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는 자주 ‘황금’에 비유된다. 정부가 5월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황금연휴’가 생겼다. 목요일 어린이날(5월5일)부터 일요일 어버이날(5월8일)까지 나흘간 연휴가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28일 국무회의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며, “국민 사기 진작과 관광 및 내수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부 논리대로 임시공휴일은 황금알을 낳는 효과를 가져올까? ‘공휴일의 경제효과’ 논쟁은 2009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그해는 유난히 주말과 겹치는 휴일이 많았다. 설 연휴(1월25~27일)가 일요일부터 시작됐고, 삼일절은 일요일, 석가탄신일(5월2일)·현충일·광복절은 토요일이었다. 개천절은 추석 연휴(10월2~4일)와 겹치는 동시에 토요일이었다. 대통령령으로 지정된 연간 공휴일 15일 중 ‘손해 본 날짜’가 무려 7일이었다. 2008년 12월9일 윤상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대체공휴일 도입을 포함한 ‘공휴일에 관한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대체공휴일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내세운 논리가 바로 내수 확대라는 경제효과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09년 ‘국내 관광수요 확대를 위한 휴가·공휴일제도 개선방안’에서 “국민 여행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국내 여행 의향은 높으나 여가시간이 부족해 제약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공휴일을 늘려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관광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 같은 논리는 이후에도 반복됐다.

흥미로운 점은 재계가 공휴일 확대와 관련해 정반대로 견해를 바꾼 것이다. 처음에는 적극 반대였다. 2005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공휴일이 너무 많다”라며 법정공휴일까지 줄이자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정부와 재계는 공휴일 확대가 내수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가계와 기업이 연휴 계획을 세울 시간도 없이 갑자기 지정된 탓에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뒤에도 재계는 공휴일을 늘리는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반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2013년 4월 “공휴일 확대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공휴일이 적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경총에 따르면 당시 한국의 법정공휴일은 15일로 일본(15일)과 같았고, 오스트레일리아 12일, 프랑스 11일, 미국 10일, 독일 10일, 영국 8일 등 주요 선진국보다 많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이나 프랑스의 절반 수준이다. 공휴일은 많고 노동생산성은 떨어져 있는데, 왜 또 공휴일을 늘려야 하느냐며 반대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재계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 상승도 반대 근거로 제시됐다. 경총은 2013년 4월 “만약 공휴일에 일할 경우 최소 250%, 최대 350%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라며 공휴일 확대에 반대했다. 경총은 자신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조업 일수가 줄어들어 광공업 등에서 발생하는 생산 차질이 13조5093억원, 간접 영향을 받는 산업까지 합치면 생산 감소 효과가 28조1127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수치는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할 때 평균적으로 늘어나는 공휴일 2.3일에, 당시 법정공휴일도 아닌 어버이날이나 제헌절까지 포함해 3.3일로 계산한 결과였다. 대체공휴일 도입에 찬성했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실제로 늘어나는 공휴일 수는 향후 10년간 평균 1.9일이다”라고 반박했다. 재계는 연휴가 길어지면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더 선호해 국내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윤상현 의원이 발의한 ‘공휴일에 관한 법안’은 18대 국회 내내 계류 끝에 자동 폐기됐다. 대체공휴일제 도입은 19대 국회 때 다시 발의됐지만 법령으로 정해지지 못했다. 대신 2013년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3조에 ‘대체공휴일’ 조항이 신설됐다. 일반 기업은 자율에 맡겼다.

ⓒ연합뉴스정부는 5월6일 하루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등을 면제했다.

“연휴 길면 해외여행 선호해 경기 도움 안 될 것”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일관되게 반대한 재계는 2015년 8월을 기점으로 찬성으로 돌아선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가 (토요일과 겹치는 광복절 대신)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재계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라며 처음으로 대체공휴일 도입에 찬성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 5월6일 임시공휴일 지정도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에 먼저 건의했다. 주말과 겹쳐 대체공휴일을 정하는 것도 아닌, 평일을 임시휴일로 지정하는 데 재계가 앞장선 것이다.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재계는 ‘내수활성화’라는 찬성 논리를 그대로 따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8월 임시공휴일 1일이 발생할 때 전체 소비지출액은 1조99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3100억원, 취업 유발 인원은 4만5700명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이 국내 여행에서 쓰는 1인당 평균 휴가 비용을 7만9600원으로 계산하고, 전체 노동자 50%가 임시공휴일을 사용해 여행을 떠났다고 가정한 경제효과 수치였다. 소비가 주로 일어나는 분야로는 숙박·교통·식비·오락 문화를 꼽았다.

오락가락하는 재계와 달리 노동계는 일관되게 대체공휴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노동계가 내세운 근거 역시 생산성 증가 효과였다. 재계와 결은 달랐다. 한국 노동자들은 OECD 1, 2위를 다툴 만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공휴일이 늘어나고 노동시간이 짧아지면, 장시간 노동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이런 논리를 펴며 대체공휴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정부는 5월6일 하루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경복궁 등 서울 4대 고궁 입장료를 면제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14일 임시공휴일 때도 하루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았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무회의에서 “(8월14일) 대체공휴일로 인해 1조3000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으며 고용 유발 효과는 4만6000명이다”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정치가 최 부총리가 말한 경제 유발 효과의 근거였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 발표는 ‘노동자 50%’가 늘어난 휴일에 ‘국내 여행’을 가서, ‘1인당 7만9600원’을 쓴다는 가정을 모두 충족시켜야 가능한 수치였다. 실제 임시공휴일이 낳은 ‘황금알(경제효과)’이라고 보기 힘든 추정치인 셈이다.

그래서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임시공휴일이나 대체휴일제의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시행일 이전에 가계와 기업 등 민간 주체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올해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10일 전)보다 이틀 늦은 8일 전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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