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

국방부가 ‘불온서적’ 23권을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그냥 웃고 말았다. 아니, 이 웬 쌍팔년도 시추에이션? 원고 청탁을 하기 위해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붉은’ 사마리아인들〉에 대한 서평을 부탁한다고. ‘불온서적’이라는 무의식 탓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이종태 연구위원과 장하준 교수가 함께 있었다. 장하준 교수는 얘기를 전해 듣고 〈‘붉은’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제목이 훨씬 좋다며 ‘껄껄껄’ 웃었다고 한다. 여러 모로 ‘불온서적’ 선정은 웃긴 일이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은 ‘국방부표,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가 되었다. 독자의 반응이 좋다. 발 빠른 인터넷 서점은 ‘불온서적’ 기획전을 열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다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고, 녹색평론사는 〈우리들의 하느님〉 재고가 바닥나 새로 책을 찍었다.

몇몇 필자에게 ‘불온서적’을 다시 읽고 서평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국방부를 조롱하거나 희화하는 것 말고, ‘불온서적’이 갖는 문제의식을 짚어달라고 청했다. 이 책들이 담는 의제가 역사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다시금 환기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불온서적’에 대한 서평은 종종 현실과 오버랩된다. 미처 책을 읽지 못한 독자에게 이 섬세한 서평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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