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은 한전의 전기 공급 약관에 따라 결정된다. 한전은 주무장관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약관 인가 신청을 한다. 산자부 장관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한 전기위원회에서 심의를 한다. 이렇게 인가된 약관에 따라 주택용 전기요금이 결정된다. 전기 사용량을 6단계로 구분하고 누진제가 적용된다. 구간별로 누진율이 다른데 6단계 누진율은 최고 11.7배에 이른다.
법원은 한전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원고(전기 소비자 17명)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전기 공급 약관이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또 전기 공급 약관이 법령에 따라 만들어졌고, 정부 고시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체계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기 공급 약관이 무효’라는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판결은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한 다른 소송 9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는 항소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 확충이 먼저다
1심 판결이 나왔지만 누진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전기요금 누진제는 뜨거운 이슈였다. 최근 국감에서 올해 7∼8월 주택용 전기 사용량 현황이 공개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기 소비가 많은 5·6단계 가구 수 비중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아래 〈표〉 참조). 지난해 8월 전기 사용량별 가구 수 점유비가 5단계 12.3%, 6단계 4.0%였는데, 올해 8월은 5단계 17.8%, 6단계 8.8%로 증가했다. ‘요금 폭탄’ 고지서를 받았을 가구들이다.
이처럼 누진제 개편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개편안이 나오면 진통이 이어지리라 보인다. 그동안 누진제를 개편하자는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되었던 것은 전기 수요관리의 어려움과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더민주의 누진제 개편안을 만드는 데 관여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설계 기준을 달리해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는데, 한전이 지금의 주택용 전기요금 총액을 그대로 받는 것을 전제로 하면 전기 저소비 가정의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2013년 6월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력가격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는 전기요금이 증가하고 많이 쓰는 가구는 요금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 점을 고려해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 확충이 먼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