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이 지난 8월26일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한 뒤 세계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옐런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당시 0~0.25%였던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렸다. 이와 동시에 2016년에도 네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세계시장에 타전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8월까지 실제로 금리 인상을 감행하지는 못했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캔자스 연준 주최로 전 세계 중앙은행 및 경제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연례 국제 심포지엄이다. 이 모임에서 시행되는 미국 연준 의장의 연설은 글로벌 패권국인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를 표명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옐런 의장의 이번 연설 주제는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들(The Federal Reserve’s Mone- tary Policy Toolkit)’이었다.

8월26일 길고 아카데믹한 연설에서 옐런이 정작 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노동시장의 지속적이며 강건한 실적, 미국 경제 및 물가 인상에 대한 연준의 전망에 비춰볼 때, 나는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할 여건이 지난 몇 달 동안 강화되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구체적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사실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연준은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물가인상률이 2%에 도달할 것이라는 경제지표가 나오는 시점에서 금리를 올린다’는 원칙을 지난 몇 년 동안 지겹도록 반복해왔다. 잭슨홀 연설에 앞선 지난 8월 중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미국 금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연준 회의)에서도 ‘금리유지론’과 ‘금리인상론’이 첨예하게 대립했으나, 전자가 우세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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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지난 8월2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 재닛 옐런 의장은 연례 경제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 참석했다.
오히려 옐런의 연설에 현실감을 덧입힌 사건은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CNBC 인터뷰였다. 그는 연설 직후 인터뷰에서 옐런의 관련 발언을 ‘연말까지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과감하게 해석해버렸다. 연준은 앞으로 9월과 11월,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FOMC를 연다. 피셔의 발언을 감안하면, 연준은 미국의 경기회복에 엄청난 자신감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피셔의 인터뷰는 사실상 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처럼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연준은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금리를 올려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피셔의 전망에서 별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의 실업률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활성화’의 주요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물가인상률은 연준의 목표치인 2%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잭슨홀 미팅 직전에 발표된 ‘노동생산성’ ‘비즈니스 투자’ 등의 지표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노동생산성이 0.5% 떨어지고, 비즈니스 투자는 무려 9.7%나 하락했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도 일본·독일 등 주요 국가의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등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34~37쪽 기사 참조).

한편 옐런의 잭슨홀 연설에서 금리 이외의 다른 부분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의 장기 전망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옐런은 “연방기금금리가 장기적으로 3% 정도에 정착할 것이다. 1965~ 2000년엔 연방기금금리가 평균 7% 이상이었다”라고 말했다. 2000년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저성장 추세를 예측하는 것이다. 더욱이 ‘중립금리(neutral rate of interest)’라는 용어를 통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는다. “일부 계산에 따르면, ‘실질 중립금리’가 현재 0%에 가깝다. 생산성 성장이 계속 지체되면 (…) 실질 중립금리는 이 수준(0%)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장기적으로 예측되는) 연방기금금리의 평균 수준은 2% 선으로 떨어질 것이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침체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의미한다. 이 금리가 높게 추정된다면 경기회복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고, 낮다면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옐런의 발언은 결국, 생산성 성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더욱 악화될 거라는 의미다.

그런데 비즈니스 투자가 떨어지는, 즉 기업들이 고성능 설비를 사들이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더욱이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비즈니스 투자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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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 낮다”

연준은 경기의 본격적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을 갈망해왔다. 지나친 갈망은 현실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무장관 출신으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 대학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8월29일) 기고를 통해 연준의 현실인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서머스에 따르면, 연준은 2014년 초, 2016년의 기준금리가 2~3%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이 앞으로 연말까지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다 해도 0.75~1%에 그친다. 한편 시장에서는 2018년의 기준금리를 0.88%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연준은 대체로 2.375%까지 예측한다. 연준이 시장 참가자들보다 미국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서머스는, 옐런이 언급한 0%의 중립금리를 고려할 때 지금 연준의 통화정책도 ‘팽창적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견해이다.

옐런은 이번 연설문에서 양적완화에 대해 “연준 정책 수단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양적완화는 불황이지만 단기금리를 더 내리기는 힘들 때(이미 0%에 가깝기 때문), 사용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연준은 양적완화를 2010년부터 시행하다가, 미국 경제가 일정하게 회복된 것으로 본 2014년 말에 중단했다. ‘경기회복에 따라 금리 인상의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하면서도 양적완화를 미래의 정책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옐런 연설의 모호함은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스러운 금리 인상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수 견해는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온다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 본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관측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미국 국채를 매입하라고 권유한다(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은 떨어진다). 연준의 9월 FOMC는 20~21일 열린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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