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귀환제임스 리카즈 지음, 최지희 옮김, 율리시즈 펴냄무서운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다. ‘금이 돌아온다(귀환)’는 것은 그동안 국제금융 질서에서 황제 노릇을 해온 달러의 ‘퇴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달러의 금 태환’을 중지시킨 이후 달러는 글로벌 차원에서 ‘가치의 척도’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도 금은 달러 뒤에 숨어서 수렴청정을 해왔으며 조만간 도래할 국제통화 시스템 붕괴 시대에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금의 귀환〉은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비중을 높이라는 투자 지침서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금이란 소재를 통해 화폐와 통화 시스템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로도 유용하다.

그것은 정말 애국이었을까클레어 코너 지음, 박다솜 옮김, 갈마바람 펴냄1958년 설립된 미국 극우 단체 ‘존 버치 협회’. 저자의 부모는 이 단체의 간부였고, 저자는 극우 인사 사이에서 ‘빨갱이’ ‘간첩’ ‘전쟁’ ‘음모’라는 단어를 들으며 자랐다. 죽는 날까지 민주당에 적의를 보인 부모의 생애는 고스란히 20세기 미국 극우 세력의 역사가 된다. 부모가 남긴 방대한 자료가 고스란히 극우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클레어 코너는 미국 극우 단체 ‘티파티’의 등장을 보고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부모가 돌아가신 직후, 세계 금융위기와 버락 오바마가 등장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극우주의도 이름과 조직을 바꿔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 토대 위에 이제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다. 우리에게도,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핵 벼랑을 걷다

윌리엄 J. 페리 지음, 정소영 옮김, 창비 펴냄핵은 현실이다. 국제정치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페리 프로세스’가 귀에 익은 이유는 발 딛고 사는 이 땅의 뉴스이기 때문이다.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 등으로 북·미 갈등이 높아졌던 김대중 정부 시절, 미국의 대북조정관 페리가 북한을 방문해 일괄 타결 협상을 끌어냈다.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는 북의 체제를 보장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한다는 것이었다.미국 전 국방장관인 저자가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핵안보 외교정책을 회고했다. 대북정책을 다룬 제14장과 제22장이 눈길을 끈다. 페리의 현재를 알고 싶다면 책을 다 읽은 다음 ‘윌리엄 페리 프로젝트(www.wjperryproject.org)’를 방문해보자.

2030 인재의 대이동최현식 지음, 김영사 펴냄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기 분야의 전문가는 말 그대로 ‘전문가’일 뿐 더 이상 ‘인재’가 아니다. 저자는 앞으로 다가올 융·복합의 시대, 경계 파괴의 시대에는 자기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하는 ‘융합적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한 기술지식을 바탕으로 감성을 디자인하고 경영하는 창의적 존재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이 바라보는 인재상이 변화하고 있고, 이런 변화에 준비된 자들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면서 개인의 비전과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훈련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 이 책이 미래에 대한 큰 비전을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세워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페미니즘 선언한우리 기획·옮김, 현실문화 펴냄선언이란 단순히 대중 앞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게 아니라 허공에 부유하는 언어들을 한데 모아 구체화하는 것이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 무언가 잘못됐다고, 무언가 부당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폭발적으로 분출된다. 선언은 어떤 ‘무기’다. 1960~197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선언문 9편을 한데 엮었다. 선언문마다 당시 시대적 맥락이나 페미니스트 그룹을 소개하는 해제를 덧붙였다. 폭발할 듯한 열기 속에서 발표된 이 선언문들은 성차별적인 사회를 거침없이 고발한다. 선언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상상력을 얻는 일이다.

중세 3움베르토 에코 외 지음, 김효정 외 옮김, 시공사 펴냄지난 2월9일, 움베르토 에코가 세상을 떠났다. 세계는 〈장미의 이름〉을 지은 소설가이자 위트 있는 에세이스트,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을 연구한 석학을 한꺼번에 잃었다.에코는 SNS 트위터 자기소개란에 스스로를 ‘중세학자’라고 썼다. 그는 생애 내내 줄기차게 중세에 대한 오해를 반박했다. 〈중세〉 시리즈 기획은 그 집대성이다. 중세 천 년을 네 구간으로 나눠 그 시대의 역사·철학·과학기술·문학·음악을 분석했다. 에코가 기획하고 학자들 수백명이 공동 저작했다. 익숙한 중세 클리셰를 벗어난 다채로운 중세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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