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와 애플이 부딪치며 국가기관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모바일 기기의 보안을 해제(해킹)하거나 우회해 데이터를 복원(포렌식)하는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특히 범죄 수사에서는 필수불가결한 기법이다. 결국 문제는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을 통제하는 부분이다. 전 한국경찰연구학회 회장인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사진)는 ‘감시자를 감시하는’ 상호 감시 체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현대 범죄 수사에서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 같다.
요즘은 디지털 아닌 걸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CCTV 기록도 모두 디지털인데, 요새는 CCTV 기록 아니면 사실상 수사하기 힘들다. ‘디지털 포렌식(증거 수집)’이 기본이 되고 있다.

ⓒ시사IN 윤무영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함께 커졌다.
디지털 증거는 보통 하드디스크 단계에 담겨 있다. 거기서 수사와 관련된 내용이나 필요한 증거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PC나 모바일 기기 자체를 압수한다. 그러면 사건과 관련 없는 많은 개인정보가 노출된다. 특히 삭제된 정보를 복원하다 보면 다른 필요 없는 정보도 다 나오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디지털 수사 자체가 아니라 불법 수사이고 부당한 수사다. 조금만 길을 벗어나면 수사가 아니라 ‘국가 범죄’가 된다.

사생활 보호는 불가능한가?
CCTV나 차량 블랙박스를 생각해보라. 경찰은 몇 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발한 DAS(Domain Awareness System)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용의자나 차량을 CCTV로 추적하고 있다. 사실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되면 더더욱 개인정보 보안이 힘들어질 것이다. 보안과 편리함은 항상 상반관계에 있다. 무엇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문제인가?
보안도 편리함도 중요한 가치다. 둘 사이에서 ‘최적의 절충점’을 찾아 균형을 이루는 게 가장 교과서적이지만 쉽지 않다. 개인부터 국가 차원까지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서 달리 결정할 수밖에 없다.

국가기관의 수사 차원에서는 어떤가? 사이버테러방지법도 문제가 됐는데.
수사하는 입장에서 ‘편리함’을 극단적으로 추구할 경우 범죄 용의자가 아니더라도 전 국민의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싶을 것이다. 메신저라든지, ‘빅데이터’를 활용하기도 좋고…. 결국 감시자에 대한 감시, 시민과 국가의 상호 감시가 중요하다. 자꾸 국가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불거진다는 것 자체가 (국가에 대한) 감시 체제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국가는 개인에 비해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그만큼 엄격한 감시가 필요하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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