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시작된 오른쪽 견갑골 통증으로 50대 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견갑골 쪽이 따갑고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 때문에 어깨 MRI를 촬영했더니 찢어진 부위가 발견되어 8개월 전에 어깨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을 받고도 여전히 똑같이 아프다는 것이다. 어찌된 영문일까? 외부 병원에서 가져온 영상을 보니 어깨에는 약간의 힘줄 손상이 있고 경미한 목 디스크 탈출이 보였다. 목과 어깨를 수차례에 걸쳐 이리저리 만져보고서야 어깨의 병 때문이 아니라 목에 생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이리 복잡한 것일까?

목-정확히는 목을 이루는 척추(경추)-에서 생기는 통증은 대부분 목 디스크 내부 손상, 디스크 탈출증 혹은 후방관절증 때문이다(〈시사IN〉 제474호 ‘목 디스크 손상되니 귓구멍도 아프구나’ 기사 참조). 이런 병이 있을 때 전형적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는 목덜미, 어깻죽지, 승모근, 윗등 부위 등이다. 목 디스크 손상이 심해져 디스크 내부 손상이 디스크 탈출증으로 진행되면 수핵이 흘러나와 팔로 가는 신경뿌리에 묻어 염증을 일으킨다. 이러면 마치 팔에서 통증이 오는 느낌이 든다. 팔의 근육이 욱신거리기도 하고 뼛속이 곪는 것 같기도 하고 피부를 바늘로 찌르거나 감전된 것같이 느껴진다.

ⓒ시사IN 이명익목 디스크 탈출증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스펄링 증후: 고개를 아픈 쪽으로 돌리면서 뒤로 젖히면 어깻죽지와 팔에 통증이 갑자기 심해진다. 사진의 환자가 입을 딱 벌릴 정도로 아파하는 것이 보인다.
어깨 통증을 일으키는 어깨의 병은 속칭 오십견이라고 하는 유착성 관절낭염(어깨 속의 관절막에 염증이 생겼다가 흉터가 생기면서 어깨가 굳어가는 병), 회전근개 힘줄 손상, 석회성 건염 등이다. 이런 병으로 인한 통증은 대부분 삼각근이 팔뼈에 붙는 부위(어깨보다 약간 아래, 위팔뼈의 위에서 3분의 1 부위. 아래 〈그림〉 참조)에 집중된다. 어깨에 나타나는 병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어깨 관절막 속의 활액막에 염증을 만들어 관절막 통증을 일으키는데, 그 연관통이 바로 어깨 바로 아래 부위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통증의 원인이 어깨 때문인지 목 때문인지 알려면 어깨와 목을 움직여보면 된다. 손을 뻗거나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과 같이 어깨를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어깨의 병이고 목을 돌릴 때 아파지면 목의 병이다. 목을 뒤로 젖히면서 어깨가 아픈 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 어깻죽지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을 스펄링 증후(Spurling sign)라고 하여 목 디스크 탈출증의 전형적인 양상으로 꼽힌다.

왼쪽 사진과 같이 목을 뒤로 젖히고 아픈 쪽으로 돌리면 탈출된 목 디스크가 옆과 뒤쪽으로 밀리면서 염증이 생긴 신경뿌리가 지나가는 신경구멍을 좁게 만든다. 이러면 신경뿌리가 눌리면서 통증이 더 심해진다. 스펄링 증후는 민감도는 낮고 특이도는 높다. 스펄링 증후가 보이면 목 디스크 탈출증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 증후가 안 보인다고 해서 목 디스크 탈출증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목 디스크 탈출증이 있어도 스펄링 증후가 안 나올 때가 많다. 이 스펄링 증후는 다음 회에서 설명할 매킨지 신전 동작과 연관이 높기 때문에 잘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반면 목 디스크 탈출증이 원인일 경우 통증 범위가 광범위하다
어깨병이나 목병 모두 밤에 잠을 자면서 통증이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잠을 자다 보면 아픈 어깨를 깔고 옆으로 누울 수도 있고 목이 많이 구부러지거나 뒤로 젖혀질 수도 있다. 어깨병이 있으면 전자에서, 목병이 있으면 후자에서 통증이 유발된다. 또 다른 감별점으로, 어깨병의 경우 아래팔이나 손까지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깻죽지, 견갑골, 윗등 쪽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즉, 목병일 경우 어깨병에 비해 훨씬 더 넓고 다양한 부위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위 〈표〉와 같다. 어깨가 아플 때 어깨병 때문인지 목병 때문인지 감별하는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다른 점이 많은데 왜 헷갈린 걸까? 어깨병과 목병의 전형적인 통증 양상만 보면 혼란스러울 이유가 없어 보인다. 어깨 바로 아래가 집중적으로 아프면 어깨병이고 어깻죽지, 팔 전체, 손까지 아프면 목병이라는 것이다. 딱 부러지는 차이가 보이는데도 왜 목병인데 어깨 수술을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 사실은 진료실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어깨병과 목병을 감별하는 것이다. 다음 네 가지 때문이다.

어깨에 나타나는 병들은 공통적으로 어깨 바로 아래에 통증이 있다
첫째, 비전형적인 임상 양상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어깨병일 때 아래팔, 손, 어깻죽지 통증이 드물기는 하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착성 관절낭염이나 석회성 건염이 매우 심할 때는 통증이 어깨 바로 아래를 벗어나 팔꿈치를 지나 아래팔까지, 심지어는 손가락까지도 아프다. 견갑골 쪽이 아픈 석회성 건염도 드물지 않게 본다. 한 유착성 관절낭염 환자가 그린 통증 그림은 얼핏 보면 목 디스크 탈출증으로 오인하기 십상일 정도로 통증 부위가 넓게 퍼져 있었다. 이 환자는 목과 어깨를 움직여봐서 어깨를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을 확인하여 감별이 가능했다.

