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여름,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과도하다고 비판하는 이들은 그 근거로 미국·일본 사례를 들곤 했다. 미국·일본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누진 단계가 2~3단계이고 최대 누진율은 1.1~1.5배 수준이다. 한국의 6단계, 최대 누진율 11.7배는 지나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 가정에서 같은 양의 전기를 쓸 경우 전기요금은 어떨까.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력가격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는 세 나라의 전기요금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비교 자료가 실려 있다. 한국 주택용 전기요금 기준으로 볼 때 전기를 적게 쓰는 3단계까지(300㎾h 이하)의 가정은 미국·일본에 비해 전기요금이 더 적게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위 〈표〉 참조). 이 비교 자료에 따르면, 200㎾h를 쓰는 가정은 각각 한국 1만9060원, 미국 3만1344원, 일본 7만1960원의 전기요금이 나온다. 300㎾h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 3만8030원, 미국 4만1568원, 일본 10만7495원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800㎾h를 사용했을 때 전기요금이 비슷한 수준이 된다(한국 32만4300원, 일본 31만2752원, 미국은 9만2689원).

현행 누진제는 전기를 적게 쓰는 가정이 상대적 혜택을 보는 구조다. 누진제 단계와 누진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할 경우 설계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보다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계층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기 소비가 많았던 올해 8월 구간별 가구 수 비중은 1단계(13.3%), 2단계(17.0%), 3단계(20.0%), 4단계(23.1%), 5단계(17.8%), 6단계(8.8%)였다. 전기 소비량이 많은 한여름이었는데도 1~3단계 구간의 가정이 절반에 이른다. 이 구간에 속한 가정은 정부가 마련할 누진제 개편안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누진제 완화 이후 전기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다른 구간보다 높기 때문이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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