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환경이 어려운 것은 전 세계 해운업계 전반이 겪는 문제다. 자구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인수와 합병이 이뤄지고, 국제 해운동맹 지형이 뒤흔들리고 있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이나 겨우 숨통을 틔운 현대상선 모두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운동맹 재편이 당장 문제다. 해운동맹이란 과다 경쟁을 피할 목적으로 운임 및 영업조건 등을 협정하고 조율하는 네트워크다. 대한항공이 소속된 ‘스카이팀’, 아시아나항공이 소속된 ‘스타 얼라이언스’처럼, 해운업 역시 각 동맹 내에서는 협력하고, 동맹끼리는 경쟁하는 구도로 시장을 분할한다.

그러나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최근 해운업계 전반의 지각이 변동하고 있다. 대형 선사 두 곳(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이 주도적으로 만든 ‘2M’의 영향력은 여전하지만, 기존 중형 해운동맹이 격변을 맞았다. 특히 지난 5월 결성에 합의한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일본 MOL·NYK·K라인, 타이완 양밍, 독일 하파크로이트와 한진해운이 만들기로 한 디얼라이언스는 결성 주축을 이루던 한진해운이 무너지면서, 출범에 힘이 빠진 상황이다.

현재는 해산 절차를 밟고 있는 ‘G6’에 소속되었던 현대상선은 지난 7월14일 ‘2M’에 가입했다. 당초 채권단은 해운동맹 가입을 자구 노력의 핵심으로 삼았는데, 2M에 합류하면서 채권단의 마지막 조건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해운업계의 합병 역시 큰 이슈다. 올해 초 중국 양대 해운사인 코스코(COSCO)와 차이나쉬핑(CSCL)이 합병했고,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아랍에미리트의 UASC와 합병했다. 프랑스 국적 선사인 CMA-CGM도 싱가포르 해운사인 APL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해운동맹인 ‘오션 얼라이언스’를 이끌었다. 이처럼 전 세계 해운업계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가는 것은 대형 선박을 중심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제한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운사는 얼마 되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다. 이 격변 속에서 한때 세계 물류의 한 축을 담당한 한국 해운업은 주도권을 잃은 지 오래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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