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여소야대에다 원내교섭 3당 체제로 시작했다. 20대 의원 300명이 타협의 정치를 펼칠지, 대결의 의정 활동을 반복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체 의원의 44%를 차지하는 초선 의원 132명은 주목 대상이다. 이들은 20대 국회의 활력소다. 새로운 눈으로 여의도를 바라보고 행동할 수 있는 이들을 통해 20대 국회를 미리 그려봤다. 검찰·국방·경제·노동 각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여야 초선 의원을 만나 20대 국회의 개혁 과제를 들어봤다. ‘초선 의원이 진단하는 20대 국회 개혁 시리즈’ 두 번째 순서는 ‘국방 개혁’이다.

 

ⓒ시사IN 조남진 김종대 정의당 의원(맨 왼쪽),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가운데),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맨 오른쪽).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

국방부는 군인이 아닌 이에게 문턱이 높다. 군 출신이 아닌, 민간인 출신 장관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아직 한 명도 없다. 차관 역시 으레 군 출신 몫이다. 백승주 의원은 민간 전문가 출신으로 국방부 차관을 지냈다.
백 의원은 1990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으로 시작해 줄곧 국방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10년 당시 박근혜 의원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2013년 18대 대통령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을 지냈고, 이어 국방부 차관을 지냈다. 2015년 10월 총선 출마를 위해 차관직을 사퇴했다.
백승주 의원이 당선된 경북 구미갑은 19대 현역이었던 심학봉 의원이 성폭행 논란을 일으켰던 지역이다. 심 의원이 총선에 못 나오면서 정치 신인인 그가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백 의원은 ‘진박’으로 분류된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

어려서부터 군인을 꿈꿨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살 수 있고, 모두가 똑같이 입고 자고 대우받는다는 점이 좋아서”였다. 전북 군산 출신인 그는 1970년 육군사관학교 30기로 입학해 육군3사관학교 교수부장, 육군 보병 제70사단장을 지냈다. 2006년 육군 준장으로 예편했다.
2012년 안철수 대선 캠프에 합류해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안철수 사람’으로 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발기인, 올해 1월 국민의당 창당발기인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10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당연히 국방위원회를 간다”는 그는 보좌진으로 군 출신을 3명이나 뽑았다. 수석보좌관은 육군3사관학교 교수 출신 이월형 전 육군 대령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노심초사.’ 그는 정의당의 현재를 이렇게 표현했다. 노회찬·심상정과 초선 네 명으로 이뤄진 의원 6명의 정당이라는 뜻이다.
14~16대 국회 국방위 보좌진을 거쳐 참여정부 국방보좌관실에서 유일한 민간인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군사평론가’로 활동했다. <안보 전쟁>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 등을 꾸준히 펴냈다. 군사 전문 월간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국방·안보 분야의 취약함을 보강하려고 직접 영입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국방부에서 ‘김종대 대응팀’까지 꾸렸다는 소문이 나올 만큼 20대 국회 국방위 ‘야당 대표 공격수’로 꼽힌다.

 

ⓒ연합뉴스 2014년 8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군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군인권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상임위원회 가운데 인기가 별로 없다. 의원들이 국방위를 비인기 상임위로 꼽는 이유는 이렇다. “후원금이 잘 안 모인다” “지역구에 도움도 안 된다” “외국 나갈 기회도 다른 상임위보다 적다”. 20대 국회 들어 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방·안보 분야 출신 전문가도 줄었다. 공개적으로 국방위 지원을 뚜렷하게 밝힌 의원은 6월2일 현재까지 3명뿐이다.

국방은 수권 능력의 최우선으로 꼽히는 분야다. 집권을 목표로 하는 각 정당으로서는 국방·안보 분야를 놓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해병 2사단본부를 방문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지난달 육군 28사단을 찾았다.

