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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주다 내가 빠져드는 그림책

중림동 새우젓 (팀명) webmaster@sisain.co.kr 2016년 05월 27일 금요일 제4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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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나도 ‘뭐 하고 놀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기를 키우면서부터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다. 일을 하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아기를 보면서 보냈으니까. 아기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일 년하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마냥 힘들기만 한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다. 아이와 함께 놀았던 시간들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었다. 같이 놀았다.

그림책 읽어주기는 아기와 함께 놀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꼭 내 아이가 아니면 어떤가. 게다가 지금부터 소개하는 그림책들은 책을 처음 접하는 아기뿐 아니라 읽어주는 어른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아기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수십 번 반복해서 본다. 어른들이 비슷한 전개와 주제가 담긴 영화나 만화, 소설을 보고 또 보는 것처럼.

 

  <div align=right><font color=blue>ⓒ한림출판사 제공</font></div>  
ⓒ한림출판사 제공

<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글·그림/한림출판사 펴냄

아기들 일상은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다. 예를 들면 공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물이 튀기면서 물방울이 되는, 어른들에겐 사소하고 당연한 일이 아기들에겐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발견이다. 아기가 자신의 감각으로 느낀 것을 지식으로 정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면 아기들은 엄마가 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면 서럽게 우는데, 엄마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엄마가 보이지 않아도 사라진 게 아니고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까꿍 놀이가 그래서 좋은 놀이인 것이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 하야시 아키코가 만든 <달님 안녕>은 아기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까지 전달한다. 아기 그림책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밤이 되자 어두워지고, 지붕 위가 밝아지면서 달님이 뜬다. 그런데 구름이 달님을 가리면서 달님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구름이 지나간 후 다시 달님이 보인다. 달님이 활짝 웃는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구조의 이야기다. 어른들이 즐겨 보는 로맨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엔 잘 몰랐던 두 사람이 서로 알아가면서 사랑에 빠진다. 잠시 오해가 생겨 멀어지기도 하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만난다. <달님 안녕>의 이야기 구조와 거의 흡사하다.

이 그림책의 포인트는 구름이 달님을 가리는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 엉엉 우는 목소리로 읽어주면 아기들도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책에 집중한다. 감수성이 높은 아기들은 같이 울기까지 한다고 한다. 다음 장면에서 다시 달님이 나타나면 아기는 이전 장면에서 느꼈던 슬픔 대신 더 큰 기쁨을 느낄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비룡소 제공</font></div>  
ⓒ비룡소 제공

<깜깜해 깜깜해>

하세가와 세스코 글/야규 겐이치로 그림/비룡소 펴냄

추리물은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이다. 조각난 파편과 같은 단서들을 조합하며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기들도 처음엔 잘 몰랐던 사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을 무척 좋아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깜깜해 깜깜해>는 아기들의 그러한 욕구를 채워주는 책이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두운 방 안에 동물의 실루엣이 있다. “깜깜해, 깜깜해! 불 좀 켜줄래?” 하고 읽은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책 속의 동물이 전등의 스위치를 누르며 모습을 드러낸다. 아기새 삐삐, 아기 개구리 꽁꽁이, 강아지 멍멍이 등이 나온다. 아기는 처음엔 그림자로 보여서 뭔지 알 수 없었던 형태가 새나 개구리, 강아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즐거워한다.

그런데 단순히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림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전개는 몇 번 반복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이야기 전개에 변화를 주었다. 아기 고양이 냥냥이는 가까운 쪽 스위치를 누르는데 불이 켜지지 않는다. 다음 페이지에서 반대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불이 켜지며 냥냥이의 모습이 드러난다. 추리물에 비유하면 ‘반전’이나 ‘서술트릭’에 가까운 장치라 볼 수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비룡소 제공</font></div>  
ⓒ비룡소 제공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낸시 태퍼리 글·그림/비룡소 펴냄

<윌리를 찾아라>가 어른들 사이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조그맣게 그려진 윌리를 찾는 그림책이다. 이 책의 재미는 단지 윌리를 찾아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윌리를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는 데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소개할 책은 아기판 <윌리를 찾아라>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호숫가 둥지에서 아기 오리들이 엄마 오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나비를 따라 둥지 바깥으로 나간다. 엄마 오리는 사라진 아기 오리를 찾아 나선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림책 어딘가에 가출한 아기 오리가 조그맣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이니, 아이들은 더 찾기 힘들 것이다. 아기 오리를 찾는 과정에서 아기는 호수에 사는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비버나 뿔논병아리, 붕어, 개구리 등이다. 아기가 이 책에 익숙해져서 숨어 있는 아기 오리를 금방 찾게 되면, 다른 동물의 이름을 불러주고 어디 있는지 찾게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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