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섬을 잇다 1, 2〉
이경석 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견고해 보였던 정부는 모래성이었다. 강한 정부는 거짓말이었다. 비선은 실재했고, 거대했던 대통령은 그림자에 불과했다. 거리에서 싸운 사람들은 유령과 싸운 세월에, 허망함이 ‘달그닥 훅’ 몰아쳤다.

당연한 권리를 위해 장기간 거리에서 싸운 사람들이 있다. 정부와 기업의 결정에 일상이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 싸움은 더 길어졌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그랬듯, 이들을 소수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짰다. 농성장은, 싸우는 이들은 점점 ‘섬’이 되었다.

〈섬과 섬을 잇다〉는 섬이 된 장기 농성 현장의 외로움을 기록했다. 2014년 5월에 나온 첫 권은 밀양 송전탑, 현대차 비정규직, 재능교육,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콜트콜텍, 코오롱 현장을 담았다. 이듬해 말에는 광화문 장애인, 유성기업, 기륭전자, 스타케미칼 장기 농성을 담은 두 번째 책이 나왔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장기 농성 현장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과 소외라고 이야기했다. 섬처럼 고립된 전국의 현장을 잇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이전 정부에도 책임은 있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농성을 박근혜 정부는 방관하거나 옥죄었다.

이 책이 나온 뒤 몇몇 현장은 ‘합의’가 이뤄졌다. 쌍용차는 일부 노동자들이 올해부터 복직을 시작했고, 코오롱과 재능교육도 사용자 측과 협상을 체결했다. 그러나 그 시각에도 어딘가에서 ‘섬’이 태어나고 있었다. 밀양과 강정마을엔 공권력이 투입됐고, 유성기업, 콜트콜텍 현장은 여전히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기업을 피해자로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업이 대통령을 두려워했다 해도, 섬에 고립된 이들의 두려움에 비할 수 있을까. 이 황망한 시국에,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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