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보여주는 건 언제나 ‘순간’이지만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반드시 ‘시간’이다. 해가 지면 하나둘 불을 밝히던 백열전구의 시간, 그 불빛 아래 울고 웃으며 부딪던 소주잔의 시간, 술잔의 주인들이 떠난 자리를 분주히 치우며 새벽을 맞이하던 상인들의 시간. 그 애틋하고 악착같은 ‘시간’이 통째로 짓밟히는 ‘순간’이다, 이 사진이 붙잡은 것은.

그날, 30년의 흔적을 지우는 데 고작 3시간 걸렸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삶’을 위해 ‘반질반질 윤이 나는 생’이 또 버려졌다. 그렇게 말끔해진 통학 길에서 래미안의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온통 부수고, 밀어내고, 무너뜨리는 시대의 한복판을 지나며 푸르지오의 아이들은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적자생존’이 정글의 법칙이라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문명의 법칙은 ‘약자 공존’이어야 하지 않을까.

 

ⓒ 달여리

 

 

 

기자명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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