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테이. 책과 연계한 방식의 숙박을 의미한다. 서점·도서관·출판사 등 책과 관련된 공간이 잠자리를 마련했다. 텔레비전이 없고 바비큐나 술판과도 거리가 멀다. 책을 싫어한다면 권할 만한 곳이 아니다. 대신 소박한 규모에, 주인장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있다.

ⓒ시사IN 신선영

■ 충북 괴산-숲속작은책방

민박을 겸하는 가정식 서점 ‘숲속작은책방’의 책방지기는 백창화·김병록씨 부부다. 두 사람은 도서관을 열기 위해 2011년 괴산에 내려왔다. 여성 잡지와 출판사에서 일한 백씨는 어린이도서관을 10여 년간 운영했다. 김씨는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몸담으며 미디어 교육을 해왔다. 시골살이는 남편의 오랜 꿈이었다.

김씨는 대개 마당으로 출근한다. 동화 같은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 손볼 곳이 많다. 백씨가 주로 책방 일을 맡는다. 일반 서점과 다른 점은 시골 한복판에 자리한다는 것과 들어가면 반드시 책을 사야 한다는 점이다. 책보다 집의 용모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불쑥 들러 집값을 묻곤 했다. 반복되니 지쳤다. ‘미움받을 용기’를 냈다. 또 한 가지. 이곳에 묵으려면 일종의 면접이 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책은 좋아하는지 묻는다. 아무 정보 없이 왔다가 곤혹스러워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배려다.

1층에는 주인 내외가 살고 투숙객은 2층 다락방에 머문다. 4인 가족이 쉴 수 있는 방 1개, 그리고 그 옆에 각종 팝업북과 그림책이 전시되어 있는 ‘앨리스의 서재’가 있다. 하루에 한 팀만 받는 걸 원칙으로 하되, 1인 숙박일 경우 부득이 1인을 더 받기도 한다.

주소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768-5 미루마을 28호
홈페이지 blog.naver.com/supsokiz

 

ⓒ시사IN 신선영

■ 경기 파주-모티프원

헤이리마을 촌장이기도 한 이안수씨의 집에는 항상 사람이 찾아온다. 누구든 만나고 나면 깨달음이나 즐거움을 얻게 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모티프원의 외관은 단순해 보이지만 들어오면 미로다. 방 5개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신경 쓴 건 직접 짜 맞춘 책상이다.

1층 ‘라이브러리0’에는 책 1만2000여 권이 있다. 방에 들어가면 자기 자신에게 침잠하는 시간이 된다. 커다란 창문으로 자연과 대면할 수도 있다. 1층에는 많은 책이 있으니 과거의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누구나 머물 수 있지만 이런 바람은 있다. “휴식의 종류가 많다. 바비큐와 술로 릴렉스되는 분도 있고 홀로 막연하게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휴식인 사람도 있다. 성향이 전자라면 여기는 그런 시설도 없고 TV도 없다. 자기 대면 욕구가 없다면 심심할 수도 있다.”

주소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397
홈페이지 www.motif1.co.kr

 

ⓒ시사IN 신선영

■ 대전-대동작은집

‘대동작은집’은 대전시 대동 꼭대기에 있다. 마을 입구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여러 갈래다. 맛이 좋다는 ‘치킨박사’가 시작점이다. 송부영씨와 서은덕씨 부부는 대전 산호여인숙의 대표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텍스트 창작을 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바랐다. 남편이 먼저 대동을 산책하다가 비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을 눈여겨보았다. 반년 동안 바라만 보던 송씨와 달리 서씨와 예술가 동료는 일단 들어가 보자고 했다. 마침 주인 할머니가 있었다. 그 길로 세를 얻었다.

이곳에는 일주일 단위로, 최대 석 달간 머물 수 있다. 그간 희곡작가, 다큐멘터리 감독 등이 다녀갔다. 초반에는 예술하는 30대 지인이 주로 다녀갔다면 최근에는 쉰을 바라보는 여성도 자주 찾는다. “인생을 거의 완성했는데 막상 자기 방이 없고 정리할 시간이 없는 분들이 있다.” 단기간 작업에 집중하고 싶을 때 이용하면 된다. ‘텍스트’가 머무르는 곳이다. 생애사, 논문, 일기 정리 등 다양하다. 한두 사람이 머물기에 적당한 규모다. 2층 작업실은 도서관을 겸한다.

주소 대전 동구 대동 1-570
홈페이지 blog.naver.com/casinha

 

ⓒ봄날의집 제공

■ 경남 통영-봄날의집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

통영에서 출판을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지난해, 우리는 점점 늘어나는 방문객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동네 서점을 겸한 스테이 공간으로 방문객과 지역 주민 모두를 위한 ‘봄날의집’과 ‘봄날의책방’을 함께 열었다.

처음에 이 작은 집은 마을의 골칫덩이였다. 지은 지 38년이 된, 폐가가 되어 밤마다 으슥한 곳으로 변하는 그 집 때문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고통받고 있었다. 그 집을 매입한 뒤 동네 건축가와 6개월 동안 기획과 스토리텔링을 짜고 직접 페인트칠을 한 후, 쓸고 닦고 못을 박으며 조금씩 생명을 불어넣은 결과, 동네의 흉물이던 공간이 참새 방앗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작은 출판사에 이어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우리가 만난 기쁨과 보람, 그리고 조금씩 되살아나는 지역 문화의 이야기꽃을 함께 나누기 위한 열린 공간. 책 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쩌면 우리 삶의 뿌리를 뒤흔들지도 모를 그런 하룻밤을 선물하는 공간이 우리가 꿈꾸는 북스테이다. ●

주소 경남 통영시 봉수1길 6-1
홈페이지 www.namhaebomnal.com/arthouse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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