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위)는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 수사 내용을 비난했다.
7월29일 검찰은 〈PD수첩〉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40쪽 분량의 ‘PD수첩 사건, 해명자료 요구’를 제시했다. 검찰의 해명요구서에는 〈PD수첩〉 광우병편에 대한 23가지 의혹이 담겨 있었다. 방대한 분량의 해명요구서와 23가지 의혹을 전해 들은 〈PD수첩〉 제작진의 반응은 ‘실망스럽다’는 것이었다. 한 〈PD수첩〉 제작진은 “‘삼성 특검’은 특검을 포함해 네 명이었다. 그런데 검찰의 ‘〈PD수첩〉 수사팀’은 부장검사까지 총 다섯 명이다. 그런데 수사가 너무 부실하다. 제대로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튿날(7월30일)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가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도 검찰의 해명요구서를 혹평했다. 자문위원회는 “검찰은 마치 처음 광우병을 공부하는 학생처럼 열심히 공부는 했지만 과학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어 별로 점수를 줄 수 없는 리포트를 썼다”라고 비난했다.

검찰의 해명요구서는 광우병과 관련한 일종의 ‘궁금증 클리닉’이었다. 검찰은 〈PD수첩〉에 CJD와 vCJD를 구별하는 방법 등에 관해 학술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PD수첩〉 제작진은 “그런 것은 전문가에게 물었을 때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PD수첩〉 제작진은, 검찰이 이번에 제기한 23가지 의혹은 ‘광우병 편’의 번역가 정지민씨가 자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제기한 의혹과 16가지가 겹치고, 농림수산식품부가 민사소송에서 제기한 의혹과 다섯 가지가 겹친다고 지적했다. 한 제작진 관계자는 “그와 관련된 내용은 이미 충분히 반박했다. 새로운 것은 CNN 여론조사에 관한 부분 등 두 가지다. 그것만 반박하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번 수사 과정에서 번역가 정씨에게 의존했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중간수사 발표를 하면서 한 누리꾼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충격적 의혹이 제기됐다”라며 소개했다. 〈PD수첩〉이 아레사 빈슨 어머니의 말과 의사 인터뷰 내용을 왜곡해 CJD(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를 vCJD(인간 광우병)로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당시 기자들이 “이 누리꾼은 확인된 전문가인가”라고 묻자 검찰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노컷뉴스언론계는 검찰의
〈PD수첩〉 제작진은 번역가 정씨에게 의존한 검찰 수사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녀가 광우병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녀가 영어 번역본 870분 중 3분의 1만 번역해서 부분적인 정보밖에 모른다는 점이다. 한 제작진은 “정씨는 3분의 1 정도를 번역했기 때문에 ‘거의 다 안다’ ‘상당량 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몇 분을 번역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번역했느냐’이다. 그녀는 핵심 인터뷰는 거의 번역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씨가 모르는 중요한 사실은 검찰도 몰랐다는 것이다. 정씨가 카페에 지적하지 않은 내용 가운데 중요한 내용이 검찰 수사에 빠졌다. 이는 정씨가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서 모를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대표적인 게 문제가 된 4월29일 ‘광우병 편’에는 3명의 PD가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대상에는 당시 스튜디오에 출연했던 이춘근 PD와 김보슬 PD만이 올랐다. 스튜디오에 나오지 않은 제3의 PD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 이 제3의 PD는 ‘광우병 편’ 제작으로 두 PD와 함께 상도 수상한 바 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초보적 리포트”

검찰 수사는 번역가 정씨에게 의지하면서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했다. 정씨가 오역한 부분을 ‘의도적 오역’의 증거로 삼은 것이다. ‘Doctors Sustpect’로 시작하는 문장인데 “의사들은 ~걸렸을 것으로 의심한다”로 번역해야 할 부분을 “걸렸다”로 오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정씨가 초벌 번역하고 감수했던 것으로 스스로 책임질 부분이다. 〈PD수첩〉을 공격하는 정씨가 오역한 부분은 〈PD수첩〉이 ‘의도적 오역’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인데, 검찰은 ‘의도적 오역’의 증거로 삼았다.

검찰은 계속 제작진에 취재 원본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인터뷰를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은 현지에 가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다우너 소 동영상은 미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 있는 것이다. 〈PD수첩〉이 인터뷰한 사람들은 검찰이 직접 만나보거나 전화를 해서 확인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검찰은 언론 자유 보장을 위해서 취재 원본 요청을 자제하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 핵심 관계자인 로빈 빈슨과 휴메인 소사이어티 마이클 그레거 박사를 인터뷰하지 않은 것은 그 증거다.

