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에 실시간 인기 순위가 없었다. 동그라미 몇 번 클릭했더니 내 취향에 맞는 음악들을 귀신같이 짚어주었다. 난생처음 들어봤지만 필자의 귀를 사로잡을 새로운 음악과 뮤지션들을 적절히 추천했다. 애플이 만든 음악 서비스 ‘애플뮤직’ 이야기다.

2015년 애플 개발자회의(WWDC)에서 처음 공개된 애플뮤직은 공개 직후 100여 개국에서 동시에 론칭되었지만 한국은 빠져 있었다. 국내 출시 관련 소식은 지난 1년 사이 간간이 흘러나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밝혀지지 않다가, 8월5일 사전예고 없이 기습 출시했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입 신청을 했다. 3개월 동안 무료라서 개인회원으로 가입했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니 곧바로 다홍색 원들이 둥둥 떠오른다. 화면 안을 보면 클래식·록·케이팝·재즈 등 음악 장르가 있다. 원을 한 번 클릭하면 원이 확대되면서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것으로 체크된다. 두 번 클릭하면 원이 더 커지면서 해당 장르를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 체크된다. 모두 선택하고 나면 해당 장르의 유명 뮤지션들이 다홍색 원에 이름이 적힌 채로 다시 둥둥 떠오른다. 마찬가지로 원을 한 번 클릭하면 ‘좋아요’, 두 번 클릭하면 ‘아주 좋아요’다.

그다음 등장한 메인 화면에는 우리나라 음원 사이트에서 흔히 보이는 실시간 음원 순위나 인기 순위가 없었다. 대신 앞서 입력한 선호도에 맞춰 제안된 큐레이션 카드들이 떠 있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음반은 물론이고, 그와 비슷한 느낌의 음악을 만드는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귀신같이 찾아내 알려주었다. 선곡 대부분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AP Photo2015년 6월 애플 개발자회의(WWDC)에서 진행된 ‘애플뮤직’ 서비스 공개 장면.

애플뮤직은 장단점이 뚜렷이 대비되는 서비스다. 첫째, 해외 음원 3000만 곡 이상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음원만 1000만 곡을 보유한 멜론에 비해 애플뮤직은 국내 음원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단점이 있다. 출시 직후 SM, YG 등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와 계약해 음원을 확보했다. 아마도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 예컨대 아이유의 음악을 애플뮤직에서 듣기는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엑소를 비롯한 몇몇 한류 아이돌을 중심으로 애플뮤직에 음원을 단독으로 선공개하려는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애플뮤직에 음원을 단독 공개하면 전 세계 100여 개국에 동시에 공개될 수 있어서 국내 음원 서비스에 비해 파급력이 크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 영향력을 높여가는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애플뮤직은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다.

안드로이드에서도 이용 가능하지만, 오류 많아

둘째, 기존 국내 음원 서비스들의 운영 방식은 차트 중심이다. 남들이 많이 듣는 음악을 우선 보여준다. 최근의 핫한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남들이 듣는 음악 위주로 듣게 된다. 대중의 취향이 획일화되기 쉽다. 또 몇몇 연예기획사 주도의 음원 순위 조작 의혹도 심심찮게 불거진다. 반면 애플뮤직에서는 이런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개인들이 입력하는 취향, 플레이 빈도, 음원 ‘좋아요’ 표시 등을 업체가 일일이 조작할 수는 없다.

셋째, 가격이다.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싸다. 가입 후 3개월은 무료지만, 3개월 이후부터는 월 7.99달러, 우리 돈으로 약 8900원을 내야 한다. 특이한 것은 가족회원 기능이 있어서 가족으로 지정된 최대 6명의 회원은 월 11.99달러, 우리 돈으로 약 1만3300원이면 사용할 수 있다. 가족요금으로 이용한다면 1인당 2200원 수준이다. 국내 음원 서비스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애플뮤직은 애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에서도 내려받아 쓸 수 있다. 하지만 결제 및 사용자 인증, 그리고 음악 재생 등에 오류가 많아 당분간은 안드로이드에서 애플뮤직을 즐기기는 어려우리라 보인다.

기자명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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