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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친노가 두려움의 말이 아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상식과 신뢰’를 도정의 키워드로 꼽았다. 안 지사는 ‘최순실 정국’에 대해 “대통령이 신뢰라는 자산을 잃어 국정 지도력을 이미 상실했다”라고 말했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2016년 11월 18일 금요일 제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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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질문이 많았다. 주진우·차형석 기자가 독자들의 질문을 대신 묻는 ‘<시사IN> 인터뷰 쇼’. 그 두 번째 자리가 11월2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열렸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객석이 꽉 찼다. 유쾌함과 진지함이 어우러졌던 인터뷰 쇼를 재구성했다.

ⓒ시사IN 조남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운데)는 “자치와 분권의 나라가 되어야 개성과 특징이 있는 사회로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내 인생의 사진’을 소개하자면?


첫 번째 사진은 1979년 중학교 3학년 때이다. 함께 찍은 분은 저에게 많은 사랑을 주신 선생님이다. 제가 바닥에 손수건을 깔아드렸는데 저보고 ‘너 굉장히 조숙한 것 같아’라고 하셨다(웃음). 학생회장을 했는데, 이때가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두 번째는 199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시장 선거에 나왔을 때 사진이다. 선거 일주일 전까지 10%포인트 남짓 이기고 있었는데, 지역주의 선거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떨어졌다. 가끔 저 사진을 보는데 저 넥타이는 지금도 촌스러워 보인다(관객 웃음). 세 번째는 2008년 최고위원 선거에 당선됐을 때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최고위원 직에 도전해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것은 처음일 거다. 무동 태운 이들은 제 팬클럽 ‘안아요’ 회원들이다(웃음). ‘안희정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의 줄임말이다.


ⓒ안희정 제공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꼽은 ‘내 인생의 사진’ 3장. 중학교 3학년.

ⓒ안희정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시장 선거

ⓒ안희정 제공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당선됐을 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어떻게 헌정을 유린하고 불법을 저질렀는지 좀 더 명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것을 협조하고 스스로 수사 대상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 하야’ 주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국정 지도력을 이미 상실했다. 하야니 사퇴니 이런 말이 의미 없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대통령이 신뢰라는 자산을 다 잃어버렸다. 결국 의회가 이끌어야 한다. 그럴 수 있도록 의회 지도자와 상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내각 총리를 발표하면… 지금 그럴 처지가 아니다.

어릴 적 꿈은?

위인전을 많이 읽었는데 대부분 장군이었다. 중학교 2, 3학년 때부터는 혁명가였다. 고등학교 때는 혁명가가 되겠다고 학교를 그만두고 나왔는데 어디 갈 데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지금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책을 읽었다.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을 읽었다. 한 문장이 나를 바꾸었다. ‘지식인은 부르주아 계급의 창녀다.’ 그 말이 폐부를 찔렀다. 그 한마디로 나는 그 길을 안 가겠다, 멋 부리다가 고등학교에서 잘려버렸다. 형님, 누님과 서울에서 자취했는데 집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들으면서 2년간 놀았다. 그러고 나서 학생운동 하려고 대학에 들어가자 했다.

대학 생활은 어땠나?


열정과 분노를 가지고 혁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만들어야 될 나라의 상이 안 그려졌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민족해방과 자주경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대안이 아니었다. 혁명의 열정은 있지만 대안이 없어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다 남산 안기부에서 한 달 동안 실컷 두들겨 맞았다.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장면처럼 겁에 질려서 진술서 앞에서 부들부들 떠는, 그 어린 학생들이 내 모습이었다. 너무 치욕스럽고 힘들어서 40대까지 그것이 마음의 상처였다. 그런데 <변호인>을 보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부들부들 떠는 학생을 보면서 ‘저런 소신이 약한 놈들’ 이러기보다 그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때 ‘왜 나한테는 그렇게 생각을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완전한 사람이라고. ‘나도 저 학생 같았구나. 그걸 평생 부끄럽게 안고 살았구나’ 싶었다. <변호인> 보고 비로소 나 자신을 안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혼자 감옥에 갔다. 억울하지 않았나?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편하게 살았다면 ‘왜 나만 고생하나’ 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 못 해먹겠다’ 할 정도로 괴로웠다. 나와 있으나 안에 있으나 똑같이 감옥이었다. 대선 승리 후 2003년 초에 이렇게 일기를 썼다. ‘어차피 우리는 이 링 위에 서서 싸우다 죽을 팔자인가 보다. 우승 트로피를 가지고 집에 돌아갈 줄 알았지만 그런 길은 없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떤 면이 좋았나?


정직함이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대선 토론회에서 옥탑방이라는 말을 몰라 비판 받은 적 있다. 그다음 날 토론회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옥탑방 아느냐고 물었더니 ‘어제 텔레비전 보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 토론 끝나고 ‘알았다’고 하면 되지 뭐하러 사족을 붙이느냐고 했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그때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건호(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도 알거든.” 아들이 알고 있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하느냐는 거였다. 신뢰의 밑천은 그 정직함이다.

‘노무현의 적자’라는 말이 때로 부담스럽지 않나?

