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굴러간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서울메트로 외주업체에서 일하던 김씨가 올해 5월28일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졌다. 스무 살 고인의 가방에는 컵라면 한 개와 정비도구, 숟가락이 뒹굴었다. 끼니 때울 시간도 없이 쫓기며 일하던 어느 청년 노동자는 ‘시간의 잔해’가 되었다.


끼임, 굶음, 젊음, 죽음. 이 부조리한 슬픔은 도시를 감염시켰다. 시민들은 구의역에서 건국대병원 장례식장까지 추모 행진에 나섰다. 시민을 맞이한 유가족은 오열했고, 다 같이 맞절을 올렸다. 깊은 속죄의 진혼의식은 마지막 생일잔치가 되었다. 사고 다음 날이 고인의 생일이었다. 현재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는 눈물 자국 같은 다짐이 아로새겨져 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나다’.

 

ⓒ 정운

 

 

 

기자명 은유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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