국방·안보는 일반 시민에게도 피부에 와 닿는 문제다. 누군가의 아들·친구·애인이 군 복무 중이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란 말처럼, 군 폭력 희생자가 되거나 총기 난사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조 단위 규모로 터지는 방위산업 비리는 먹고살기 팍팍한 이들의 분노를 부채질한다. 국방 분야의 개혁을 바라는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군사·안보 전문가인 20대 초선 3명이 6월1일 한자리에 모였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55), 육군 준장 출신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66), 군사평론가 정의당 김종대 의원(50)이다. 국회 문턱을 넘기 전에 국방정책을 추진하고(백승주), 군 현장을 지휘하며(김중로), 국방 분야 비판자(김종대) 구실을 각각 했다. 더불어민주당 20대 초선 의원 가운데에서는 이렇다 할 군사·안보 전문가를 찾을 수 없었다.

 

19대 국회 내내 ‘윤 일병 사건’ 등 군 인권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평범한 국민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김종대:윤 일병이 자대 배치되어서 37일 중 35일을 구타당했다. 매일 절뚝거리면서 다녔다. 그런데 왜 지휘관이 몰랐을까? 공간과 생활이 분리되어서다. <손자병법>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고 했다. 어떤 조직이든 위아래가 한마음이면 이루지 못할 게 없다는 뜻인데, 우리는 매사가 나눠져 있다. 군의 체질도 바뀌어야 한다. 상하 간에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물론 임무를 수행할 때는 위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 외는 다 똑같은 인격으로 대해야 한다. 외국 군대는 다 그렇게 되어 있다. 우리는 반대다. 임무 수행할 때는 대충 하고, 임무 후 사생활에서 위계 구조를 엄격하게 따진다.

ⓒ연합뉴스 2015년 3월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방산 비리 관련 일광그룹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 물품을 옮기고 있다.

김중로:전방 근무를 해본 적이 없을 텐데 상당히 잘 아신다(웃음).

김종대:전방 근무 했다(전체 웃음).

김중로:윤 일병 사건 이후 국방부에서 ‘열린 병영문화’를 내놓았는데, 물어보면 제대로 답변도 못한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네 가지를 바꿔야 한다. 첫째는 환경이다. 먹고 자고 입고 씻고 배설하기. 우스운 것 같지만 이 여건이 안 갖춰지면 문제가 일어난다. 개성이 다른 젊은이 30명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예를 들어 1개 분대(10명 미만)가 화장실 한 칸을 쓴다. 아침에 사람이 몰린다. 이때 졸병이 화장실에서 늦게 나오면 큰일 난다.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생활환경을 최대한 갖춰야 한다. 두 번째는 리더가 하급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한데 상하 간 관념이 달라져야 한다. 김종대 의원도 말했지만, 사람이 이등병이 아니라 계급이 이등병이다. 특히 병장의 의식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 간부는 오후 6시면 퇴근한다. 병장은 24시간 내무반에서 함께 지낸다. 대대장 때 병장 40명과 한 달 동안 목욕도 축구도 같이 하면서 어울려 지냈다. 한 달이 지나니 바뀌더라. 처음에 축구를 하면 나 혼자 30골을 넣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에는 한 골도 못 넣었다(전체 웃음).

김종대:‘접대 축구’ 당한 것이다.

김중로:그 정도로 지휘관은 겁난다고 각인되어 있다. 30일이 지나니깐 그냥 태클이 막 들어왔다. 골을 넣을 수가 없더라(웃음). 그렇게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든 뒤 우리 군 내에서 가혹행위만은 없애보자고 제안했다. 병장의 경험을 이등병에게 물려주지 않아야 가혹행위가 끊긴다. 네 번째로는 이래도 안 되면 추상같은 벌을 줘야 한다.

백승주:물론 군 인권 문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단합도 해야 한다. 군 조직은 존재 이유와 관련해 판단해야 한다. 평상시는 지금 나온 말처럼 운영하면 된다. 전투는 다른 상황이다. 전쟁·전투의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느냐 차원에서 평시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또 내 또래가 군대 갔을 때만 해도 ‘비전투 손실’이라고 해서 1년에 1000명 정도가 군에서 전투가 아닌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지금은 100명대로 개선된 부분도 있다. 물론 더 줄여야 한다.

