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18일 이화여자대학교 체육특기자 전형 면접날이었다. 최종 6명을 선발하는 전형에 서류지원자 111명이 몰려 경쟁률이 18.5대1이었다. 교육부 특별감사에 따르면, 정유라씨는 국가대표 단복을 입고 나타나 면접 테이블에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올려놓았다. 당시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면접위원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수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아라”고 말했다. 일부 면접위원들은 서류평가 점수가 정유라씨보다 높았던 지원자 두 명에게 면접 점수를 낮게 주었다.

남궁곤 전 입학처장은 교육부 특별감사 발표 전 〈시사IN〉과 한 인터뷰에서 “어떤 입학처장이 바보같이 금메달 딴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는데 금메달리스트 뽑으라고 공개된 자리에서 얘기하겠나. 평가하러 온 교수들은 바보인가. 다만 정씨 이외에도 동메달리스트 두 명이 더 있어서 메달리스트에 주목하라는 이야기는 했다”라고 해명했다. 이는 교육부 감사 결과 거짓말로 밝혀졌다.

정씨는 입학만큼 대학 생활도 쉬웠다. 2015년 3월 이화여대에 입학한 정유라씨는 2016년 8월 여름 계절학기까지 출석도 과제도 전혀 하지 않았는데 8개 과목에서 학점을 받았다. 교수들이 출석을 인정해주고 과제를 대신 해준 결과였다. 2016년 여름 계절학기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은 중국 구이저우(귀주)성 패션쇼를 견학하고 사후 보고서를 제출했다. 패션쇼 작품 중 한 개의 사진과 거기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패션 일러스트를 제출해야 했다. 이 과목 성적의 60%를 차지하는 과제물이었다. 이 과목을 담당한 이인성 교수(의류학과)는 정유라씨 대신 사진과 일러스트를 과제물로 제출했다.
 

누군가 대리 시험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정유라씨의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답안지(왼쪽)와 교수가 대신 해준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과제물(오른쪽).

대리 시험으로 성적을 얻은 과목도 있다. 2015년 1학기에 열린 ‘K-MOOC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과목은 온라인 수업이지만 기말고사를 오프라인에서 치렀다.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기말시험이 있었던 2015년 6월11일 정씨는 한국에 없었다. 정씨 이름의 답안지가 제출되었다. 서술형 문제인 1번은 아예 적지 않았고, 단답형 문제 14문제 중 10개를 맞혔다. 수업을 담당한 이인화 교수(본명 류철균, 융합콘텐츠학과)는 〈시사IN〉과 통화에서 “대리 시험, 대리 수강에 관여한 바가 없다. 수업은 온라인에서 하고, 276명이 딱 한 번 시험을 치기 때문에 확인이 불가능하다. 대리 시험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학점 특혜에는 국가대표라는 후광도 한몫했다. 2016년 1학기 ‘퍼스널 트레이닝’ 수업을 담당한 서호정 강사(체육학부)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로 해외 체류 훈련을 하고 있어 관례적으로 (출결 자료가 없음에도) 성적을 부여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기 ‘글로벌 체육봉사’ 과목을 담당한 강지은 초빙교수(체육과학과)도 〈시사IN〉과 통화에서 “학기 초에 정유라 학생이 찾아와 금메달 따려고 전지훈련 중이라고 했다. 다른 특기자들에게도 그랬듯 열심히 운동한다는 말을 믿고 출석 대체 과제를 기다리던 중이었다”라고 말했다.

대한승마협회는 국가대표 선발 시 전년도 전국대회 및 세계대회 순위로 정해지는 ‘통합포인트’를 반영한다. 2014년 3월, 고등학생이었던 정유라씨는 마장마술 선수 30명 중 통합포인트 4위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고교 학생 선수 가운데 최고 순위였다. 하지만 이는 규정을 어겨가며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받은 결과였다. 서울시교육청 〈학교 체육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 선수들은 전국체전과 국제 대회를 제외한 국내 대회 출전 횟수가 연간 4회로 제한된다. 선수들의 학습권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한 모든 대회 출전 시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학 입학 과정도 검찰·특검 수사 대상

서울시교육청이 정유라씨가 다닌 청담고를 감사한 결과, 정씨는 2012년 7개 대회에 학교장 승인을 받아 참가했다. 1개 대회에는 학교장 승인도 받지 않고 출전했다. 2013년에는 무려 10개 대회에 나갔는데 이 중 4개 대회가 학교장 승인을 받지 않은 무단 출전이었다.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연간 4회 출전 제한 규정을 어긴 것이다.

감사를 진행한 전창신 서울시교육청 사무관은 “다른 학교 승마 선수는 물론, 같은 학교를 다니는 다른 승마 선수도 규정을 지켜 4개 대회만 참가 승인을 받았다. 규정을 위반해서 참가한 입상 실적은 무효 처리되므로 국가대표 선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교육부는 정유라씨(위)의 입시 부정과 성적 조작과 관련해 이화여대 교수 2명의 해임을 요구하고 교수 1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가대표 정유라씨는 2014년 3월24일부터 2014년 9월4일까지 6개월간 훈련 명목으로 모든 결석이 공결(결석이지만 출석으로 인정함) 처리됐다. 심지어 관련 공문은 같은 해 4월1일 접수됐지만 청담고는 그전 기간까지 소급 적용해주었다. 아시안게임 개인전 일정을 모두 마친 9월25일부터 9월30일까지도 추가로 공결 처리했다. 정유라씨는 2014년 고등학교 3학년 전체 수업 일정 193일 중 단 17일만 출석하고도 졸업할 수 있었다. 여기에 최순실씨가 교사 3명에게 촌지를 주려고 시도했고, 1명은 금품 수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유라씨 특혜 관련 전 청담고 교직원 전원을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뇌물죄 혐의와 국가대표 선발 과정 특혜도 포함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청담고는 공립학교다. 공무원이 직무에 관련된 뇌물을 받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형법 제129조).

교육부는 이화여대에 남궁곤 전 입학처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 학장 해임을 요구하고, 교수 1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강요·업무상 배임 등이다. 교육부는 또 최순실씨, 정유라씨,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이인화 교수 등을 수사 의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교육위원장 김영준 변호사는 “이들의 ‘윗선’을 조사해야 한다. 교육부도 자유롭지 않다. 일단 고발이든 수사 의뢰든, 공이 검찰로 넘어간 이상 수사 의지를 발휘해서 과감하게 하는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민변은 11월22일 성명을 발표해 “국회에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관복 교육비서관 등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으나, 교육부는 이 부분을 처음부터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교육부로부터 고발장과 수사의뢰서를 접수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정유라씨의 선화예중·청담고·이화여자대학 특혜 의혹 역시 조만간 출범할 특별검사 조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기자명 신한슬·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