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던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국무총리 임명을 강행했다. 거국중립내각 수용을 운운하던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기다렸다는 듯 KBS와 MBC 메인 뉴스에서는 ‘왜 김병준인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공영방송 속 김병준 후보자는 자신이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책임총리의 권한을 위임받을 것이므로 국가의 안위를 믿고 맡겨달라고 말했다. 또 여야를 모두 설득하여 거국중립내각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총리로서의 포부를 밝히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한동안(KBS)”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잠시(MBC)” 말을 잇지 못하는 인간적 면모를 엿보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는 여야를 넘나들며 이 난국을 돌파할 유일한 적임자라는 점을 호소하기에 바빴다.

이러한 행보는 비판적 검증은커녕 그의 주장을 ‘받아 적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보이는 공영방송의 협력과 지지가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공영방송은 한 일간지의 최순실 인터뷰, 새누리당 거국중립내각 수용 주장에 이은 또 한 번의 국면 전환 시도에 철저히 동원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에 관한 보도,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임명 보도까지 네다섯 꼭지의 개각 소식을 대대적으로 리포트한 이후 야당의 인사청문회 거부 의사는 단 한 꼭지로 압축되어 전달되고 있었다. 모든 언론이 앞다투어 박근혜 정권이라는 난파선에서 뛰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 그대로 뚝심을 보여주는 공영방송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5%로 곤두박질치고 시국선언과 촛불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전통적 지지층조차 등을 돌린 지 오래다. 불통의 아이콘인 대통령이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공영방송은 여전히 대통령의 의중과 안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공영방송은 김병준 후보자의 입을 빌려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대통령의 권력과 대통령 보좌 체계의 문제’라는 대통령의 뜻을 반복 전달하고 있다. 이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개헌을 하지 못한 국회,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협치가 살길이고 개헌이 미래라는 그들의 구호가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연합뉴스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에 차려진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6.11.7


사실 처음부터 ‘김병준 총리’ 카드는 국면 전환을 가능하게 해줄 수단으로는 어려웠다. 김병준이라는 인물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주어진 직위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 지금의 여당인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2006년 인사청문회를 기억해보자. 적어도 당시 야당이었던 새누리당 검증에 따르면 그는 결코 그럴 만한 인물이 아니다. 제자 논문 표절, 연구 성과 부풀리기 의혹, 자녀들의 부적절한 외고 편입학 논란 등으로 겨우 13일 만에 낙마한 인사가 아닌가.

‘대통령 보좌 체계의 문제’로 호도하는 공영방송

심지어 그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조차 문제를 제기했던 인물이다. 그뿐인가. 잊을 만하면 국회 인사청문회의 대표적 낙마 사례로 국민들의 뇌리에 반복적으로 각인되었던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국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며 여야가 협력하는 새로운 국면을 이끌겠다고 하니 이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런데도 이전의 일들은 모두 모르쇠로 일관한 채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인 듯 포장해내는 대담함이야말로 국민을 무시하는 공영방송의 고질적인 병폐인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패하고도 무능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주거·일자리 등 국민들의 불편과 불안을 양산해왔던 무능력한 정부가, 기업을 협박하고 수많은 사적 이익에 개입해왔다는 의혹을 어떤 국민이 용서할 수 있겠나. 이대로라면 현 정부의 남은 1년여의 시간은 무정부 상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야말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던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시국선언은 이제 대학생, 교수, 언론인에 이어 고등학생과 중학생들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디 대통령도 공영방송도 더 이상 국민과 맞서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기자명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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