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는다. 사고로 죽고, 병들어 죽고, 나이 들어 죽고, 굶어 죽는다. 여자도 사람이므로 죽는다. 여자의 죽음에는 한 가지 원인이 추가된다. 때때로 그저 여자라서 죽는다. 이 사회는 죽음을 이용하여 여자에게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족쇄를 안긴다. 이는 자발적인 자기 단속으로 이어졌다.
2016년 5월17일. 그날 이후로 우리는 여자라는 성별 자체가 위험을 초래하고 그 위험이 또 다른 위험으로 이어지는, 이 특수한 죽음의 조건에 대해 생각하고 쓰고 떠들어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죽음의 조건을 밝히는 일이 기실 삶의 조건을 확장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한계의 벽을 조금씩 밀어내고, 그렇게 삶의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우리의 삶은 ‘그 죽음들’ 이후의 삶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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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최루탄 가스를 가장 많이 마신 ‘백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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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
24년 전 그를 처음 보았다. 그는 백발이었고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최루탄이 날아다니던 광장에서 그는 꿈쩍도 않고 버티다가 쓰러졌다.세상에서 최루탄 가스를 가장 많이 마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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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에서 최순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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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슬 기자
극단 ‘경험과 상상’ 배우 김한봉희씨(32)는 11월12일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역으로 가는 5호선 지하철 안에서 진한 아이라인을 그렸다. 배우 김한봉희에서 ‘광화문 최순실’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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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은 세월호의 국제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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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유엔 난민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미 전 세계 난민은 6000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51%가 아동이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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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앞에 선 낡은 비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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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문학평론가·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아들을 낳기 위해 돌부처의 코를 떼어다 갈아 마시는 풍속이 있었다. 성스러운 권력이라 하더라도 거대한 힘이 물질로 형상화하면 이렇듯 성적 상상력도 그 품에 끌어안기 마련이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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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의 숨으로 이승의 여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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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제주올레 이사장)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농사지을 땅은 변변치 않은제주의 해안마을에서 제주 여성들의직업적 선택지는 오로지 해녀뿐이었다.생과 사를 넘나드는 그 직업이어찌나 힘들고 고달팠던지해녀들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