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그림
‘3불정책 폐지’ ‘금산분리법 폐지’ 등 이명박 후보의 파격적인 공약들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논쟁의 소지가 있는 정책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이명박 후보로부터 쟁점 이슈 열 가지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이명박을 이명박답게’를 내걸고 본선에 임하는 이 후보는 자기 색깔을 분명히 했다.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대해서 폐지되어야 한다는 ‘친재벌’적 의견을 밝혔고,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언론이 개정을 바라는 신문방송 겸영과 교차소유를 금지한 현행 언론관계법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으며 앞으로 다른 대선 후보에게도 이런 식으로 정책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1) 경제 분야

-금산분리법은 확실히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인가?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 허용은 은행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처라 판단하고 있다.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 소유의 폐해로 지적되는 도덕적 해이, 사금고 문제 등은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 방식의 제한과 적절한 감독체계의 구축을 통해 대처 가능할 것으로 본다.

-출자총액 제한제도 및 재벌 소유지분구조 관련 제도에 대한 의견은?

세계화 시대에 기업을 옭아매는 지나친 규제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투자와 성장의 부진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다. 기업이 투자하겠다는데도, 이를 막고 있는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폐지할 때가 되었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 이미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면 M&A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기업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외이사제도의 도입 등 기업의 경영과 지배구조 문제 등을 세계적 기준에 맞추었다. 또 자본시장의 감시기구들이 기업 활동에 대해 감시견(watch-dog)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국내기업을 역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과감한 철폐가 필요한 시점이다.

-개정된 비정규직법이 문제가 없다고 보는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재개정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법을 보완해서라도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더 나은 해법이 나와야 한다. 참여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비정규직 법의 취지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완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법 시행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편법적인 해고 수단으로 악용하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그대로 유지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법을 시행한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비정규직 법에 대한 신속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워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먼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4대 보험(고용, 실업,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입률이 저조한 것은 파견회사 등이 영세하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가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도 법이 제대로 집행되는지를 챙기지 않고 있다.

고통 분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을 위해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한 우리은행 등 아름다운 사례도 많다. 기업 내부의 경영 효율화를 통해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되도록 기업 내부에서 고통을 분담해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결국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 둘째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소, 셋째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특히 직장의 안정성을 높여 비정규직 노동자가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업은 투명한 경영과 공정한 고용관행을 확립하고, 근로자는 지나친 임금 인상을 자제하며,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해 제도와 관행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나아가서 비정규직들이 ‘비정규직의 함정(trap)’에 빠지지 않고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 훈련의 강화와 같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성장률과 ‘일자리 없는 성장’에 있다. 기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고, 신산업을 육성하며, 서비스업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곧 최선의 복지이자 최선의 비정규직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나,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번 사태의 근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예견되었음에도 정부는 다양한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가도록 만들었다.

ⓒ연합뉴스이명박 후보는 당선되면 ‘친재벌’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위는 서울시장 재직 당시 경제단체장들과 만나는 이명박 후보(오른쪽).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에 대해 명쾌하게 “이것이다”라고 모범 답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노동자와 사용자 측이 서로 믿음과 신뢰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법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도 존재하는 차별을 놓고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노사 상호의 신뢰 구축에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경영자 측은 기업경영에 대한 정확한 실상과 경영 상황을 근로자들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또한 노조 측은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 기업의 경영 활동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무리한 요구는 자제해야 한다. 정치적 문제를 명분으로 파업을 하는 일도 절대로 없어야 한다.