계속해서 터지는 방산 비리도 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김종대:법정에서 잇따라 무죄가 나온 게 문제다. 통영함 장비 납품 비리에 연루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2심까지 무죄를 받았다. 불량 장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건 맞는데, 재판 결과만 놓고 보면 책임질 사람이 없다.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먼 검찰의 실적 올리기 수사였다는 의미다. 방산 비리 문제는 정책 실패로 봐야 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정책 결정 과정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하부 구조인 계약 집행 과정만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미봉책이다. 방위산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모든 시스템을 수사하고 점검해야 한다.

김중로:맞다. 소요(필요)부터 획득 단계, 방위산업 전 의사 결정 단계를 정확히 봐야 한다. 방위사업청의 감독 기능 등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나도 장군 출신이지만 ‘군피아’ 문제도 심각하다. 방위산업 단계별로 근무하는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도 중요하다. 리베이트가 엄청나기 때문에 비리 유혹이 항상 있다.

백승주:방산 비리는 개인 일탈·윤리 문제도 있고, 구조 문제도 있다. 방위산업은 ‘소요 결정-제안서 작성-제안서 평가-시험평가-가격 협상-기종 결정-납품’ 단계를 밟는다. 소요 결정 단계에서 제일 비리가 많이 발생한다. 또 구매 직전 시험평가 승인에서도 문제가 많다. 생산한 쪽에서는 어떻게든 빨리 평가에 통과해야 돈이 생기기 때문에 로비에 나선다. 결국 비리 네트워크 구조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해군의 배 건조를 보자. 소요부터 연구개발-획득-사용 단계를 거치는 동안 같은 커리어를 가진 사람만 있으면 아주 느슨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민간 전문가·공무원 등을 중간중간에 배치함으로써 생태 환경을 바꿀 수 있다.

김중로:해군·공군은 워낙 군인이 적어서 서로 다 안다. 거기 민간인이 들어가서 잘 될까. 결국 의식과 교육의 문제가 아닐까. 끝이 없는 이슈다.

백승주:시간이 필요한 문제지만, 생각을 바꾸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김종대:지휘관도 문제라고 본다. 우리나라 장교처럼 무기체계에 관심 없는 경우는 처음 봤다. 외국에서 무기 수요는 야전에서부터 나온다. 우리는 주면 군말 없이 쓴다. 이것은 공산당 경제다. 야전 지휘관 스스로 불량 무기에 대해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 전투원의 생명 가치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방산 비리 척결을 시작하면 어떨까. ‘우리가 왜 이런 장비로 싸워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야전의 요구가 방산 비리 척결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20대 의정 활동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건가.

김중로:방위산업 이야기를 마저 해보자면, 방위산업은 업무 범위가 굉장히 넓다. 국가 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비리 문제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국민의 불신을 풀어주고 군의 사기도 올리는 쪽으로 국방위 의정 활동을 하고자 한다.

백승주:동감한다. 방산 비리는 뿌리 뽑아야 하지만, 방위산업 위축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방위산업을 그저 국방 관련 분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인터넷의 효시도 미국 국방부 통신망 아르파넷(ARPAnet)이었다. 일반 민간 기업은 선뜻 도전할 수 없는 국가 R&D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분야다. 미래 성장동력이 여기 있다고 본다. 방위산업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육성 법안을 만들고 싶다.

김종대:병역법 개정도 시급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19세가 되면 징병검사를 받고 그해나 이듬해에 입영할 수 있다. 이를 18세로 낮추고 고등학교 졸업생은 원할 경우 먼저 입대할 수 있도록 개정하겠다. 스크린도어 작업하다 숨진 ‘구의역 김군’도 19세 고졸자였다. 김군은 병역 미필이라는 이유로 동료 고졸자가 해고되는 걸 지켜봤다. 본인은 잘리지 않았지만 결국 사고를 당했다. 병역 미필 고졸자는 언제 입대할지 모르니까 대부분 쫓겨난다. 현재 입대 평균 대기 시간이 24개월이다. 24개월 입대 대기를 하고 21개월 군 생활을 한다. 그리고 취업 준비에 평균 31개월이 걸린다. 다 합치면 76개월이다. 고졸자는 군 복무로 인해 청춘의 전반기를 사회적 잉여로 살아야 한다. 학력 격차로 삶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게 만든다. 이것을 바꾸겠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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