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2012년 밀실에서 처리하려다 좌절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다시 물위로 떠올랐다. 한·일 정부는 이 협정을 올해 안에 타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정해진 절차에 따른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의도가 맞물리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미 당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2015년 미·일 안보협력지침(이하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한반도를 비롯해 중동으로까지 자위대 활동 범위를 확대하려고 시도했다.

일본은 1983년부터 ‘극동 사태 연구’라는 이름으로 미군에 협력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이때부터 한반도를 비롯해 필리핀·타이완이 작전 대상 지역에 포함되었다. 1997년 미·일 가이드라인이 개정될 때 극동 사태가 ‘주변 사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주변 사태가 한반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일본은 주변 사태는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고 호도해왔다. 2015년에 미·일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주변 사태가 한반도를 포함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2015년 4월 개정된 미·일 가이드라인에서는 주변 사태를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 시로 확대했다. 이 위기 시에 대비해 정보활동, 감시·정찰, MD(미사일 방어), 해상방어, 군사훈련, 재난구호 등에 대한 미·일의 공동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 2015년에 개정된 미·일 가이드라인의 내용이다.

ⓒ연합뉴스10월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재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렇게 미국과 일본의 의도에 따라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한·일 관계에서 큰 걸림돌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2015년 12월에 한·일 외무장관이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타결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내용이 복잡하지 않다. 문안은 이미 2012년에 만들어졌다. 한·미·일 3국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체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2012년 좌절되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2014년 말에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기반을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매개로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상황에서 한·일 군사정보 교류는 동북아 MD 체제의 완성을 위해서도 더욱 절실해졌다. 지난 7월8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8월2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은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와 한·미·일 공동 군사작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목적이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두 나라가 교환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협정의 목적은 ‘군사비밀 정보의 보호’다. 미·일 군사보호협정도 마찬가지다. 한·일 군사보호협정도 그 성격과 목적은 ‘협정 체결국 사이에 비밀 정보를 안전하게 교환하는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다. 정보교환이 의무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보교환의 방법이나 정보의 보호 및 관리 절차에 대한 협정이다.

2012년 한·일 두 나라가 합의한 군사정보보호협정문 어디에도 정보교환을 의무화한 조항은 없다. 국방부도 ‘제공 당사자와 접수 당사자 간에 반드시 정보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제 조항은 없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교환된 정보의 관리와 보호 절차를 규정한다. 즉 이미 교환된 정보에 대한 보호를 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연합뉴스지난해 10월20일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의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왼쪽)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자위대 위기 시 활동 무대에 한반도 포함

미국은 2005년부터 일본에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압박했다. 협정 체결을 요구한 것은 미·일 간에 추진하는 MD 체제 구축에 대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MD 체제 구축 과정에서 해상 레이더 관련 정보가 일본 해상자위대 관계자에 의해 유출된 정황을 파악했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비밀보호협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경우 자위대와 미군 사이에 더 많은 정보가 안전하게 교류되어 일본의 군사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일본 사회에서는 이 같은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존재했다. 일본 정부는 여론의 동향을 살피다가 2007년 8월이 되어서야 미국과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은 2009년부터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주문했다. 당연히 MD 구축 과정에서 비밀 유지를 위한 정보 보호가 주목적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정부는 한·일 간 북한 핵에 대한 정보 교류를 내세운다.

이미 한·일 두 나라 사이 군사비밀 정보는 교환되고 있다. 2009년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국방부와 일본 자위대 사이에 군사 교류를 활발히 하기로 했다. 한·일 간에 국가안보 이익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 관련 2, 3급 군사기밀을 교류해온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된다면 이 협정에 의해 비밀보호가 철저히 이뤄지므로 한·일 양국은 각종 군사정보 교류를 활발히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미·일 3자 간 정보공유 약정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일 간의 군사정보 교류는 다각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MD 체제 구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에 배치하게 될 사드 레이더의 탐지 능력은 일본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와 미국 본토의 MD 체제와도 통합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면 사드 레이더뿐 아니라 한국의 자체적인 탐지 추적 정보도 MD 체제와 통합된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가 자국의 MD 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런 불만이 해소되는 것이다.

일본 처지에서 본다면 이 협정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날개를 다는 효과를 거둔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란 미국을 후방에서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타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자위대가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미·일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이후 일본에서는 공공연하게 한국 영해에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정부는 일본이 신호정보(SIGINT)에서 우리보다 비교 우위에 있으므로 한·일 군사정보 교류는 우리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과 정보 교류를 통해서 일본은 자체적으로 수집한 신호정보, 통신정보(COMINT)에 대한 가치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결국 일본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자위대가 활동할 수 있는 정보를 받는 용도로 활용할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 자위대의 위기 시 활동 무대에는 한반도가 포함된다. 한국이 러시아를 포함한 32개국과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협정이나 약정을 맺고 있다는 말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희석시킬 사안이 아닌 것이다.

기자명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