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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부결되면 ‘대국민 사기’ 드러날 것”

정의당은 최순실·차은택의 국정 농단을 ‘박근혜 게이트’로 규정하고 원내 정당 중 처음으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심상정 대표는 국정을 유린한 것에 대해 탄핵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2016년 12월 13일 화요일 제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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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8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시사IN> 인터뷰 쇼의 여섯 번째 인터뷰이로 나섰다. 주진우·차형석 기자가 독자들의 질문을 모아 대신 전했다. 서울지하철 상수역 근처 베짱이홀에서 열린 인터뷰 쇼를 재구성했다. 인터뷰 쇼는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있기 하루 전날에 열렸다. 이후 새누리당이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했다. 정치적 상황이 요동쳤다. 인터뷰 쇼 현장에서는 탄핵과 관련한 질문과 답이 많았으나, 이후 정치 지형이 급변해 탄핵에 대한 질의·응답 부분을 줄였다.



‘내 인생의 사진’을 먼저 소개해달라.

첫 번째 사진은 저의 ‘리즈 시절’이다. 재수해서 대학을 갔다. 사진은 대학 합격 이후 친구들과 울릉도에 갔을 때다. 4형제인데 형제들의 대학 시험 ‘재수’ ‘삼수’ 한 것을 합하면 13수다. 재수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나도 고등학생 때 좀 놀았다. 두 번째는 경기 평촌에 있는 빌라 사진이다. 2004년 17대 국회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때 저 건물 반지하에 살았다. 주변이 전부 아파트 단지인데 개발 안 된 빌라촌이었다. 3년6개월가량 살았다. 5층짜리 빌라에 10가구가 살았다. 주민들이 국회의원 되었다고 저렇게 현수막을 걸고 한 집에 모여서 축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나중에 이사를 갔는데, ‘국회의원이 탄생한 집’이라고 그 반지하 집 가격이 올랐다고 하더라(웃음). 세 번째는 대통령이 국회에 13분 있다가 간 날(11월8일) 사진이다. 저때만 해도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한 당은 정의당밖에 없었다. 길목 좋은 데 잡아서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봤을 거다. ‘쪼개면서’ 지나가더라(방청객 웃음).

ⓒ심상정의원실 제공
심상정 대표가 대학 합격 후 친구들과 울릉도에 놀러 갔을 때 모습

대학 시절은 어땠나?


대학 입학 때는 역사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1978년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1979년 박정희 피살, 1980년 광주항쟁 등 독재정권의 말기로 대격변기였다. 그때는 대학 전체가 운동권이었다. 처음엔 ‘절대 운동권 안 하겠다’ 했는데, 역시 시대를 비켜갈 수가 없었다. 마음에 드는 남학생 딱 찍어 뒤쫓아보면 영락없이 운동권이었다(방청객 웃음). 애인 찾아 운동권 된 거죠(웃음). 대학 다닐 때는 굽이 7㎝ 이하 구두는 신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렇게 운동권 학생이 되었다.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대학 때 실컷 해보려던 연애는 못하고 운동하다가 이렇게 되었다(방청객 웃음).

ⓒ심상정의원실 제공
2004년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살았던 빌라

박근혜 게이트를 어떻게 보는지?


정의당은 원내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박 대통령이 퇴진하는 것이 사태 수습의 출발점이라고 선언했다. 처음부터 ‘박근혜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를 상대하면서 주요 정책 결정의 과정, 메커니즘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최순실 일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명쾌하게 해석이 되었다. 그래서 ‘대통령 하야’를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었다. 박근혜 게이트 뚜껑을 열어보니 뿌리 깊은 정경유착이 복판에 있었다. 역시 삼성이 중심에 있었다. 또 이런 국정 농단이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가능했던 데는 검찰의 조력이 한몫했다고 본다. 정치 검찰이 국정 농단을 방조하거나 일정하게 조력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검찰 전관들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우병우씨에 대해서 수사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는 곧 재벌 게이트이자 검찰 게이트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를 칭칭 동여맨 낡은 기득권 카르텔을 혁신해야 한다.

탄핵에 대해서는?

정의당이 생각한,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 기한은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린) 11월26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에서 정한 대로 헌법 유린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탄핵안이 부결되었을 때는 어느 당이 ‘대국민 사기’를 쳤는지 엄정하게 가려져야 한다.

ⓒ심상정의원실 제공
11월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왔을 때 피켓을 든 모습

촛불 정국에서 야당 모습에 실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가 국회의원인데도 하루에 몇 번씩 좌절할 때가 있다. 야당이 몰랐다 하더라도 3년 반 동안 견제가 안 되었다.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야당조차도 경제 권력에 알아서 기었다. 국민이 절박한 만큼 국회도 절박해야 한다. 과감한 국회 개혁이 필요하다. 속상한 게 그런 거다. 예를 들어 사드는 한번 배치하면 속된 말로 ‘빽도’가 불가능하다. 야당은 인식을 공유하는데 정작 당론을 정하지 않는다. 또 국감 내내 전경련은 낡은 정경유착의 표상이므로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전경련 해체안을 내면 경제단체 해산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속 터진다.

