵에는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인내와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라는 것이 저자의 확신에 찬 조언이다. 글쓰기를 위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드는 순간부터 치유가 시작된다.

“당신만의 시간을 만들어라. 원할 때 언제라도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바로 그 순간부터 성공은 시작된다. 골칫거리에 대한 걱정으로 빼앗겼던 에너지가 더 이상 당신에게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우울증을 덜 수 있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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