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중에는 외지인이 많다. 그렇다면 지역민들은 게스트하우스에 배타적이지 않을까? 그렇지도 않다.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맛보기로 지역을 보여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원도심 노인 일자리 창출형 게스트하우스까지 지역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이들 지역 기반형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본다.

■ 전북 완주군-삼례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

익산역과 전주역 사이 삼례역이 있다. KTX는 통과하고 새마을호·무궁화호만 서는 작은 역이다. 삼례역 주차장을 지나 큰길 대신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오솔길로 접어들면 곧바로 삼례문화예술촌(삼삼예예미미)이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양곡 수탈을 위해 지었던 거대한 미곡 창고 여섯 개 동을 미술관 등으로 변모시킨, 새로 뜨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시사IN 김은남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는 삼례문화예술촌 바로 곁에 붙어 있다. 햇빛 잘 드는 마당을 중심으로 ㄷ자형으로 조성된 이 집은 1920~1930년대 지어진 적산가옥이다. 전북 일대 쌀을 군산항으로 실어 나르던 트럭 운전사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곳으로 추정된다. 2013년 전북 완주군이 이 집을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선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지자체가 이 집 운영을 귀농·귀촌한 청년들에게 위탁했다는 사실이다. 문화예술협동조합 씨앗(C-Art)이 그들이다. “완주군이 국내 로컬푸드 1번지로 주목받으면서 이곳에서의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삼삼오오는 이런 청년들이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관문 구실을 하고자 만들어졌다”라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김주영씨는 말했다.

굳이 농촌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숙박은 가능하다. 바닥에 침구를 깔고 자는 방식이어서 이층 침대를 싫어하는 여행자가 특히 선호한다. 전주에서 가까우면서도 분위기가 훨씬 호젓한 데다, 아침 일찍 삼례문화예술촌과 삼례성당 등지를 산책하는 기분 또한 상쾌하다.

농촌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더더욱 환영할 만하다. 이곳에서는 분기별로 귀농·귀촌 캠프가 열린다. 토요일이면 숙소 앞마당에서 ‘꽁냥마켓’도 열린다. 완주군 귀농·귀촌자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나 직접 기른 농산물로 만든 컵밥 등을 들고 나와 파는 벼룩시장이다. 이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요즘 청춘들이 꿈꾼다는 ‘반농 반X’의 삶(농사를 지어 최소한의 자급자족을 이루는 동시에 저술·예술 등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방식의 삶)을 슬쩍 염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소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
홈페이지 blog.naver.com/cart3355

 

■ 부산 동구-이바구 충전소 게스트하우스

“부산역이랑 부산항이 한눈에 다 들어오고, 까꼬막(가파른 언덕을 뜻하는 부산 사투리)에까정 집이 따닥따닥 붙어가, 사람 사는 냄시도 나고예.” 기대 없이 찾아간 기자는 주저 없이 동네 자랑을 내놓는 ‘할매’에게 반했다. 이바구 충전소(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 부산 동구 초량동 이바구길에서다.

ⓒ시사IN 송지혜

이 길을 조성한 건 부산시와 동구청이다. 이들은 2013년 ‘이야기’가 가득한 부산 초량동에 1.5㎞ 구간의 이바구길을 꾸몄다. 부산 최초 물류창고인 남선창고 터에서 이바구 갤러리, 우물터, 168 계단, 김민부 전망대, 까꼬막까지 부산의 근·현대사 흔적을 되살렸다. 동구노인복지관은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168 도시락국’ ‘625 막걸리’ ‘이바구 충전소’를 개설해 관리를 맡긴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60∼80대 노인 일자리만 50여 개에 달한다. 부산관광공사는 노인 80여 명에게 이바구길 가이드 역할을 맡기고,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위탁했다. 수익은 전액 마을을 위해 쓰인다.

최근 부산 동구청은 초량동 일대에 민박촌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숙박이 가능하도록 빈집 50채를 개조해 6월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때 이바구 충전소와 홍보 및 예약 시스템을 일원화한다. 이바구 충전소는 저렴한 비용에 멋진 조망까지 갖춘 데 비해 홍보가 미흡하고, 인터넷 사이트가 없어서 전화로만 예약할 수 있다.

주소 부산 동구 영초윗길 25
연락처 051-467-7887, 야간 및 부재 시에는 010-9193-1451

 

■ 전남 순천-순천댁 게스트하우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인 줄 알면 오산이다. 순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동천 주택가에 있는 소박한 양옥집을 개조해 만든 순천댁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은 서른을 갓 넘긴 김혜민씨다.

20대 시절 김씨는 목포 아름다운가게와 서울 청년허브에서 일했다. 지역운동과 청년운동을 두루 접하다 보니 30대에 살고 싶은 모습도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지역에서 청년들과 함께하는 삶’이 그것이다. 대학을 다녔던 순천으로 다시 와서 게스트하우스를 연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역에서 학교를 다닌 청년 대부분이 그 지역을 떠나려 한다. 지역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그녀는 순천댁 자체가 지역 청춘들의 사랑방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곳이 거점이 돼 창업이나 문화예술의 상상력을 펼치다 보면 순천에 머물고 싶은 청춘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순천댁 제공

본래 순천댁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법상 외국인 전용 도시민박으로 등록돼 있다. 그렇지만 김씨는 삼례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처럼 순천댁이 ‘지역살이의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에 김씨는 올봄부터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은 청년들에게도 순천댁을 개방 중이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처럼 순천에서 한 주 또는 한 달을 살아보고 싶은 이라면 게스트하우스 블로그를 참조할 일이다. ●

주소 전남 순천시 중앙초등길 22
홈페이지 3355madang.blog.me

기자명 김은남·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