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우크라이나라고 답한다면 그는 미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체르노빌은 특정 지역이 아니다. 1986년 4월26일 이후 체르노빌은 지구이며 인류다. 아니 우리의 내면이다. 체르노빌 이전에 1945년 8월6일의 히로시마가 있었고 2011년 3월11일의 후쿠시마가 있다.

지난 세기 중반 이후 지구 표면 곳곳에서 핵실험이 꼬리를 물었고 북반구 도처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섰다. 특히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에 전 세계 원전의 4분의 1이 밀집해 있다. ‘핵의 다운타운’이다. 지속 가능한 문명을 상상하려다가도 원전을 떠올리면 앞이 캄캄해진다.

원전·핵은 인류가 미래를 훔쳐다 쓰는 최악의 범죄자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문제는 정치, 권력에 눈먼 현실정치다. 에너지 주권을 현실정치에 맡겨놓는 한 미래는 없다. 나, 우리부터 주권자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을 넘어 세계시민으로 거듭나 지구적 차원에서 사유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체르노빌‘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최후의 메시지일 것이다.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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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문재(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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