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일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교육장관이 인선되었다. 당선 직후부터 2주간 교육장관 인선을 위해 공을 들이는 듯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식 발표를 한 것이다. 주인공은 벳시 디보스. 그녀는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이면서 수백억원대의 부를 축적한 사업가로, 자선사업가이면서 교육운동가이다. 교육운동가이지만 교육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다. 대신 그녀의 학부 전공인 경영학을 살려 주로 사업적 시각으로 교육에 접근해왔다. 언론은 그의 교육 사업가적인 측면이 트럼프 당선자가 추진하려 하는 교육 개혁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와 디보스가 함께 추진할 교육 개혁을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학교의 기업화’와 ‘차등적 교육’이다. 두 사람 모두 부모의 ‘학교 선택권(School Choice)’을 중시하는데, 이를 잘 살펴보면 전형적인 ‘소비자 대 기업’ 관점으로 학생과 학교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FP PHOTO교육장관으로 지명된 벳시 디보스.
먼저 이들이 학교 선택권을 중시한다고 하는 배경에는 공교육의 교육 수준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공교육은 지역 편차가 심하고 교사의 질에서도 차이가 큰 편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이들이 주장하는 것이 바로 학교 선택권이다. 학부모와 학생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지면 각 학교는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할 테고, 이 경쟁에서 낙오하는 학교는 자동으로 도태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자본이 든든한 사립학교가 우세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돈이 많은 학부모와 자녀들은 비싼 사립학교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는 반면, 돈이 없는 이들은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한껏 질이 떨어진 공교육을 받게 된다. 공교육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통해 이뤄내야 할 문제이지 학교들끼리 경쟁을 붙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식 접근법은 오히려 수십 년간 미국 교육학계에서 타파하려 했던 불평등과 차별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디보스 장관 인선을 두고 “잠재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선택이다”라며 공교육 옹호론자들의 반대가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벳시 디보스 인선 전에 벤 카슨과 미셸 리가 교육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다. 벤 카슨은 전직 신경외과 의사로 2013년 의사 직을 떠난 후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섰다. 카슨은 총기 소지를 옹호하고 전쟁을 부추기는 막말로 ‘흑인 트럼프’라 불리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대학 교육을 지양하기 위해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의 일부로 미국 역사 교육을 꼽기도 했다. 벤 카슨은 교육장관 대신 주택·도시개발장관으로 확정되었다.

진보 성향 강한 미국 교육학계 강하게 반발

하마평에 올랐던 미셸 리는 벤 카슨에 비하면 다소 온건한 성향이다. 교육장관에 지명되면 최초 한국계 장관 탄생이라며 한국 언론에 소개되었는데, 그녀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전 워싱턴 D.C. 교육감을 지냈다. 그녀는 교육감 재직 당시 교사성과제를 추진하며 지역 교사 241명을 해고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워싱턴 D.C. 일대 교육 개혁을 감행한 바 있다. 이러한 행보는 교직원 노조와 노조 지지자들의 공분을 샀고, 그들로부터 ‘사악한 마녀’라 불리기도 했다.

미국 교육학계는 진보 성향이 강하다. 대다수의 미국 교육대학원 박사 프로그램이 교사 경력을 요구하고, 교사 경력이 있는 이들 중 대다수가 교육 현장에서 민낯으로 드러나는 사회 부조리를 목도하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학계는 벳시 디보스처럼 사업가 출신이 교육 개혁이라며 벌이는 운동에 비판적이다. 실상은 개악 운동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디보스 교육장관 인선에 대해 미국 교육자들은 벌써부터 한숨을 내쉰다.

기자명 김혜영 (컬럼비아 대학 교육대학원 박사과정)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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