다른 정당에 비해 정의당 지지율이 낮다.

정의당에 대해서는 마이크 성량이 너무 작다. 우선 텔레비전에서 보여주지 않는다. 의석수가 적더라도 국민이 4당 체제를 만들어주었는데, 정의당이 열심히 해도 보도가 되지 않는다. 또 국민들이 사표 심리 혹은 힘의 논리에 익숙한 것 같다. 기득권 정치세력이 그동안 민심을 왜곡하고 서로 타협하면서 근본적 개혁을 차단했다. 그 결과가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외치는 정도까지 왔다. 정치가 사회변화를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과정을 보면서 더 이상 어정쩡하게 봉합해선 안 되지 않나, 이번 계기를 통해서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한국이 과연 미래로 갈 수 있나 하는 고민을 국민들이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 정의당을 새롭게 주목하지 않을까.

진보 정당으로서 정의당은 다른 야당과 어떻게 다른가?(방청객 질문)

주요 정치 지도자들 중에서 좋은 정당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두는 이를 보지 못했다. 저는 정당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현대적인 좋은 정당을 만들어봐야겠다 싶어서 이 길을 가고 있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낙후된 정당 체제에 기인한다. 시민주권 시대의 통치는 제아무리 탁월하더라도 개인에게 맡길 수 없다. 정당의 정권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대선 주자 한 사람이 당을 쪼갰다 만들었다 하는 일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명사 정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은 낡은 이념에 집착하는 진보 정당이 아니라 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실현한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정당이다. 유럽에는 보수당과 사민당이 있다. 각 정당이 집권할 때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가 명확하다. 그래서 격차가 너무 심해 복지가 필요하다 싶으면 사민당을, 경기 활성화가 필요하다 싶으면 보수당을 선택한다. 그런데 한국은 정책으로는 각 정당을 구별할 수 없다. 정의당은 원칙에 철저하고 책임성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진보 정당이다.

ⓒ시사IN 이명익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운데)는 “박근혜 게이트는 곧 재벌 게이트이자 검찰 게이트다”라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정의당 대표를 하는 데 어려운 점은?(방청객 질문)


노동운동을 20년 했는데 (전노협) 쟁의국장을 했다. 그때 저를 소개할 때 ‘슈퍼우먼’이라고 소개를 하더라. 처음에는 칭찬인 줄 알고 뿌듯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로 사회 활동을 하기가 너무 힘들더라. 어느 순간 깨달았다. 슈퍼우먼이라는 말은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을 여성의 능력으로 치환하는 이데올로기구나. 그다음부터는 정색을 하고 슈퍼우먼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 국회가 여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 하지만 여성이라서 정치를 하기 힘든 것은 없다. 내가 (가사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가정을 평정했기 때문에(웃음).

심상정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따뜻한 노란색 같은 나라다. 내가 노력하고 내 능력만큼 제대로 평가받는 사회다. 한국이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이게 가장 필요하다. 돈이 실력이 아니라 땀이 실력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복원되려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방청객 질문)

최순실 일당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정유라씨의 친구 아버지 일까지 대통령이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청와대가 농성 체제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고통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촛불 시민광장에서 한국의 희망을 봤다. 시민들이 대한민국 운명의 최종 결정자다. 주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이 매우 뚜렷하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이 최종 결정자라는 자각과 책임이 결국 한국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대통령 퇴진뿐만 아니라 낡은 기득권 카르텔을 근본적으로 바꿔낼 때까지 주권자로서 책임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람은 살아온 과정을 뛰어넘는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 누구나 자기가 살아온 삶의 한계에 갇히고 그걸 인정해야 한다. 반기문 총장은 평생 행정만 해본 분이다. 이런 분이 갑자기 대한민국의 이 복잡한 전환기에 리더십을 가진다고? 개인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리더십 선출 과정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당에서 훈련받은 예측 가능한 리더십을 뽑아야지, 한국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인기로 대통령을 뽑는 나라는 거의 없다.

ⓒ시사IN 이명익
심상정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는 정의당이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진보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의 대선 계획은? 그리고 대선 경선에 뛰어드는가?

먼저 탄핵에 집중해야 하고 그러고 나면 조기 대선은 불가피하니 정의당도 대선 준비에 공식적으로 착수해야 된다. 정의당이 대선에 나가야 대선의 색깔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선은 주요 정당의 기득권이 너무 공고하다. 또 내년 대선 운동 기간이 워낙 짧을 것이니 획기적 변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식으로 주권자의 판단을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근본적 변화의 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시민들의 뜻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의당도 후보를 내고, 저도 유력한 후보군 중 한 명이다. 변화를 위해 대선에 최선을 다할 거다. 정의당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의당이나 심상정이나 ‘저평가 우량주’ 아닌가. 저평가 우량주라는 확신이 서면 팍팍 투자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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