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세계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느낀 게 있다.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법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몰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그냥 스마트폰으로 차를 불러서 타고 이동한다. 무척 편하다. 이용요금은 갈수록 싸진다. 차를 소유할 필요도 없다. 대중교통이 없어도 상관없다. 우버가 시작한 교통 혁명이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남는 차량을 나눠서 탄다는 의미로 이런 서비스를 ‘승차 공유(Ridesharing)’ 서비스라고 한다.

지역마다 우버와 경쟁하는 로컬 강자들도 생겨났다. 미국의 리프트, 비아, 중국의 디디콰이디,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 유럽의 블라블라카, 라틴아메리카의 캐비파이 등이다. 최근 〈블룸버그〉는 우버의 중국 라이벌인 디디콰이디의 기업가치가 무려 30조원에 달하고 2조3000억원을 투자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스타트업 네 곳(우버·샤오미·에어비앤비·디디콰이디) 가운데 2개가 승차 공유 서비스다. 그런데도 계속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서 우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메신저 바이버를 일본의 라쿠텐에 1조원에 매각한 이스라엘 창업가 탈몬 마르코는 주노(Juno)라는 승차 공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곧 뉴욕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AP Photo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버 본사. 택시앱 콰이디다처(오른쪽 사진 왼쪽)와 디디다처가 합병해 디디콰이디가 탄생했다.

세계 곳곳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생겨나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데 한국만 엄격한 규제로 인해 진공상태다. 콜버스 등 비슷한 서비스를 해보려는 스타트업은 각종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고전 중이다. 위기에 처한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이나 해운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 지원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승차 공유 비즈니스도 미래 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웬만하면 규제를 풀고 허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대로 몇 년 동안 글로벌 공룡 서비스들이 다 자리를 잡고 나면 한국 업체가 끼어들 틈이 없어질지 모른다.

우버는 독자적으로 무인자동차를 개발 중

한국에는 우버 같은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정도의 단순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한 컴퓨터공학과 교수마저 “내 제자들을 겨우 그런 회사에 보낼 수 없다. 우버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버 같은 온디맨드 카(On-demand Car) 업체가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자동차를 굴릴 플랫폼을 장악해가는 회사라고 말이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앤디 루빈은 최근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진정한 의미의 AI 기기는 ‘자율주행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결국 자동차는 인류가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일 전 세계에서 수백만, 수천만명을 실어나르는 플랫폼을 둔 승차 공유 업체들이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데 최적의 기반을 가진 회사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 운행에 필요한 고객, 운행 이력, 실시간 교통정보, 디지털 지도 등 관련 데이터를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버는 카네기멜런 대학의 인공지능연구소 인력을 대거 흡수해 독자적으로 무인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정부는 알파고 충격에 인공지능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설정한다고 했다.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고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런 투자나 지원보다, 승차 공유 분야에서 한국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나올 수 있도록 스타트업들을 ‘그냥 놔두었으면’ 좋겠다. 카카오든 콜버스든 마음껏 뭔가 만들어볼 수 있도록, 그리고 힘을 키워서 다른 나라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가만 좀 놔두자. 나중에 우버나 디디콰이디가 들어와서 한국 시장을 다 먹어치울 때 후회하지 말고.

기자명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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