〈PD수첩〉 제작진은 “우리도 현지 취재를 해서 방송을 만들었는데, 검찰도 현지 조사를 통해서 수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검찰 자료를 보면 웹서핑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 말고는 새롭게 확보한 증거나 진술이 거의 없다”라며 부실 수사를 꼬집었다.

자문위원회는 검찰이 ‘웹서핑 수사’를 하면서 잘못 스크랩해온 정보가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국제수역사무국 규정의 SRM 기준이라고 주장하는 정보를 토대로 〈PD수첩〉 측이 제시한 SRM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국제수역사무국 규정에는 SRM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자문위원회는 국제수역사무국의 SRM 규정을 보여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PD수첩〉은 검찰이 SRM 규정으로 시비를 거는 것은 ‘순환논리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미 협상을 통해 SRM 부위가 변경되었는데, 왜 〈PD수첩〉이 종전 기준에 따라 보도했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은 “이번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인데 이번 협상 내용을 근거로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부는 30개월 미만에도 7가지를 적용하던 규정을 협상에서 2가지로 줄였다. 고시 전이라 이전 규정을 적용해야 맞다”라고 답했다.

ⓒ시사IN 윤무영검찰 수사로 어려움을 겪는
주저앉는 다우너 소의 광우병 위험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검찰은 〈PD수첩〉이 다우너 소를 광우병 위험 소라고 단정한 것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는 “미국 정부가 다우너 소의 전면 도축 금지를 결정한 것은 광우병에 대한 대응으로 이뤄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왜 다우너 소를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로 보고 도축을 금지시켰는지’는 미국 정부에 질의해야 할 내용이라고 충고했다.

자문위원회가 가장 황당해하는 부분은 검찰이 미국의 광우병 통제시스템을 완전한 것으로 묘사한 부분이다. 검찰은 1) 광우병 발생국으로부터의 수입제한 2) 동물성 사료의 금지 3) 치아감별법에 기초한 월령구분과 이를 토대로 한 24개월 이상 고위험군 소에 대한 예찰검사 4) 도축장에서의 1, 2차 검사 5) 도축가공 과정에서의 SRM 제거 등을 예로 들며 미국은 광우병 의심 소 도축을 차단하기 위한 단계적·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미국 도축 시스템 맹신

이에 대해 자문위원회는 5가지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1) 미국은 광우병 발생국으로부터 쇠고기는 물론 생우도 수입한다 2) 미국은 여전히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가장 제한 없이 허용하는 국가다 3) 치아감별법은 신뢰성이 없는 월령감별법이다 4) 미국은 광우병 발생국 중 가장 심각한 검사체계를 가지고 있다 5) 미국의 SRM 규정은 축소되었고 SRM 미제거로 인한 리콜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논란이 되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해 검찰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딸의 MRI 결과를 CJD라고 말했는데, 왜 자막에 vCJD라고 했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PD수첩〉이 거듭 해명하고 있는 내용으로 제작진은 “vCJD의 상위 개념인 CJD를 말했으나 vCJD를 의미하는 것이고, 어머니 로빈 빈슨은 여러 차례 vCJD라고 말했다. 아레사 빈슨의 MRI 결과가 vCJD라는 것은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공식 문서에 나온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MRI 결과로는 CJD 가능성을 의심할 수도 있는데 왜 vCJD 가능성만 의심하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냈냐고 〈PD수첩〉에 물었다. 〈PD수첩〉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양보했다. CJD가 아닌 vCJD를 확인하기 위해서 아레사 빈슨을 부검했다고 밝힌 곳은 CDC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번지수를 잘못 짚은 사례가 또 있다. 검찰은 라면수프 등을 통한 vCJD 감염 사례는 현재까지 단 1건도 없고. 또 화장품 재료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한 vCJD 감염 가능성도 별로 없다며 이와 관련한 내용을 과장 보도했다고 해명을 요구했다. 〈PD수첩〉은 이에 대한 해명을 미국 FDA에 양보했다. 화장품을 통한 인간 광우병 위험을 언급한 곳은 미국 FDA이기 때문이다.

〈PD수첩〉이 검찰 수사의 유일한 성과로 인정하는 부분은 CNN 여론조사를 인용했는데, 이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번역가 정씨나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PD수첩〉은 이에 대한 해명을 CNN에 양보했다. CNN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MBC가 아니라 CNN에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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