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여름방학을 이용해 캐나다로 영어 공부를 하러 떠났다. 한 달 정도 현지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다가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한 달이 지났는데도 귀국을 하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그냥 캐나다에서 학교 다니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단다. 부모가 이유를 물었더니 캐나다에는 학원이 없으니 학원을 가지 않아서 좋고, 컴퓨터를 잘하는 자기를 인정해줘서 학교생활이 신난다고 했다. 아이는 귀국하려고 생각하니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생활이 무엇보다 싫었단다. 자기가 잘하는 것이 있어도 교과 시험 점수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학교생활이 재미없었던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학원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대구시교육청이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응답 학생의 91.6%(초등학생 94%, 중학생 89.2%)가 부모의 권유로 학원에 다닌다고 답했다. 자신의 선택으로 학원에 다닌다고 답한 학생은 초등학생의 1.9%, 중학생의 2.1%에 불과했다. 충청북도교육청이 도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부모 혹은 보호자에게 가장 바라는 것으로 초등학생의 36.3%가 ‘학원을 쉬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일부 시·도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국적인 실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한 10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인천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학원을 조금만 다녔으면 좋겠다’며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겠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통계청이 2015년에 발표한 사회조사 보고서를 보면 20세 이상 성인은 자살 충동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42.6%)’을 꼽았지만, 13∼19세 청소년은 ‘성적 및 진학 문제(39.2%)’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이 정도라면 우리 사회와 가정은 모두 아동학대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동학대의 개념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이다. 학원 수강은 아이들에게 신체적·정신적 가혹행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보경 그림
한국인의 삶의 모습을 객관화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가 많다. 초등생 관련 지표는 어떤지 몇 가지 살펴보겠다.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최고(2006년),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는 최하위(2016년)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한국아동종합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어린이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꼴찌이고, 세끼 식사, 도서 보유, 취미활동 등의 결핍지수는 최고였다.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00~2010년 아동·청소년 자살률 증가는 OECD 국가 가운데 2위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는 이 기간에 자살률이 감소했다.

어린이 삶의 만족도 OECD에서 꼴찌

이렇게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서 맞이하는 우리 삶의 모습은 또 어떤가.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고, 사회복지는 최하 수준이다. 연간 노동시간이나 산재사망률은 최고 수준이며 가계부채는 OECD 국가 중 최고이며 자살률도 최고로 나타났다.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도 OECD 최고였다. 이 정도 지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척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런 지표 말고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것이 더 있다. 가장 낮은 최저임금, 대학교육 가계 부담, 실업률 증가, 저임금 노동자 비율, 사교육비 지출, 이혼 증가율 등이 그것이다.

우리 삶을 요약하면 초·중·고교 시절은 학원을 다니며 대학 진학 경쟁, 대학에 가서는 취업 경쟁, 취업 후에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 나중에 노인이 되어서는 빈곤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자명 이중현 (남양주시 조안초등학교 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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