부모가 손가락질을 당해도 자식은 손가락질하면 안 된다. 그러면 패륜아로 욕먹는다. 민주당이, 두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부끄럽게 생각하나? 물론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양극화, 비정규직 노동문제, 농업시장 개방 등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있고 과제도 많다. 하지만 누구든 눈길을 걸으면 발자국이 남는다. 발자국 없이 눈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뒤를 따르는 자가 그 발자국을 쓸면서 가는 게 역사다. 나에겐 친노가 두려움의 단어가 아니다. 나는 김대중·노무현을 잇는 민주당의 장자가 되고 싶다(관객 박수).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뛰어넘으려면?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 반드시 영남·호남·충청이라는 이 지역주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미움과 불씨를 피워내는 반공 냉전 이념을 뛰어넘어야 하고, 분배는 진보, 성장은 보수라는 이 이분법적 경제발전론도 넘어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더불어 민주당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의·공정·신뢰·평화에 이르는 미래 비전을 보여야 한다.

ⓒ시사IN 조남진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한 ‘<시사IN> 인터뷰 쇼’가 진행되는 동안 유쾌함과 진지함이 어우러졌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하나?


마음의 결심은 진작 했다(관객 박수). 다만 입학 공고가 나야 입학 원서를 내죠. 내년 초에 입학 공고 나면 그때 내겠다. 노사모 창립 때 초등학교 들어갔던 친구들이 어른이 되었다. 이런 새로운 시대 역량을 믿고 나를 던지겠다. 경선이 시작되면 활동이 시작되고 그걸 평가해줄 것이다.

충남도지사로 일하면서 잘한 점은?

어떻게 쑥스럽게 제 입으로…(관객 웃음). 전국 시장·도지사 17명 중에서 인기가 제일 많단다. 직업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법률·제도·세금을 공정하게 운영하면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게 제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747(7% 경제성장·4만 달러 국민소득·7대 경제강국)’을 말했는데, 비행기가 뜨지도 못했다. 구성원들 모두가 ‘규칙대로 실력대로 경쟁하면 된다’는 신뢰를 주는 것. 그게 정치인의 사명이고 기본이다. 청년 실업률, 지역 경제성장률 등 충남의 지표도 좋지만 무엇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는 믿음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국민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신세 갚아야지’ 하며 공화당 깃발 흔드는 사람에게 표를 줄까. 청계천 뚜껑을 여는 것처럼 화끈하게 성장시키겠다고 하면 믿어줄까. 이미 그 시대는 지났다. 그래도 숙제가 남는다. 법과 제도, 규칙이 어떻게 공정한 기회를 줄 것인가. 개인의 책임과 공공복지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무수히 많은 것들을 풀어내야 한다. 다음 정부는 이 숙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많은 후보들의 경쟁이 일어나길 바란다. 국민들도 그런 경쟁을 보고 싶어 한다.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 하나만 보고 가는 사회 말고 지방정부를 두고 분권과 자치의 나라로 가야 한다. 이렇게 중앙집권화된 구조로는 사교육 등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중앙권력을 중심으로 자원이 너무 특별하게 배분되기 때문이다. 자치와 분권의 나라로 가야 개성과 특징이 있는 사회로 갈 수 있다. 몰개성 사회에서는 더 이상 미래의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없다.

안 지사가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된다면 나라가 어떻게 달라질까?

서로 말할 때 계약서가 필요 없는 사회, 그 정도로 신뢰와 상식이 높아질 것이다. 사람들 말에 대해서 그 이면, 복심을 의심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여러분이 주문만 하면 어떤 음식이든 만들어드릴 수 있다. 그럼에도 메인 요리는 역시 상식과 신뢰다.

경제정책에 대해서 어떤 생각하나?


경제에서는 핵심이 하나다. 우리 모두가 자기의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그걸로 끝이다. 창의와 혁신을 가지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내는 상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과정에 있냐면, 일정 정도의 돈이 모이면 그 돈이 또 돈을 낳기를 바란다. 그 돈으로 새로운 창의와 혁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되면 시장경제가 죽는다. 돈이 혁신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 이게 시장경제의 가장 핵심 성장동력이다. 이것을 위해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를 쓴다. 기업가 정신과 도전, 그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질서가 우리가 이루어야 할 시장경제와 발전의 축이라고 생각한다.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걸고 파업 중인 코레일 직원이다. 파업이 힘든데 회사 대표에게 한마디 해달라(관객 질문).

현재 우리의 노동 문화, 직장 문화에서 한 개인의 성과를 측정할 기준치가 약하기 때문에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유 있는 문제 제기다.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의 힘이 너무 약하다. 노동조합의 힘과 경영자의 힘이 어떤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고, 투자자 없는 기업도 없다. 잘 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성과연봉제 문제와 관련해 싸우는 코레일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고 응원한다(관객 박수).

본인이 생각하기에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나를 넘는 게 제일 어렵다. 나를 넘어야 한다. 단점이 많은데… 지금은 인지도를 빨리 올려야 한다(웃음). 현재는 인지도가 장애물이다(인터뷰 쇼 동영상은 <시사IN> 페이스북(facebook. com/sisain)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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