그러나 목과 어깨를 움직여 봐도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어깨병이 있는 경우 손을 등 뒤로 돌리는 동작(뒷짐 지는 동작) 때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이 많은데, 목 디스크 탈출증이 심해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염증이 심한 신경뿌리가 당겨지면서 아프기 때문이다. 감별하기 쉽지 않다.

ⓒ시사IN 이명익목 디스크 탈출증에 따른 통증을 줄이기 위해 취하는 전형적인 자세들.
둘째, 어깨병과 목병이 같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목 디스크 병은 정상 성인의 60%가 겪는 병이고 회전근개 힘줄 손상은 50대 이상 정상인의 30~40%가 겪는 병이다. 두 가지 병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자동차를 오래 타다 보면 엔진과 미션이 동시에 고장 날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셋째, 한 병이 다른 병을 불러온다. 주로 목의 병이 어깨병을 잘 일으킨다. 목 디스크 치료를 하고 몇 달 뒤 유착성 관절낭염이나 회전근개 힘줄 손상으로 다시 찾아오는 환자를 흔히 본다. 그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목 디스크 탈출증 때문에 6번 혹은 7번 목신경이 약해지고, 그 신경의 지배를 받는 견갑골 주변 근육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에 비해 어깨병 때문에 목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만약에 생겼다 해도 서로 상관없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목(경추)이 어깨를 관장하는 상급 기관이기 때문이다.

넷째, MRI 때문이다. 목과 어깨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MRI가 오히려 감별을 어렵게 한다? 이런 궤변이 어디 있나? 그렇지만 사실이다. 2006년 영국 세인트마리 병원 정형외과의 레일리 박사는 ‘죽은 사람과 방사선과 의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Reilly, 2006, ‘Dead men and radiologists don’t lie’). ‘사체 데이터와 방사선과 의사의 판독 결과가 신기하게도 일치하더라’는 의미로 붙인 제목이었다.

그때까지 나와 있던 회전근개 힘줄 손상의 유병률에 대한 보고서들을 종합해보니 ‘어깨 통증이 전혀 없는 정상 성인의 26.2%에서 MRI상 회전근개 힘줄 파열이 있었고 사체 부검(어깨가 아픈지 안 아픈지 모르는)에서는 30.24%에서 파열이 있었다’는 것이 요점이다. ‘사체 데이터와 방사선과 의사의 판독 결과가 신기하게도 일치하더라’는 의미로 붙인 제목이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대다수 사람들은 회전근개 힘줄 파열이 있어도 어깨에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고 평생 살아간다는 것이다.

MRI가 오히려 감별을 어렵게 하기도

무증상 목 디스크 탈출증에 대해서는 훨씬 더 일찍부터 보고되었다. 1987년 UCLA 의대 방사선과 테레시 교수는 ‘목 관련 통증이 전혀 없는 100명을 MRI로 검사했더니 45~54세에서는 20%, 64세 이상에서는 57%에서 무증상 목 디스크 탈출증이 있더라’ 하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 논문의 첫 문장이 인상적이다. “경추부 MRI는 다른 어떤 영상 검사보다 구체적인 해부와 병적 변화를 보여주지만 그것들의 임상적 의미는 알려주지 못한다.” MRI가 개발되어 인류 최초로 살아 있는 사람을 스캔한 것이 1977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일찍이 MRI의 한계를 꿰뚫어보았다.

MRI는 관절과 척추의 병변을 아주 자세히 보여주기는 하지만 상처와 흉터를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어깨 통증으로 어깨 MRI를 찍었을 때 어깨병이 보여도, 그것이 정말로 지금의 불편함을 초래한 원인인지 아닌지를 알기가 쉽지 않다. 무증상 파열이 우연히 발견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머리에 소개한 50대 여성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목 MRI도 마찬가지다. MRI에 보이는 목 디스크 탈출이 지금의 통증을 일으키는 상처인지 아니면 과거 모르고 지나간 통증의 흉터인지 알아내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듣고 나니 답답해진다. 비싼 돈 주고 찍은 MRI 때문에 더 헷갈리다니! 정답은 임상 증상과 MRI를 잘 종합하는 것이다. 수술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더욱더 그렇다.

목의 문제와 어깨 문제를 감별하는 중요한 증후가 하나 있다. ‘배코디(Bakody) 증후’라는 것이다. 목 디스크 탈출증이 심하여 신경뿌리 염증으로 눈물 나게 아픈 사람들은 진료실에 들어설 때 목덜미를 잡고 온다. 팔을 자연스럽게 내리기만 해도 신경뿌리가 당겨져서 엄청나게 아프기 때문에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손을 들어 뒤통수나 목덜미를 잡게 된다. 어깨병이 있을 때는 이 자세가 오히려 불편하다. 손을 어깨 위로 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깨가 눈물 나게 아픈데 아픈 쪽 손으로 목덜미나 뒤통수를 잡아서 편해진다면 목 디스크 탈출증이 분명하다. 목을 건강하게 하는 치료에 전념하면 된다는 뜻이다.

기자명 정선근 (서울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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