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노엄 촘스키가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식인의 역할은 민중을 소극적이고 무지한 존재, 결국 프로그램화한 존재로 만드는 데 있다. 19세기 미국의 위대한 수필가이자 철학자였던 랠프 왈도 에머슨도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민중이 우리 멱살을 잡지 않도록 민중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민중을 소극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우리에게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책의 강조점과 일맥상통한다. 민중을 소극적이고, 무지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기득권은 교육과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세뇌시키고 있으며,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그들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기 때문에 구어체 문장으로 술술 읽힌다. 입말로 ‘노동자로서 세상 보기’를 강조한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한국 노동자들이 노동자 의식이 없다고 하는데요. 사실은 반만 진실입니다. 오히려 반노동자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과 교육과정을 통해서 의식적으로 반노동자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교육이나 의료의 공공성이라는 개념은 좌파의 요구가 아니라 공화국이 요구하는 것,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요구하는 것’이고,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열성을 부리는 것만큼 공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열성을 부려야만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기륭전자를 다녀왔다. 60일 넘게 단식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보면서 너무나 힘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책에서 읽은 역사학자 이임하(한성대 연구교수)의 말을 떠올렸다. “폐업에 반대하면서 기숙사에서 농성하던 YH 여성 노동자들은 8월9일 신민당사로 농성장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8월12일 새벽 2000여 명의 경찰력에게 180명의 18세에서 23세에 이르는 나이 어린 노동자들은 강제로 끌려 내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김경숙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농성장에서 강제로 끌려 나왔지만 이러한 폭력은 곧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김경숙이라는 이름은 기억되지 못하고 점점 잊혀가지만, 그녀는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렸다. 지금 우리가 외면한 비정규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도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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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출판 살리기에 앞장서다
국방부 출판 살리기에 앞장서다
차형석 기자
국방부가 ‘불온서적’ 23권을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그냥 웃고 말았다. 아니, 이 웬 쌍팔년도 시추에이션? 원고 청탁을 하기 위해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에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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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우리 시대 작업복 청춘
거울에 비친 우리 시대 작업복 청춘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드디어 김진숙이라는 ‘임자’를 만나 ‘노동’이 ‘날것 그대로’ 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게 됐구나. 작업복이 젖었다 말랐다 하면서 허옇게 등판에 드러나는 땀자국을 뜻하는 〈소금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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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도 진보에도 불온한 책
보수에도 진보에도 불온한 책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누가 감히 국방부를 놀리고 비웃는가.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불온도서’로 지정된 것은, 출범 이후 계속 헛발짓만 해온 이명박 정부 최초의 ‘거사’다. 이 책이 기실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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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다시 그리운 아,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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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시인)
벌써 12년이 흘렀다. 한 문장이 나를 쳤다. 나는 그 문장을 놓치지 않았다. ‘만일 지금 예수가 오신다면 십자가가 아니라 똥짐을 지실 것이다.’ 이 한 문장은 내게로 와서 일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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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청아한 노스탤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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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원 (문학평론가)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다시 읽었다. 이 소설이 출간될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소설을 전개하는 작가의 고백이 짙은 노스탤지어를 뿜어내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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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장군’ 맥아더를 아시나요?
‘원폭 장군’ 맥아더를 아시나요?
표정훈 (출판 평론가)
제목만 보고 이 책, 아니 이 시리즈(전 4권)를 ‘대한민국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다룬 하나의 통사(通史)’인 줄 오해 마시길(최근 건국절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자칭 뉴라이트 진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