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IT 칼럼 연재를 끝내게 되었다.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니 2010년 3월부터 총 6년5개월 동안 3~4주에 한 번씩 약 90편을 썼다.

칼럼이 연재되는 6년여 중에 나는 미국 보스턴에서 3년간 라이코스 CEO를 맡았다. 이후 실리콘밸리로 옮겨 다음커뮤니케이션 소속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1년 넘게 했다. 그리고 2013년 말부터는 한국에 돌아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으로 스타트업을 돕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미국의 IT 트렌드에서 스타트업 이야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었다. 6년간 내가 칼럼을 통해 지켜본 글로벌 IT 현장을 회고해본다.

먼저 SNS 전쟁. 칼럼의 연재 계기는 트위터였다.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된 고재열 기자에게 DM(다이렉트 메일)으로 연재 의뢰를 받았다. 일면식도 없고 미국에 있는 내게 트윗만을 보고 그런 부탁을 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SNS의 힘을 느꼈다고 할까. 트위터를 통해 이어진 인연도 많고 큰 도움을 받았기에 페이스북보다는 트위터를 더 좋아했다. 미국에 사는 동안은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았다. 그런데 SNS 전쟁은 페이스북의 완승으로 끝났다. 한국에서도 무시 못할 미디어로 성장한 페이스북이 내년 대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도 확실하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SNS 전쟁의 승자가 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2012년 5월에 상장한 페이스북은 지금은 시가총액 약 400조원의 회사가 되었다. 1조원을 주고 인수한 인스타그램은 이제 트위터를 능가하는 인기 SNS다. 와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는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석권하며 계속 성장 중이다. 3조원을 주고 인수한 오큘러스를 통해 페이스북이 VR(가상현실) 시장을 새롭게 창출해낼지도 관심거리다. 반면 2013년 11월에 상장한 트위터는 계속 경영진이 바뀌는 진통을 겪으며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기업가치도 15조원 규모로 쭈그러들며 생존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구글이 SNS 서비스인 구글플러스를 통해 페이스북의 아성에 도전했던 일도 무위로 끝났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파죽지세로 성장 중인 페이스북이 과연 구글을 넘어설 수 있을까이다.

화웨이·샤오미가 애플과 삼성을 제칠까?

두 번째는 스마트폰 전쟁. 칼럼을 시작하던 2010년 봄은 한국에 아이폰이 상륙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스마트폰 열풍이 불어닥치던 시기였다. 또 아이패드가 처음 발매되어 태블릿 컴퓨터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장’ 속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옴니아라는 제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갤럭시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스마트폰 전쟁에서 애플과 함께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애플은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사후에도 스크린이 커진 아이폰6 등으로 계속 성장을 이어갔으나 최근에는 판매 부진으로 고전 중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애플워치 등에서 보듯 애플의 혁신 능력도 이제 빛이 바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애플과 대등하게 싸우며 확고하게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은 삼성전자가 감탄스럽다.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이 2강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회사의 도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맞서 싸울까이다. 애플이 과연 자동차 시장에서 어떤 것을 보여줄지도 관심거리다.

마지막으로 지난 6년5개월 동안은 우버·에어비앤비·스냅챗 같은 공룡 스타트업의 성장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앱 회사로 생각했던 우버의 기업가치가 지금은 현대자동차 기업가치의 두 배가 넘는 7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우버처럼 글로벌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한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며 기존 산업계를 위협하는 파괴자로 성장할 것이다. 한국은 각종 규제와 기득권의 저항으로 이런 회사들이 나오기 어렵다는 게 내가 크게 우려하는 점이다.

또 다른 기회를 통해서 <시사IN>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자명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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