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만 해도 출판계에서 ‘20대 OL(office lady)론’을 종종 듣곤 했다. ‘20대 OL’은 직장을 다니는 20대 여성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이들이 가장 책을 많이 구매하니까 이들을 타깃으로 책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홀리 가든〉(소담출판사)은 ‘20대 OL론’에 응답하는 소설이다. 전체 구매층의 55.1%가 20대 여성이다. 이 책에 대한 20대 여성의 ‘편애’가 남다르다는 것은 역시 20대 독자층이 많은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소설 〈포르토벨로의 마녀〉(문학동네)와 비교해도 알 수 있다.

〈홀리 가든〉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일본 작가 중에서도 여성 독자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이로 손꼽힌다. 전작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등도 여성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신작 〈홀리 가든〉도 여성 독자 비중이 80.4%에 이른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쓴 존 그레이의 비유를 빌리자면, 〈홀리 가든〉은 주로 ‘금성’에서 읽는 책이다.

위 두 책이 ‘금성에서 읽는 책’이라면, 〈이코노믹 씽킹〉(웅진지식하우스)은 ‘화성에서 읽는 책’이다. 남성 독자가 전체 구매층 가운데 67.7%를 차지한다. 〈포르토벨로의 마녀〉와는 정반대다.

전통적으로 경제·경영서 시장은 남성 독자들의 주무대이다. ‘독서 시장의 소수자’인 40대 남성들도 어느 정도 ‘지분 참여’를 하면서 남성 독자 대 여성 독자 비율이 6 대 4의 비율을 보인다.

〈이코노믹 씽킹〉의 핵심 독자층은 30대 남성이다. 이 책을 낸 웅진지식하우스 김형보 주간은 이렇게 말했다. “경제 교양서는 7 대 3(남성 독자 대 여성 독자) 비율이다. 30~40대 남성을 겨냥하고 마케팅을 한다. 예전에는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보려면 ‘사회과학서’나 ‘철학서’를 읽었는데, 요즘 30∼40대 남성들은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읽는 기초 지식으로서 ‘경제교양’을 떠올리는 것 같다”

같은 경제·경영서라고 하더라도 재테크 서적은 여성 독자 비율이 상승한다.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미르북스)의 여성 독자층은 46%이다. 이 책은 제목과 독자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연하게 보여준다. 제목에 나온 2030세대 구매비율이 93.5%이다. 그래서 출판 마케팅의 기본이 3T(Title·Target·Timing)라고 했던가. 제목(Title)은 역시 중요하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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