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최근 박근혜 게이트 등으로 한국 내 상황이 급변하면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동안 닫아두었던 양국 간 학술 토론의 장을 다시 열었다. 한국 내 상황이 변함에 따라 정보 수집과 의견 전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이 2016년 7월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보복’으로 의심될 만한 각종 조치들을 진행해왔다. 2011년부터 연례적으로 열리던 차관급 한·중 국방전략대화가 중국 측의 미온적 태도로 무산되었다. 이미 여러 건의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교류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8월에는 한국인에 대한 중국 비자 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조정했다. 10월 이후에는 한류 콘텐츠 확산을 제한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으로 한국 가수의 중국 공연이 취소되었다. 동시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를 20% 줄이라는 구두 통지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11월에는 중국 내에 150여 개 점포를 둔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소방 및 안전 점검을 벌였다. 중국의 대응 방향은 민간 교류를 축소하고 경제 분야로 그 여파를 확장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대중국 수출의 약 5%를 차지하는 소비재와 관광, 유통, 한류 콘텐츠 등 비교적 민감하지만 그 비중이 높지 않은 것들이었다. 복수의 중국 측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본다. 한국 측 태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점차 자동차, 전기와 전자 등 핵심 산업 분야로 ‘보복 대상’을 옮아갈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한국이 탈냉전기에 유지했던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의 균형추 역할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최소한이나마 균형추 구실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드 배치 결정으로 미국의 MD를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이해한다.
제19차 전국대표회의 전에 사드 철회 원해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2017년 말로 예정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들었다. 이 19차 당 대회를 통해 중국의 차기 권력 구도가 확정된다. 집권층의 처지에서 현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것이 일정한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미·중 간 갈등이 격해지고 이와 연동되어 동북아 정세가 불안해진 것은 결코 시진핑 현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와 그 세력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그가 집권 초기에 내세웠던 강대국 간 외교에서의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신형대국관계’론과 자국 봉쇄망 약화를 목표로 하는 주변국과의 선린우호 정책이 과연 적절했느냐가 공산당 내부에서도 논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의 관계야 중국이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강했다면,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의 태도 변화는 주변국 외교의 최대 실책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중국의 격렬하고도 단호한 반응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지난해 10월19일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한·중 양국 관계를 부부 사이에 비유했다. 그는 “유리잔을 던지고 접시를 깰 정도로 심하게 싸울지라도 결국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지에서 개최된 한 학술회의에서 중국 학자는 이 말을 전하면서, “백번 양보해서 중국이 그동안 한국에 대한 배려가 약했고, 이에 대해 한국이 섭섭해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실제로 이혼을 한다면 중국은 크게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 이후는 그나마 싸우고 지내는 부부보다 더 나쁜 관계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의 선택이 남았다. 싸웠다고 무작정 헤어질지, 아니면 더 잘해줄 것을 약속받아서 앞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필자가 만난 중국 전문가들의 진단을 보면, 마치 무뚝뚝하고 기교 없이 떠나가려는 연인(한국)을 향해 돌아오라고 애원하는 모습(중국)일 수도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렇게 애원하는데도 마음을 돌리지 않는 연인을 어떻게 대할지, 또 속내가 복잡한 한국을 어떻게 되돌리게 할 것인지도 고민한다. 19차 당 대회가 임박할수록 중국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직접적이 되리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