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보여주는 건 언제나 ‘순간’이지만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반드시 ‘시간’이다. 해가 지면 하나둘 불을 밝히던 백열전구의 시간, 그 불빛 아래 울고 웃으며 부딪던 소주잔의 시간, 술잔의 주인들이 떠난 자리를 분주히 치우며 새벽을 맞이하던 상인들의 시간. 그 애틋하고 악착같은 ‘시간’이 통째로 짓밟히는 ‘순간’이다, 이 사진이 붙잡은 것은.
그날, 30년의 흔적을 지우는 데 고작 3시간 걸렸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삶’을 위해 ‘반질반질 윤이 나는 생’이 또 버려졌다. 그렇게 말끔해진 통학 길에서 래미안의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온통 부수고, 밀어내고, 무너뜨리는 시대의 한복판을 지나며 푸르지오의 아이들은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적자생존’이 정글의 법칙이라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문명의 법칙은 ‘약자 공존’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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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결사의 자유를 되찾아오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되찾아오다
김은지 기자
걸어서 2분, 100m 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번번이 막혔던 길이다. 세월호 유가족, 촛불 시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은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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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너는 나다
힘없는, 너는 나다
은유 (작가)
‘열차는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굴러간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서울메트로 외주업체에서 일하던 김씨가 올해 5월28일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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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황폐하다
화려하게 황폐하다
이종태 기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 광화문의 지하 통로는 ‘화려하게 황폐하다’. 공간을 가득 채운 차갑고 푸르스름한 광휘. 천장의 LED등을 반사하는 대리석 바닥이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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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불안한 안전
그들의 불안한 안전
김동인 기자
모하메드는 살아남기 위해 고향인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떠났다. 약 3800㎞. 그토록 꿈꾸던 독일에 도착했다. 독일 정부는 그에게 약간의 지원금과 살아갈 거주지, 그리고 그가 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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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딜 가도 흑인들이 있다”
“세상 어딜 가도 흑인들이 있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우리 흑인들은 어딜 가도 있어. 그것만 기억해. 세상 어딜 가도 흑인이 있어. 우린 지구 최초의 인간이니까.” 이렇게 말해준 아저씨가 있었다. 잔뜩 겁에 질린 소년을 데리고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