노사 간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결국은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나 KTX 여승무원의 문제도 결국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회복할 수 있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2) 언론 분야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항이 현행처럼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바뀌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급변하는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각종 다양한 대중매체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렇게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 대해 현재의 언론관계법으로는 다양한 매체들의 육성 및 발전, 그리고 합리적인 규제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각종 법률의 제정 및 개정이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언론관계법의 개정안들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신문방송의 겸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교차소유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신문, 뉴스통신, 방송의 겸영을 금지한 현행 신문법 제15조 제2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한 반면, ‘신문, 뉴스통신, 방송상의 지분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는 자는 다른 신문, 뉴스통신의 지분 2분의 1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신문법 제15조 제3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취지는 신문 다양성의 효과가 기업 결합에 의한 폐해보다 크다면 규제받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뉴미디어 시대의 환경 변화에 발맞춰 신문과 방송의 상호 겸영을 허용하되, 시장점유율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신문방송의 겸영이라고 하는 개념 정의에 대해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현행 신문법상에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까지 포함하여 급변하는 뉴미디어 시대와 다양한 대중매체의 설립 등을 포괄한 언론관계법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KBS 수신료 인상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 많은 국민은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과거에 수신료 징수를 거부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KBS가 국민에게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초래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KBS가 수신료를 올려 받기 위해서는 먼저 진정한 공영방송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방만한 경영을 혁신하고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스스로 담보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했을때 비로소 수신료 현실화가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통일 분야

-대통령이 된다면 ‘2007 남북 공동선언’의 8가지 합의 항목을 모두 충실히 계승해서 추진하겠나?

합의된 항목들 중 추진되어야 할 것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항목은 이미 내가 〈비핵 개방 3000〉 및 〈신한반도 구상〉에서 공약한 것과 아주 비슷하다. 내가 차기 정부를 이끌게 된다면, 이번에 합의한 항목들을 모두 면밀하게 검토할 생각이다.

다만 세계화·개방화의 시대에 남북 경협이 성공하고, 북한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남북한만의 협력으로는 안 된다. 국제적 투자와 경협을 유도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북한의 개방화도 진행되어야 한다. 결국은 북한 지도자의 개방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만 남북한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

서해평화수역과 관련해서도 NLL은 반드시 유지되는 상태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NLL은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는 서해상의 휴전선이다.

-북한 핵 폐기 문제와 관련해 그 개념이 어디까지이고, 어떻게 진행되어야 완벽한 핵폐기라고 보나?

북한이 핵시설, 재처리 시설 등을 포함한 기존의 핵 프로그램뿐 아니라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까지 완전히 해체, 제3국에 이전하여 완전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월4일의 6자회담 결과는 영변 핵시설을 1년 정도 가동할 수 없도록 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 사실 이는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불능화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핵 폐기를 향해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완벽한 핵 폐기를 위해서, 먼저 10월4일 합의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가 이루어지고, 북한에 존재하는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가 신고(declaration)되어야 한다. 이어 2단계로, 신고된 핵 프로그램이 국제사찰단 감시 하에 검증(verification)되고 폐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해야 한다. 3단계로,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폐기가 유지되고, 기존 핵무기도 완전히 해체되어 제3국으로 이전되어야 한다.

-현 정부의 NLL 문제에 대한 입장이 견해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NLL은 1953년 7월 휴전 이래 50여 년간 한국의 해상경계선 역할을 해왔다. 분단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선박의 통행이 불편하다고 해서 NLL를 재설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 이 문제의 논의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히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된 상황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현 단계에서 우리는 NLL을 견고히 유지하려는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미래의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구분을 해야 할 것이고, 현재 NLL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 때만이 비로소 미래의 평화적인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설정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NLL 문제, 나아가 서해 해상의 군사분계선 문제는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걸쳐 있는 문제이다. 정전협정 당시 해상 군사분계선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데서 생겨난 이 문제는 당시 치열한 전쟁을 경험한 대한민국의 아픔이 배어 있으며, 이를 둘러싼 현재의 갈등은 남북 관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이 NLL을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공동어로구역 운영 등 어민들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전작권이 우리에게 이양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북한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전작권 이양은 우리의 안보를 담보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전작권 이양 시기를 무조건 늦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작권을 가져오긴 하되 그 시기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작권 이양 시기를 2012년보다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안보를 단독으로 지키는 국가는 세계에서 몇 나라 되지 않는다. 동맹을 통해서 군사적 지원을 확보하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작전권의 단독 행사는 국가안전보장이라는 국익 차원에서 볼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사적 경제력 능력이 수반되지 않은 전작권 단독행사는 말로만 자주일 뿐 큰 의미가 없다.

우방과의 동맹을 통해서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전작권 단독행사는 북한 핵이 폐기되고 남북 간에 신뢰와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난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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