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7일 제주도 연동 삼무공원 앞에 있는 한 성당에서 60대 여성이 살해됐다. 범인은 중국인이었다. 여론은 범인의 국적에 주목했다. 최근 제주도발 중국인 범죄 소식은 잦았다. 9월9일 중국인 관광객 8명이 음식점 주인을 집단 폭행했다. 지난 4월28일에는 20대 중국인이 한국인을 차로 친 뒤 중국으로 도주했다.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범인 대부분은 중국인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제주도의 외국인 정책이 비판받았다. 그 가운데 ‘무사증 제도’는 악법으로 꼽혔다. 사증(비자)은 외국인의 입국 자격을 증명하는 증서다. 그런데 대한민국 다른 지역과 달리 관광·통과 목적으로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은 사증이 필요 없다. 지난해 제주도에 사증 없이 들어온 외국인은 약 60만명이다. 잠재적 범죄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무사증 제도를 폐지하라는 온라인 청원에 1만5000명가량이 서명했다. 제주경찰청에 외국인 범죄를 전담하는 외사과가 없다는 사실도 질타를 받았다. 9월21일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외사과 신설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언론의 진단처럼 제주도는 외국인 때문에 더 위험한 곳이 됐을까?

먼저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도가 더 위험한 곳인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2014년 기준 제주도 10만명당 범죄 건수는 총 5378.7건으로 전국 1위다. 대한민국 평균(3528건)을 한참 웃돈다. 그러나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이 수치만으로 치안 수준을 평가하기 어려운 곳이다. 다른 광역 지자체에 비해 인구는 적은 대신 관광객은 훨씬 많아서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 인구는 64만명 정도인데, 관광객은 1300만명이 넘는다. 지난 9월1일 제주지방경찰청은 보도자료에서 “(유동인구를 고려해) 인구를 늘려 계산하면 범죄율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라고 밝혔다.

유동인구를 계산에 넣으면 ‘외국인 범죄의 심각성 정도’도 달리 보인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외국인 범죄자는 약 3.48배 증가했다. 그런데 이 통계는 반쪽짜리다. 총 외국인 관광객 수도 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제주도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0년 77만7000명에서 2015년 262만4000명으로 3.38배 높아졌다. 관광객 증가 비율만큼 범죄도 늘었다.

게다가 제주도 내 외국인 범죄 비율은 내국인보다 낮다. 인구 10만명당 내국인·외국인 범죄 건수를 각각 계산해봤다(위 그래프 참조). 단, 여기서 ‘인구’는 관광객과 거주민을 더한 ‘체류 인구’로 계산했다. 체류 인구 대비 내국인 범죄는 외국인 범죄에 비해 30배쯤 많다. 제주도에서 사람을 마주쳤을 때, 그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보다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인 증가 비율과 내국인 범죄 건수를 감안하면 외국인 범죄의 심각성은 다소 과장된 셈이다.

한국어로 쓰인 “당신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외국인 범죄 부풀리기’가 비판받은 적이 있다. 일본의 영자 신문 〈재팬 타임스〉는 2013년 “‘외국인 범죄 급증’이라는 경찰의 거짓말이 인종주의를 부채질한다”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나온 일본 경찰청과 언론의 행태는, 제주도 외국인 범죄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팬 타임스〉는 “경찰은 외국인 범죄 ‘건수’가 늘고 있다고 발표한다. 이때 전체 외국인 수가 늘고 있다는 점, 내국인(일본인) 범죄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무시된다. 경찰과 언론은 같은 도량형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범죄를 비교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13년 2월 ‘한국인을 죽여라’는 구호를 외친 혐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재팬 타임스〉는 이 기사에 일본 경찰이 제작한 ‘당신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라는 일본 내 한국어 포스터를 첨부했다. 제주도 도처에서는 ‘절도는 형사처분되는 범죄입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중국어 문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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