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이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청춘열차’에 오른다. 코레일에서 2007년 여름 처음 선보인 ‘내일로 티켓’은 이제 기차 여행의 대명사가 됐다. ‘내일로한다’는 표현이 ‘내일로 티켓을 끊어 기차 여행을 한다’는 의미로 통할 정도다.

내일로 티켓은 7일 동안 KTX를 제외한 일반 열차(ITX-청춘, ITX-새마을, 새마을, 누리로, 무궁화, 통근열차)의 자유석과 입석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철도 패스다. 단돈 6만2700원의 저렴한 가격(5일권 5만6500원)과 기차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각종 할인 혜택이 알뜰 여행을 돕는다.

이 좋은 내일로 티켓을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춘의 특권’으로, 만 25세 이하 청소년만 구입할 수 있다.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이 적은 비용으로 배낭여행을 할 수 있도록, 대학생 방학 기간에 해당하는 6~8월과 12~2월에만 운영된다. 26세 이상을 위한 3일권 하나로 티켓(5만6000원)도 있다.

여행의 핵심은 교통과 숙박이다. 내일로 티켓으로 교통편은 해결했으니, 숙박은 어떻게 할까.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게스트하우스가 많지 않았다. 모텔 아니면 찜질방이었다. 하루 예산을 3만원으로 잡고 다니던 시절이어서, 혼자 묵기에는 모텔도 너무 비싸 주로 찜질방에 갔다. 7000~8000원이면 깨끗하게 목욕하고 잠도 잘 수 있었다. 수면실이 잘돼 있는 곳을 만나면 한국형 유스호스텔이 따로 없다며 혼자 감탄하기도 했다. 소지품 분실 우려나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환경 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가난한 내일러(내일로 티켓 이용자)들은 기차역 주변의 찜질방으로 모여들었다.

ⓒ시사IN 신선영

이제는 게스트하우스다. 2010년 이후 매년 10만 장을 가뿐히 넘기는 티켓 파워에 힘입어 내일로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과 숙박업소도 꾸준히 늘어왔다. 안동, 순천, 전주, 경주, 부산 등 ‘내일로 성지’라 불리는 전국의 요지에 우후죽순 게스트하우스들이 문을 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실속 있고 합리적인 내일로 티켓과 꼭 어울리는 숙소다. 서울 북촌 일대와 제주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려웠던 게스트하우스가 지금처럼 늘어난 것도 내일로의 공이 크다.

한 푼이 아쉽다지만…너무 싸면 다시 한번 살펴보자

내일로 여행 시 게스트하우스 선택은 어떻게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의 목적에 맞는 게스트하우스를 고르는 것이다.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려서 신나게 즐기고 싶은가? 아니면 조용히 휴식하는 여행을 하고 싶은가?

게스트하우스 문화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투숙객 파티다. 여행자들이 만나면 여행 얘기도 나누고 조촐하게 술을 마실 수도 있는 게 자연스럽지만, 요즘은 아예 게스트하우스 측에서 미리 참가 신청을 받고 음식과 술을 준비해 파티를 열어준다. 일부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 식사를 겸한 바비큐 파티나 지역 특산 막걸리를 맛보는 막걸리 파티를 하던 것이 인기를 끌자 유행처럼 번졌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파티’라는 인식도 꽤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다. 음주가 지나치면 소란을 피우거나 다른 투숙객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이 꼭 생긴다. 그 반작용으로 오히려 ‘파티 없는 게스트하우스’임을 특징으로 내걸고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파티를 하더라도 밤 10~11시 전에 정리하도록 하거나 객실과 분리된 파티 장소를 갖춘 게스트하우스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자체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여행 목적에 맞는 곳을 선택해야 만족도가 높아진다.

경주 청춘 게스트하우스나 순천 하루 게스트하우스가 대표적인 파티형 게스트하우스이며, 파티 없는 게스트하우스로는 안동 고타야 게스트하우스, 목포 1935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다. 파티 없는 게스트하우스라고 해도 게스트들끼리 도란도란 소통하는 즐거움까지 없는 것은 아니니 떠들썩한 분위기가 싫다면 추천. 불필요한 방해를 받지 않고 여자들끼리 조용히 쉬고 싶을 때는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숙소의 전반적인 분위기 외에 청결과 편의성 또한 체크할 부분이다. 우선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우리나라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오픈한 지 5년 이내라 깨끗한 편이다. 유럽 배낭여행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베드버그(빈대) 따위는 당연히 없다. 관리가 잘 안 되어 다소 너저분한 곳도 있지만 불결한 정도는 아니다.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체크인 시 수건 1장을 제공하며 샴푸, 린스, 보디워시, 치약, 때로는 폼클렌징까지도 비치해두기 때문에 가뿐하게 칫솔 하나만 들고 여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 여행자들의 취향을 겨냥해 고데기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파우더룸이 갖춰진 곳도 있다. 게스트하우스마다 제공하는 내용이 다르니 미리 확인하면 배낭을 더욱 살뜰히 쌀 수 있다.

한 푼이 아쉬운 여행자라지만 지나치게 가격이 저렴한 곳은 다시 한번 살펴보자. 조식이 제공되지 않아 추가 비용이 들 수도 있고, 수건이 없는 곳도 있다.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말. 내일러를 위한 할인 이벤트도 많으니 네이버 기차 여행 카페 바이트레인(cafe.naver.com/hkct)에서 미리 확인해보자.

기자명 박솔희 (〈청춘, 내일로〉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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