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려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매년 적자의 상당 부분이 무임승차에서 비롯되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이라 여겨진다. 노인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마냥 무임승차를 제공할 수 없고 노인 절반이 빈곤 상태인데 그나마 있는 노인복지를 축소하기도 어려운 난처한 상황이다.

노인 무임승차 건은 내년부터 고령사회(노인 비중 14% 이상)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이 직면할 여러 숙제들의 예고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 인구가 657만명으로 30년 전과 비교해 약 500만명 늘었고, 전체 인구 중 비중은 약 4%에서 13%로 올랐다. 이후 노인 비중은 더 빠르게 증가해 10년 후에는 20%를 넘고 2060년에는 40%에 달할 전망이다. 아이들을 제외하면 성인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노인 비중 13%인 고령화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데 과연 미래 대한민국은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정부와 정치권은 여러 대책을 내왔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추진해왔고 올해 3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회에는 인구전담처를 설치하고 책임 장관을 신설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그럼에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1인 1국민연금, 노인의 건강생활 지원, 고령친화 산업 육성 등 고령사회 대책들이 목표에 비해 강력하지 않고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고령사회는 정부 정책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시대적 의제이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65세가 넘으면 노인이어야 하는가? 이는 1950년대 유엔이 정한 이래 오늘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다. 한국의 경우 기대수명이 1970년에 62세에 불과했으나 2014년 82세이고 2060년에는 90세에 근접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서도 노인 10명 중 8명이 노인의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응답했다. 앞으로도 65세를 기준으로 노인정책을 펴는 게 적절할까?

인구학에서 노인은 65세 이상자이지만 사회학적으로 은퇴자를 의미한다. 65세가 넘었더라도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을 벌인다면 은퇴자가 아니다. 실제 주위를 보면 65세가 넘었어도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노인이 많다. 그렇다면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정책의 핵심은 이들에게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고 생활 방식을 혁신하는 ‘노후의 재구성’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대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절실하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해 2113시간으로 OECD 평균 1766시간과 비교해 두 달을 더 일한다. 일할 수 있는 고령자에게 일감을 나누고 보상 격차를 줄이는 노동시장 혁신이 필요하다. 언젠가 주 4일 근무제도 논의의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고령자에게 적합한 ‘연성’ 일자리도 늘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경쟁적 일자리를 얻는 데 불리한 위치에 있는 고령자에게는 협동을 원리로 삼는 지역사회 일자리가 안성맞춤이다. 주민들의 생활공동체 망이 확장될수록 노인이 참여할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제2의 인생으로서 노후를 준비하는 공적 체계도 필요하다. 보통 ‘학업-취업-은퇴’ 세 단계로 인생을 정리했으나 이제는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는 공적 교육 프로그램이 요청된다. 여기서 새로운 인생기를 공유하는 동창생들도 만날 수 있다.

 

ⓒ연합뉴스

 


연명의료 대신 존엄사 문화를 안착시켜야

노인복지도 지속 가능한 체계로 바꿔야 한다. 건강관리의 핵심 공간이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이동해야 한다. 이는 노인의료를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프로젝트이다. 마을마다 노인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건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며 연명의료 대신 존엄사 문화를 안착시켜 나가야 한다. 노후에는 물질적 복지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평안도 요구되므로 국가와 시장을 넘어 주민들이 서로 챙기는 마을 복지도 중요하다. 근래 활성화되는 마을 만들기가 소중한 이유이다.

고령화의 본질이 인구학적 의제가 아니라 사회학적 의제라면 시민 스스로도 노후의 재구성에 나서야 한다. 이미 노년유니온, 노후희망유니온 등 노인들이 주체로 나서는 노년단체가 생겼고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은 인생이모작센터, 시니어학교 등을 운영한다. 광주의 한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들이 의사결정 주체로 나서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오래 사는 게 오히려 걱정인 세상, 이제 노후의 재구성 이야기를 시작하자.

 

 

기자명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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