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5일 오후 2시1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최순실·안종범·정호성 피고인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국민적 관심사를 반영하듯 추첨을 거쳐 선정된 시민들이 법원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최순실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법정에 들어섰지만 사진기자들이 퇴정하자마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최씨는 이경재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하는가 하면 재판 도중 책상 위에 팔꿈치를 올린 채 턱을 괴기도 했다.


판사:오늘 재판은 이 사건 제1회 공판이다. 검찰 측으로부터 공소사실의 내용과 죄명 등을 듣고 피고인으로부터 인정 여부를 듣는 모두 절차를 한다.
 

ⓒ그림 우연식


검찰:최순실·안종범은 직권을 남용해 2016년 하순까지 전경련 등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강제모금했다. (이하 최순실과 안종범 기소된 혐의 설명) PPT 자료를 준비했다.

최순실 변호인:이견 있다. 검찰이 많은 준비를 했는데 이것은 증거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입증된 사실인 양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

판사:다른 사건에도 이렇게 진행한다. 이번 사건은 공소사실이 복잡해서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지켜보시라.

최순실 변호인:최순실은 안종범 수석을 모르고 통모한 적 없다. 검찰은 최순실과 안종범,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 관계라고 기소했다. 공판 과정에서 대통령과 피고인의 공모사실이 입증되지 아니하면 비신분범인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거의 전부가 허공에 떠버린다. 최순실은 재단 모금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최순실은 두 재단으로부터 금전적으로 어떠한 이득도 취한 바 없다. 최순실은 딸마저 2017년 벽두부터 덴마크에서 구금되는 험난한 운명에 처했다.

판사:전부 부인하는 게 맞는가?

최순실:네. 억울한 부분이 많다.

안종범: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 (재판에) 최선을 다해 성실히 임하겠다.

정호성:변호인과 상의할 것이 조금 남아 있다(1차 공판준비기일 때까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한다는 입장이었던 정호성 피고인 측은 변호인이 차기환 변호사로 변경되면서 태블릿 PC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검찰:새로 선임된 변호사의 태도 변화에 따라 정호성 피고인 관련 추가 증거를 제출하겠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순실에게 유출된 청와대 문건 257건을 확인했다. 이미 제출한 47건은 257건 중 가려서 제출한 것인데 이번에는 모두 제출하겠다. 정호성 휴대전화에서 최순실 녹음파일 12개를 제출했는데 추가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전 녹음파일 일부를 제출한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 취임사 등에 대한 대화 녹음이다. 6시간30분 분량이다.

정호성 변호인:JTBC 심수미·손용석 기자를 증인 신청한다. 태블릿 PC 감정도 필요하다.

판사:심수미·손용석 기자에 대한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고 태블릿 PC 감정은 검찰 측 증거 내용과 입증 정도를 보고 추후 결정하도록 하겠다.

검찰:앞서 변호인이 말한 것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최순실 사적 이익 취한 부분이 공소장에 없다고 하는데 수사 기록에 다 나와 있다. 나라의 격을 생각해서 최소한의 사실만 기재한 것이다. 또 대통령의 공모를 억지로 꿰어 맞춘 것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이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앞으로 법정에서 검증할 것이다.


15분간 휴정 후 서증조사(문서의 증거력 유무를 조사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검찰이 제출하고 피고인 측이 동의한 증거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졌지만, 검찰과 변호인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그림 우연식


검찰:증거 목록 1-1, 언론 기사 출력물이다.

최순실 변호인:언론 기사를 증거로 동의한 적 없다. 안 했다.

검찰:재판부 소송지휘권에 따라 증거 목록 수정했다. 변호인 증거 목록 살피고 증거 인부서 확인해서 부동의한 것은 제외했다. 왜 이런 뚱딴지같은 얘기를 갑자기 하시나?

최순실 변호인:뚱딴지라니. 이런 비속어는 법정에서 쓰지 말라.

판사:증거조사 완료 전까지는 증거 바꿀 수 있다. 이경재 변호사(최순실 변호인)가 추가로 부동의한다고 했기 때문에 언론 기사 21부는 부동의로 처리하겠다.

검찰:전경련 사회공헌팀장의 진술조서를 제출한다. 2015년 10월22일 최상목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회의를 주재했고 그 자리에서 (미르재단) 사무실을 구하라, 문체부에 서류를 제출하라는 등의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미르재단 창립총회 의사록은 허위로 작성됐는데, 설립일로 정해진 날짜(미르재단은 10월27일 설립)까지 마쳐야 해 시간이 빠듯했다. 청와대 회의에서도 문체부에서 실제로 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직접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안종범 자택 압수수색에서 나온 문건 7장 제출한다. 증거인멸 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다. 휴대전화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물리적 복원 불가능하게 하는 게 낫다, 차량 동선 관련해 블랙박스는 교체하면 되지만 하이패스는 방법이 없다, 별도 소명 방법 강구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다. 최순실 주거지에서 발견된 메모지도 제출한다. 유력 정치인 이름 다수가 기재돼 있다. 최서원(최순실) 검찰 신문조서도 제출한다. ‘(나는) 민간인으로 연설문 내용 모른다. 미르재단, 더블루케이, 차은택, 김종, 박헌영, 노승일 모른다. 고영태에게서는 가방 산 것뿐이다. JTBC는 방송 안 봐서 모른다. 미르는 언론을 통해 알았다’는 내용이다.

재판은 저녁 7시3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서증조서 대상 서류 2만7000페이지 중 7000페이지밖에 끝내지 못했다. 재판부는 1월11일 오전 10시10분 2회 공판을 열고 서증조서를 이어가기로 했다. 재판이 끝나자 최순실씨는 방청석으로는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입을 가린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기자명 김연희·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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