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계가 앞당겨졌다. ‘빠르면 3월, 늦어도 6월’에 맞춰 외부 일정을 조정하고 조직을 정비하느라 분주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예외가 아니다. 반 총장은 12월31일 퇴임한다. 아직까지는 대선과 관련한 ‘직접화법’은 삼가고 있다. 정치권에서, 특히 새누리당에서는 그의 말 한마디, 그의 움직임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당장 반기문 총장의 귀국 일자부터 논란이 되었다. 11월28일(미국 현지 시각), 반 총장은 일본 언론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1월1일부터 민간인으로 돌아간다. 한국으로 돌아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곧바로 일본 언론발 ‘반기문 1월1일 귀국설’이 국내에 퍼졌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1월29일 “당시 반 총장의 발언은 1월1일부터 민간인 신분이 된다는 뜻이었고, 1월 중순에 한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1월1일 귀국은 오보라고 확인해준 것이다.
해프닝이었지만, 한국 정치권이 겪은 소란은 작지 않았다. 때가 때인지라, 귀국 시기 자체가 반 총장의 대권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단서였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1월 초 귀국과 1월 중순 귀국은 온도차가 크다. 당초 예정된 귀국일은 1월22일 전후였다. 만약 이보다 앞서 귀국하면 대선 레이스에 일찍 뛰어들어 여권 재편의 한 축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귀국이 미뤄질 경우, 반 총장이 다른 수를 고심하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퇴임 후 민간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길도 아직 남아 있는 옵션 가운데 하나다.
반기문 총장의 측근인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의 한국 방문도 뒤늦게 논란이 되었다. 반 총장의 실무 측근으로 꼽히는 김 차장은 11월 중순 한국을 방문해 주요 정치권 인사를 만났다. 11월30일 〈문화일보〉는 관련 인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반 총장이 다소 의기소침한 상태라고 전했다. 반 총장 스스로 출마 의지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로 들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월30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차장과 만난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반 총장의 출마 의지에 대한 질문에 정 원내대표는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탄핵 정국과 새누리당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반기문 불출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새누리당도, 제3지대도 모두 정글
반 총장 처지에서 ‘새누리당 구원투수’라는 포지션은 이제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큰 타이틀이 되었다. 지지율도 흔들린다. 11월30일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차기 대선 주자 설문조사(전국 1059명 대상, 응답률 15.3%,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반 총장은 지지율 17.3%로 문재인 전 대표(17.1%), 이재명 성남시장(15.7%)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한 해 동안 여권의 안정적인 기반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시나리오는 이제 불가능해졌다. 새누리당 자체가 질서 있는 대열 정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그 후폭풍의 영향권에 반 총장도 포함될 수 있다. 지금보다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총장으로서는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 반기문 총장이 여권이 아닌 제3지대에서 개헌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반 총장에게 제3지대야말로 정글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제3지대야말로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뛰어든 적이 없는 반 총장이 거기서 정치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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