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낳기 위해 돌부처의 코를 떼어다 갈아 마시는 풍속이 있었다. 성스러운 권력이라 하더라도 거대한 힘이 물질로 형상화하면 이렇듯 성적 상상력도 그 품에 끌어안기 마련이다. 물론 부처는 인자하다. 소박한 욕망에 제 몸을 떼어내어 적선한다 할까. 난폭한 권력이 석상이 되거나 동상이 되면 그 사정이 사뭇 다르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그 권력은 무협소설 속의 괴한들이 ‘흡성대법(吸星大法)’을 하듯 이런저런 거친 욕망과 음란한 상상력을 빨아들여 제 동력으로 삼는다. 이미 영험은 잃었지만 제 몫의 젯밥은 챙길 줄 아는 추억 속의 정치적 구호들이 그 의복 노릇을 하니 때로는 비장함조차 없지 않다. 벌써 낡아버린 비장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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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최루탄 가스를 가장 많이 마신 ‘백발 청년’
세상에서 최루탄 가스를 가장 많이 마신 ‘백발 청년’
주진우 기자
24년 전 그를 처음 보았다. 그는 백발이었고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최루탄이 날아다니던 광장에서 그는 꿈쩍도 않고 버티다가 쓰러졌다.세상에서 최루탄 가스를 가장 많이 마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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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에서 최순실이 되었다
촛불 광장에서 최순실이 되었다
신한슬 기자
극단 ‘경험과 상상’ 배우 김한봉희씨(32)는 11월12일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역으로 가는 5호선 지하철 안에서 진한 아이라인을 그렸다. 배우 김한봉희에서 ‘광화문 최순실’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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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여자라서 죽는다
그저 여자라서 죽는다
손희정(문화평론가)
사람은 죽는다. 사고로 죽고, 병들어 죽고, 나이 들어 죽고, 굶어 죽는다. 여자도 사람이므로 죽는다. 여자의 죽음에는 한 가지 원인이 추가된다. 때때로 그저 여자라서 죽는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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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은 세월호의 국제 버전이다
난민은 세월호의 국제 버전이다
문정우 기자
유엔 난민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미 전 세계 난민은 6000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51%가 아동이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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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되어 떠난 독자들의 선생
빛이 되어 떠난 독자들의 선생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나는 8월8일 별세한 황현산 선생(고려대 명예교수·불문학)을 30년 넘는 세월 동안 만나왔다. 첫 번째는 후배이자 제자로서였다. “춘천에 가서 현산이한테 배우고 오거라.” 대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