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들판의 꿈>홍은전 지음봄날의책 펴냄

강남역 살인사건의 여파가 장애인 인권 문제로 번졌다. 정부는 이번 사건 가해자의 정신 병력을 이유로 ‘정신장애인 강제 행정입원 강화 조치’를 대책의 일환으로 내놨다. 한국은 이미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률이 67.4%에 이르는 나라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은 “경찰이 내놓은 대책이 바로 모두가 정당하게 사회적 소수자를 혐오할 명분과 자신감을 주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노란들판의 꿈〉은 장애인 야학인 ‘노들야학’ 20년사를 중심으로 한국의 장애인 운동이 걸어온 가시밭길을 담담히 증언한다. “장애인 출현율 10%. 10명 중에 1명은 장애인이다. 그러나 내가 자라온 세상은 한 번도 1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244쪽).” 1들의 권리는 법전에 있지 않았다. 오늘날 당연한 저상버스와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위해 수많은 장애인이 목숨을 걸고 거리에 누웠다. ‘여기 장애인이 존재함’을 매일매일 새롭게 보여주는 일이야말로 노들야학의 일상이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은 실패를 시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들의 한계가 바로 우리 사회의 한계이고, 우리는 그 실패의 자리로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자리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가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더는 후퇴하지 않아야 할 가치들이 이 책 안에 꾹꾹 담겨 있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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