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도 아닌데 뭐하러 돈 들여 꾸미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는 답하고 싶다. “그럼 언제 ‘제대로’ 살아?” 어차피 대다수 월급쟁이들에게 내 집 마련은 이번 생에 글러먹은 일이지만, 전·월세라고 해서 아름답게 사는 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먹방’의 시대가 가고, ‘집방’의 시대가 온 건 어쩌면 당연한 순서 아닐까(〈시사IN〉 제448호 ‘만년 세입자지만 예쁘게 살고 싶어’ 기사 참조).

집을 쾌적하고 편안하게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빛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리는 빛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그 자체를 잘 알지 못한다. 형광등이 껌뻑거릴 때나 되어야 방 안을 비추는 전등의 존재를 알아챈다. 일조권 침해 뉴스를 봐도 어디서 빛이 흘러 들어와서 집 안으로 퍼지는지까지 생각이 닿지 않는다. 조명은 그 안에 사는 이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 일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가만히 누워서 햇빛이 어디서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느껴보자. 천장에 달린 등이며 보조 조명은 무슨 전구인지, 어디까지 빛을 퍼뜨리는지도 눈으로 따라가 보자. 고장이 나서 미세하게 깜빡거리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보자.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현재 가정에서 쓰는 조명은 형광등, 백열등, LED 전등 세 가지다. 형광등은 효율이 좋고 수명도 길지만 켤 때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어서 오래 켜두는 거실이나 방에 활용된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색감, 수은 함유로 인한 토양오염 탓에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백열등은 쉽게 설치할 수 있고 끄고 켜는 데에 부담이 없어서 화장실이나 현관에 쓰인다. LED 전등은 효율이 좋다는 형광등보다도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환경오염도 없다. 상황에 맞게 조명의 색상과 조도를 달리할 수 있고, 이를 스마트 기기와 연결해 제어할 수도 있어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넓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스탠드 같은 보조 조명으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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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집 인테리어를 손쉽게 바꾸는 방법은 조명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빛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공간이 달라진다. 위는 이케아 광명점의 한 쇼룸.
조명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을 끝냈다면 집 안 구석구석을 천천히 다녀보자. 빛이 필요한데 그늘진 곳은 없는지, 혹은 쓸데없이 밝은 빛이 눈을 괴롭히지는 않는지 살펴보자. 집을 탐험한 끝에 발견한 문제는 보통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다. 너무 어둡거나, 너무 밝거나.

먼저 대낮에도 너무 어둡다면 채광의 문제이니 거울이나 액자를 활용한다. 빛이 들어오는 창 맞은편에 유리로 만든 물건을 두면 빛이 반사를 일으켜 안이 밝아지고, 공간 자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밤에 켠 등이 고장 난 것도 아닌데 밝지 않아서 불만이라면 오히려 그 밝기에 익숙해지는 편이 낫다. 흔히 주 조명 자체를 밝은 등으로 갈아버리는데, 밤에 방 안이 대낮같이 밝다면 오히려 몸이 적응하지 못해 피로만 가중시킨다. 집중해서 무엇을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스탠드와 같은 보조 조명을 활용하면 된다.

전쟁 중 군용으로 제작된 ‘형광등’

만약 화장실이 어둡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형광등은 방과 거실, 백열등은 화장실과 현관” 공식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매우 기본적인 전구 배치 공식이다. 화장실이 너무 어둡다고 해서 백열등을 형광등으로 바꾸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화장실에 필요한 건 향초일지도 모른다. 초를 켜두면 냄새도 잡고 은은한 분위기도 낼 수 있다.

반대로 집이 너무 밝다면 조명 갓을 씌우거나, 여러 전구 중 한두 개를 빼는 식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셀프 인테리어가 대세라는 걸 잊지 말자.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간단한 조명 갓 만들기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 같은 방이지만 조도를 조금 낮추는 것만으로 그 안에 흐르는 공기가 달라진다.

그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지만, 조금 더 편안한 집안 분위기를 원한다면 과감히 형광등을 포기하기를 권한다. 형광등의 강한 밝기는 일하기에는 적합하지만 휴식을 취하기에는 과하다. 여담이지만 형광등은 전쟁 중에 군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기도 하다. 형광등을 끄고 초와 보조 조명을 놓아보자. 어두워진 밤을 즐기면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그 기분에 익숙해졌다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여러 전구가 달린 레일 등이나 밝기 조절 기능이 달린 LED 전등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봐도 좋다.

방 하나에 밝은 등 하나를 켜서 모든 곳을 밝히는 방식은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 공간을 단조롭게 만든다. 우리는 하나의 공간을 여러 용도로 쓰기 마련이다. 거실에 여럿이 모일 때도 있고, 혼자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두어 명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 맞춰 조명을 조금만 달리 쓰면 마치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일 때는 최대한 밝은 조명을 쓰고, 집중할 때에는 백색 조명을, 편안한 분위기에는 노란빛이 도는 조명을 더해 빛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꾸는 식이다. 내 공간을 조금 더 알고 조금만 바꿔보면 집에 있는 시간이 훨씬 즐거워진다.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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