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은 한국에는 없는 특수한 대의기관이다. ‘주민 대표’라고 번역하기에는 막강한 권한을 설명하기 어렵고, ‘위원회’라고 번역하면 주민자치의 성격을 놓친다. 커미션의 위원들은 자원한 시민 5명으로 구성된다. 시의원들과 벌링턴 전력국 간부들이 지원자들을 심사한 뒤 시장이 최종 5명을 임명한다. 벌링턴에는 전력뿐만 아니라 교통, 소방 등 다양한 부서의 커미션이 있다. 버몬트 주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도 분야마다 커미션이 있다. 각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따라 커미션을 설치할 분야를 스스로 정한다. 더러는 보드(board)라는 기구를 두기도 하는데, 성격은 커미션과 다르지 않다.
2000년대 초반 100% 신·재생 에너지 계획을 처음 제안한 게 벌링턴 전력 커미션이다. 이후 15년 동안 시장이 교체되는 가운데에도 커미션은 계획을 꾸준히 압박해왔다. 벌링턴이 다음 목표로 설정한 ‘넷제로’ 역시 커미션 회의에서 나왔다. 벌링턴 전력 커미션은 1년6개월 전 ‘넷제로’에 대한 설문조사를 주도했고, 압도적 찬성 의견을 근거로 시청에 건의했다.
스테빈스 의장은 커미션의 지위와 역할을 이렇게 표현했다. “커미션은 시청 아래에 있는 조직이 아니다. 벌링턴 시민들을 대표해 권력을 견제한다. 더 복잡하지만 일을 올바르게 만드는 곳이다. 민주주의란 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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