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 원고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펼치고 타이핑을 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 진심으로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 무릇 사람이 너무 피곤하면 그런 법이다. 하다못해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생각하는 것도 귀찮지 않은가. 즐거워지고는 싶은데 뭘 어쩌면 좋을지 알 수 없고, 올해 야구는 두산, NC, 넥센, SK 팬이 아닌 이상 딱히 즐거운 기분으로 보기는 글렀다. 그런 와중에 독서나 퍼즐 맞추기처럼 뭔가 오래 생각해야 하는 유희를 제안하는 놈이 있으면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지는 총체적 무기력. 특히나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고온다습한 장마의 계절이 들이닥치는 한반도의 7월은 그냥 생각이 싫고 세상이 싫고 만사가 싫어져서 고심 끝에 ‘생각을 해체하게 만드는’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땐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생산성 없는 유희를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유희에 뭔가 의미나 생산성이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런 건 컨디션이 좋은 날에 해도 괜찮다. 거듭 말하지만, 7월이라니깐? 우리가 중림동 새우젓이란 이름을 빌려 이 지면에서 소개한 수많은 문화생활과 유희 중에서, 가장 무가치하고 가장 실없는 놀이를 당신에게 추천한다.

ⓒ시사IN 조남진진심으로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무가치한 사이트에 들어가 시간을 허비해보는 것도 좋다.

첫 번째로 추천하는 것은 ‘아무 쓸모없어 보이고 대체 왜 만든 건지 짐작도 안 가는 웹사이트들 구경하기’다. 세상엔 그냥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것 말고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는 웹사이트들이 있고, 굳이 그런 웹사이트들을 찾아서 소개해주는 인간들도 있다. 이를테면 ‘Useless Web’이라는 사이트(theuse lessweb.com)는 “날 쓸데없는 웹사이트로 데려가 줘요(TAKE ME TO A USELESS WEBSITE PLEASE)”라는 문구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PLEASE’를 누르면 무작위로 웹사이트들을 연결해주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사이트들이 하나하나 아주 가관이다. 웬 남자의 얼굴을 반복해서

‘아무 쓸모없어 보이고 대체 왜 만든 건지 짐작도 안 가는’ 웹사이트들이 있다.

장어로 때릴 수 있게 해주는 ‘장어 뺨때리기’(eelslap.com) 사이트나, 끊임없이 ‘헤이!’ ‘호오!’ 소리와 함께 서로의 사이트로 리다이렉션되도록 설정된 ‘헤이이이!’(heeeeeeeey.com) 사이트와 ‘호오오오!’(hooooooooo.com) 사이트, 영국 코미디언 스티브 쿠건이 연기한 캐릭터 앨런 패트리지가 다프트 펑크의 노래 ‘겟 러키’에 맞춰 춤을 추는 동영상을 무한 반복해 틀어주는 ‘패트리지게츠러키’(partridgegetslucky.com) 사이트, 끊임없이 유리창을 핥는 퍼그 강아지 동영상을 올려둔 ‘sanger.dk’(sanger.dk) 사이트…. 대체 이게 뭐지 싶다가도, 하다 보면 세상에 참 심심하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반복해서 ‘PLEASE’를 누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당신이 쓴 트윗 중 가장 슬픈 트윗은?

당신이 트위터를 하는 사람이라면 두 번째 추천도 매우 즐겁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슬픈 트윗들’(sadtweets.com)이란 웹사이트인데, 접속하면 “당신이 쓴 트윗 중 가장 슬프고 가장 쓸쓸한 트윗들을 탐험하세요”라는 문구가 당신을 반긴다. 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사이트는 당신이 쓴 트윗들 중 단 한 번의 리트윗이나 ‘마음에 듦’도 받지 못한 트윗들을 보여주는데, 심지어는 이런 트윗들을 앙드레 가뇽 풍의 슬픈 음악(DJ 울프트론의 피아노곡 ‘이모셔널’이란다)과 함께 슬로모션으로 화면 위에 띄우며 굳이 부연한다. “이 트윗은 5개월 동안 리트윗도 ‘마음에 듦’도 없었어요….” 말하자면 ‘당신이 적었지만 그 누구도 아무 관심을 주지 않고 반응도 하지 않은 트윗들이다. 외롭고 슬프지 않겠나?’라는 건데, 트위터에 늘어놓은 ‘아무 말 대잔치’의 흔적들이 턱도 없이 슬픈 것으로 포장되어 장중하게 전시된 걸 보는 것은 몹시 우스꽝스러운 경험이다. 혹시 트위터를 한 지 몇 년 됐고 그동안 열심히 아무 말을 해서 누적 트윗 개수가 다섯 자리를 넘겼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이 우스운 유희를 몇 시간이고 즐길 수 있다.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유희가 필요하다면 이런 건 어떤가? 유튜브에서 ‘fireplace HD’로 검색하면, 몇 시간이고 벽난로나 모닥불이 타오르는 것만 보여주는 풀HD 영상들이 즐비하게 올라와 있다. 뭔가 너무 조용해 잠이 들기 어려운 밤이거나,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TV든 뭐든 틀어놓아야 덜 허전할 것처럼 느껴지는 오후라면 이쪽이 딱이다. 소리만 들어도 무방한 거라면 더 다양한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 숲속에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rainforest’로, 해변가에 파도가 달려와 철썩, 철썩, 척, 쏴아~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듣고 싶다면 ‘ocean sound’로 검색해보자. 물론 스마트폰으로 틀어두는 거라면 데이터 사용을 해제하고 무선 인터넷 연결을 선택하도록 하자. 무의미한 유희에 소진하기엔 우리의 데이터 요금이너무 소중하다.

누군가는 반문할 것이다. 이렇게 무의미한 유희를 이리도 정성 들여 소개하는 이유가 뭐냐고. 글쎄, 앞서 날씨 핑계를 대긴 했지만, 세상 모든 유희가 다 생산적이거나 어떠한 의미로 충만해야 한다는 것 또한 쓸데없는 강박이다. 우리는 어차피 곧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김 서린 버스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고, 파도가 쓸어갈 걸 뻔히 알면서도 백사장에서 모래성을 쌓는다. 왜? 즐거움은 즐거움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피로하고 지친 나머지 위로와 즐거움이 갈급한 날조차 나름의 의미를 갖추고 생산성까지 담보한 유희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조금 서글프지 않은가? 잠시 모든 걸 잊고 쓸데없는 웹사이트의 세계로, 웃기고 슬픈 트윗의 향연으로, 몇 시간 동안 묵묵히 타오르는 유튜브 벽난로 곁으로 떠나보자.

기자명 중림동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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